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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키 Nov 25. 2021

상상은 예술을 통해 현실이 된다

에릭 요한슨 사진전 

눈을 뜨고 꿈을 꾸는 기분이 이런 걸까?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 곳은 분명 서울 한복판의 전시장인데 갑자기 발이 붕 떠오르더니 시공간의 개념이 어긋난 낯선 풍경 속에 불시착한다. 초현실주의 사진가 에릭 요한슨은 이렇게 우리를 꿈속으로 데려간다. 사진으로 현실이 된 상상 속에서 출구를 찾는 방법은 전시장의 컬러를 따라가는 것뿐이다. 
 
 현실의 조각이 모인 초현실의 퍼즐
 여행가방을 꾸린 어린이가 선착장에서 무엇인가를 기다린다. 끈을 묶어 꼭 잡고 있는 종이배는 떠나고 싶은 마음만큼의 크기를 하고 있지만 한낮의 뙤약볕 아래 이들을 데려갈 바람은 감감무소식이다. 어느 언덕에서는 달을 교체하는 서비스 센터 직원들이 업무에 한창이다. 밝고 둥근 보름달을 하늘에 걸고, 어둡고 낡은 달은 운반용 차에 싣는다. 쇼핑몰의 에스컬레이터에서 조금 전 내린 이는 지금 어리둥절한 상태이다. 아래층은 분명 쇼핑몰이었는데 한 층 올라온 이곳은 어둡고 이끼 낀 숲속이기 때문이다.

에릭 요한슨의 사진 속에서 우리는 그 쇼핑객처럼 자꾸만 얼떨떨해진다. 시선의 시작은 현실이었으나 곧 환상으로 옮겨진다. 한 프레임 안에서 이뤄지는 전환의 속도가 너무나 빨라서, 우리는 급발진하는 차 안에 있는 것처럼 순간 아뜩해지곤 한다. 안정을 위해 어딘가를 잡고 싶어지듯 시선은 사진에 더욱 달라붙는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든 요소는 일상의 것들이다. 그런데 기묘한 조합과 수 백 장에 달하는 레이어의 중첩으로 몽환적인 이미지가 된다. 에릭 요한슨이 스스로 표현했듯 그의 작품은 “서로 다른 현실의 조각들을 모아 만든 초현실의 퍼즐”이다. 이 퍼즐은 현실에서 환상을, 그리고 그 너머를 바라보게 한다. 63아트에서 열리는 <Beyond Imagination> 전시이다. 
_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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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기업 사보에 실은 글. 

에릭 요한슨 전시는 가능한 야경일 때 가면 더욱 멋질 듯!
63빌딩 고층에 자리한 63아트의 통창에서 

한강과 서울을 내려다보는 것은 작품의 인상을 더욱 강렬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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