혼자만의 세계에 잠기는 순간

리추얼스토리-72

by 미키현 The ess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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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을 잃어가는 시대, 현대인들은 산만하게 살아갑니다. 동시에 우리는 몰입이라는 단어에 어느 때보다 목말라 있습니다. 틀에 박힌 일상이 아닌 나를 잃지 않기 위한 멈춤이 필요합니다. 과거의 위대한 예술가들은 오래전부터 그런 방식으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들은 혼자만의 세계에 잠기는 순간을 리추얼을 통해 만들어냈습니다. 작업 자체라기 보다는 작업에 들어가기 위한 문을 열기 위한 것이었지요.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등을 남긴 고흐는 몰입의 힘을 믿었습니다. 그는 해가 지기 전 황혼의 빛을 하루의 결정적 순간으로 여겨, 때가 되면 붓을 들고 밖으로 나가 매일 똑같은 들판과 나무를 그렸습니다. 같은 장소·사물·인물을 반복해서 그리며 미세한 차이를 찾아냈고, 고정해 놓은 색의 조합을 매일 실험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는 편지에서 ‘반복만이 형태를 파악한다’라고 언급했고, ‘언젠가 내 그림이 물감값과 생활비보다 더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걸 다른 이도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라고 하며 자신에 대한 믿음을 다졌습니다.


자연의 인상에서 느낀 감동을 포착했던 모네는 빛이 달라지는 시점마다 캔버스를 바꿔가며 순간의 색을 붙잡았습니다. 아침의 연못, 정오의 정원, 해가 질 무렵의 노을을 보기 위해 모네는 하루를 시간대별로 나누어 ‘빛의 일정표’를 만들었고, 그 일정에 따라 몸과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수련 연못이나 건초더미 등 하나의 대상을 정하면 동일한 구도로 다른 시간, 다른 계절에 그렸습니다. 또한 정원을 직접 가꾸며 자연을 관찰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몰입은 자연과 연결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들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움이 아니라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통로였고, 예술은 그 몰입의 통로 끝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가 따라 할 수 있는 리추얼은 하루 중 단 10분이라도 ‘홀로 고요하게 있는 방’의 문을 여는 일입니다. 몇 년 전부터 저는 혼자 산책할 때마다 같은 장소의 풍경 사진을 찍습니다. 표정이 달라지는 하늘과 가지가 풍성한 오래된 키 큰 나무들, 그 아래 천이 졸졸 흐르는 풍경은 매일 조금씩 다르며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제는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공유하면 친숙하게 알아볼 정도이지요.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누적되어 어느샌가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보태줄 거라는 생각으로 매일 쌓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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