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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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지구온난화는 이제 위협이 아니라 현실이다. 지구는 그야말로 불타고 있어서 곳곳에서 거대한 산불과 폭염, 홍수가 끊이지 않는다. 인간이 야기한 기후의 폭주를 멈추기 위해서는 다시 인간의 기술이 필요하다. 기존의 화석 원료의 소재를 바이오 기반으로 대체하는 화이트 바이오는 온실가스를 줄여 탄소중립을 이뤄낼 또 하나의 강력한 기술이다.
산업혁명에서 탄소중립까지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다. 그 속도를 가능케 한 것은 석탄, 석유 등 화석 연료였다. 나무나 가축의 분뇨를 에너지 체제로 삼았던 유기물 경제가 산업혁명 이후 화석 연료의 무기물 경제로 전환되면서 인구와 생산량이 늘고 생활은 소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등 많은 것이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바뀐 것은 인간만이 아니었다. 자연도 바뀌었다.
수천 년 된 빙하가 녹아내렸고 거대한 호수가 말라 사라졌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폭염과 한파의 횟수와 강도가 극심해졌다. 식물과 동물의 서식지가 점점 좁아지면서 생태계의 다양성이 줄었다. 화석 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이 땅에서 복사되는 에너지를 흡수하고 가둬 지구를 온실로 만드는 탓이다. 산업혁명 초기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이었으나 2017년에는 405ppm에 이르는 등 인류는 전에 없던 기후, 탄소 농도 속에 살고 있다.
‘탄소중립’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기후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이자 합의이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자는 파리협정의 주요 실행 전략이다. 2015년 파리에서 열려 ‘파리협정, 파리 기후변화협약’이라 불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본회의에서 195개국은 이에 합의하고 이후 각국의 목표를 속속 설정, 제출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7위에 달하는 한국 역시 2020년 12월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화석 원료 대신 화이트 바이오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순배출량을 0에 수렴시키는 탄소중립을 위한 새로운 자원이 바로 화이트 바이오다. 화이트 바이오는 기존의 화석 원료 대신 식물 자원이나 농업, 임업, 축산업 등의 부산물인 유기물질, 미생물 효소 등을 원료로 하여 화학 제품 또는 바이오 연료 등의 물질을 생산하는 바이오 기술을 말한다. 현재의 기술로 과거의 유기물 경제를 회복시키는 셈이다.
화이트 바이오 제품은 원료인 식물 등이 자라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뿐만 아니라 제품 생산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량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탄소중립에 크게 기여한다. 대표적 예로 차량 연료 첨가제에 쓰이는 바이오 에탄올을 살펴보자. 미생물과 효소를 이용해 식물을 발효시켜 만드는데, 가솔린과 달리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식물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재생 또한 가능하다. 미생물의 에너지원을 이용해 만드는 바이오 플라스틱의 경우, 자연 분해되어 공해를 일으키지 않는다.
이러한 화이트 바이오는 탄소중립을 위해 점점 강화되는 시장 규제를 타개할 필수 기술이다. 이미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들은 연구 개발 및 설비 투자에 적극적이며 미국과 유럽의 정부는 환경 규제를 늘리는 한편 R&D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2030년까지 석유 소비량의 30%를 바이오 화학 제품으로 대체한다는 목표 아래 농림업 중심으로 화이트 바이오 산업의 진흥에 나섰다. 미연방정부는 페인트와 세정제 등 139개 분야에 대해서 바이오 기반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 정부 또한 탄소중립을 촉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해 말 제5차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관계 부처 합동으로 화이트 바이오 산업 활성화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래 유망 산업인 화이트 바이오의 발전을 위해 수요 창출을 지원하고 규제를 개선하며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의지이다. 기업들 역시 기술을 확보하며 사업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전 세계의 움직임에 정부, 기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소비가 이루어지는 시장의 각성은 지속적 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든 화이트 바이오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외면한다면 탄소중립은 요원하다. 화이트 바이오,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개발 및 제품에는 기존보다 높은 비용이 수반된다. 정부와 기업이 이를 감수하는 만큼, 소비자 역시 선택의 기준을 ‘환경’에 두어야 인류의 현실과 지구의 미래는 더 나아질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의 생산과 소비가 지금의 위기를 만들었으니, 앞으로의 생산과 소비는 위기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산업혁명 이전의 유기물 원료를 첨단 기술로 새롭게 소환한 화이트 바이오는 주요한 해결책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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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트 바이오 신제품을 출시한 기업 사보에 인트로 격으로 넣은 칼럼. 해당 제품을 타당성과 윤리성을 논리로 받쳐줘야 하는 기사인 셈이다. 사보 서두에 들어가는 특집 기사였는데, 회장님이 이번 호 좋았다고 하셨다며 담당자가 흘리듯 전해 주었다. 이런 거 두 번 말해 주세요. 기부니가 조으니깐여!
* 요새 기업도 ESG, 친환경 쪽으로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특집 주제나 칼럼도 이쪽으로 쓸 일이 많아진다. 이런 건 새롭게 알게 되는 것도 자극되고 뿌듯해진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