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스토리-75
어떤 이들은 배우들은 역할을 그저 연기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역할을 ‘살아내는’ 사람들이라고들 합니다. 여기 할리우드 영화 역사상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으로 평가받으며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3회, 노미네이트 21회(최다 기록)라는 대기록을 갖고 있는 전설적인 인물이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명연기로 주목받았으며 약 50년 동안 꾸준한 연기력으로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메릴 스트립입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 역할을 훌륭하게 보여주며 한국인들에게도 대중적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녀는 맡은 배역마다 ‘역할 일기’를 쓰는 리추얼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방대한 자료 조사를 하고, 인물의 성장 배경, 세계관, 말투, 억양, 표정, 감정, 몸짓까지 메모하여 단 한 장면에서도 감정의 흐름이 어긋나지 않도록 역할에 대해 매일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감정을 기록해 둡니다. ‘철의 여인'에서 마거릿 대처 총리의 특징적인 목소리와 말투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연습했다는 일화는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메릴 스트립은 맡은 배역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마치 내가 그 사람이 된 것처럼 생각하고 느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그녀가 연기하는 모든 역할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2017년 제74회 골든글로브 공로상을 수상하며 ‘배우가 하는 일은 다른 사람의 삶으로 들어가 관객들이 그 사람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수상 소감 중에 자신의 연기 철학인 ’진정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삶에 녹여서 실천 해봄직한 리추얼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명배우들은 감정을 내맡기지 않고 설계합니다. 그들처럼 오늘의 ‘작은 역할’ 맡아보기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예를 들면 오늘 하루 더 친절한 사람, 또는 침착한 사람이 되어 보는 것입니다. 그 역할에 맞도록 말투나 말하는 습관을 하나씩만 바꿔보는 것이지요.
또는 오늘 하루를 ‘내가 선택한 인물의 방식’으로 사는 것입니다. 하루 끝에 그 역할로서 한 줄 일기 쓰기까지 쓰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저는 빨리 말하는 말하기 습관을 고쳐보고 싶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에 나오는 나무 늘보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스포츠카를 몰지만 천천히 말하고 생각하는 행동을 의도적으로 했던 때가 있었지요. 그 작은 선택이 저 자신을 조금씩 바꾸어 간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