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떨림을 놓치지 않는 하루

리추얼스토리-74

by 미키현 The ess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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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은 감정의 파도를 견디는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매일 ‘기록’과 ‘준비’를 반복합니다.


세계 3대 소프라노이자 세기의 프리마돈나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의 자랑 성악가 조수미의 활약은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과의 인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카라얀과의 오디션이 결정되기 전부터 그녀의 방에는 카라얀이 눈 감고 베를린 필을 지휘하는 패널이 벽에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굿모닝', 저녁에도 '굿나잇'이라고 패널 속 카라얀에게 일상처럼 인사하는 그녀의 마음 속에 카라얀은 마치 친구였고 가족 같은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기적처럼 카라얀의 오디션을 보게 되었을 때 정말 떨렸지만 노래를 하고 나와서 실제로 그를 만났을 때의 순간을 조수미는 애정을 담아 이렇게 기억합니다.


“딱 보는데 매일 보던 사람 얼굴이다. '마에스트로, 머리카락 만져봐도 돼요?'라고 물었다. 방 안 패널과 너무 비슷해서 만졌다. 파란 하늘 같은 눈동자가 날 쳐다봤다. 매일 아침 저녁에 인사하는 사람이 나라고 했더니 너무 놀라더라. 스물 세 살 그때는 무서운 게 없었다. 그리고 서로 확 풀어졌다” 그렇게 음악가 조수미를 있게 한 카라얀이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함께 했고, 슬픔에 포기하려 했던 오페라 무대를 마지막까지 눈물을 흘리면서 끝까지 노래했다고 합니다.


조수미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도 유명한데 특히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합니다. 샤워 후엔 즉각 말려야 하고 맨발로 다니는 건 있을 수도 없을 정도로 빈틈없이 관리합니다. 공연 끝나고 뒤풀이를 간 적이 세 번 정도밖에 없고 바로 숙소로 돌아가서 메이크업을 지우고 거울 앞에서 ‘나’와 대화하는 리추얼을 합니다. 공연을 돌아보며 다시 하고 싶은 감정을 다스리기도 하고 또 자신을 칭찬하기도 합니다. 이토록 혹독하게 관리하는 그녀지만 공연 전에는 신나는 노래에 막춤을 추며 몸과 성대의 긴장을 풀기도 한다고 합니다.

감정이 우리를 쓰러뜨리기 전에 먼저 ‘기록’, ‘준비’,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배울 수 있습니다. 저도 힘든 일이 있을 때나 반대로 기분이 너무 좋을 때도 항상 거울 속 저에게 말을 걸어 균형을 잡으려고 애씁니다. 제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고 제 이름을 부르면서 제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렇게 목소리를 내기 전 감정을 잠시 바라보는 사소한 반복의 누적이 저의 에너지를 보다 밀도 있고 한곳에 고여있지 않게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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