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서 다른 누군가에게 이 온기를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렴
아이가 6살 즈음부터 아이들의 한글 등의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수업을 했다.
아이들의 수업은 방과 후로 오후부터 지만, 수업이나 아이들을 모집하는 일에 대한 교육이 일주일에 두번 오전에 있고, 사이 사이에는 아이들 모집을 위한 홍보를 해야한다는 이유로 내 아이의 하원이나 하교를 도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요령이 있는 다른 선생님들은 자신의 아이를 우선으로 하며 수업시간을 조절했지만 신참인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새로 시작하는 일에 적응하기 바빴고, 내 아이를 돌보느라 일을 조절한다는 것은 책임감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이 되었다.
그렇기에 당시에는 외벌이로 ‘나는 일하는 엄마니까..’라며 자신을 다독이며 그 아이에게 신경을써 주어야 하는 시간들을 외면해야만 했다. 그것이 나의 최선이었고,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은 다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이니까 나만 아프다며 엄살을 부릴 수는 없었다.
그 덕분인지… 비가 오더라도 우산이 없어도 아이는 나를 부르지 않고, 본인이 생각하기에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나에게 전화하는 일도 없었다. 상황판단을 한 것인지 우리아이는 다른 아이들 보다 어른이 되어있었고, 나는 그것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나는 일을 해야하는 엄마고, 아이가 그러한 가정환경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곤란하니까..
얼마 전부터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학습센터라는 기관에서 하게 되었다. 이 곳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기만 하면 아이들이 찾아오는 시스템이기에 아이들의 수업시간 전 까지는 어느정도 여유가 있다.
학기초.. 이제 막 1학년이 된 아이의 엄마가 이런 부탁을 했다. 자신은 일을 하니 아이를 학교가 끝나면 마중을 나가 달라고 말이다. 그리고 수업을 하고 나면 하원때는 다른 학원에서 데릴러 올 것이라고 했다. 직장을 다니는 엄마이니 … 유치원 때와는 다르게 일찍 끝나는 하교 후의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직 1학년인 아이의 마중을 나가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은 대부분 엄마가 데릴러 간다. 적어도 1학년의 반 학기정도는 큰 대로변도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마중을 나가는 것이다.
그 아이도 우리 아이와 같은 걸까… 엄마가 마중나오는 다른 아이들을 부러워 하지 않고, 잘도 나를 따라 온다. 나 역시 아이가 외로워 하지 않도록 학교에서 재미있는 일은 없었는지.. 친구는 많이 사귀었는지.. 오늘 먹은 급식은 무엇이었는지 꼼꼼하게 물어보고 함께 끝말잇기도 하고… 일을 하고 있을 엄마가 안심하시도록 사진을 찍어 보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아이를 떼어놓고 일을 해야하는 엄마의 마음을 나도 아니까.. 그래서 사진을 찍어보내는 것이다.
어떤 날은 속으로 ‘내가 뭐하는 짓이지… 내 애는 마중 한번 제대로 나갈 수 없었는데.. 남의 아이 마중이나 나가고…’하고 생각했다. 아니, 내 아이를 마중 나갈 수 없었으니, 다른 아이를 마중 나가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을 지도 모른다. 나의 희생으로 그 아이의 엄마가 안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아이가 지금 이 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지는 못해도 나와 꼭 마주 잡은 두 손의 온기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 내 아이는 잡아주지 못했지만, 내가 잡아준 이 손을 기억하고, 사람과 사람사이.. 서로 배려하고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일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이 아이가 커가면서 더 깊이 더 깊이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받은 나의 호의를 다른 누군가에게 돌려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것만은 알면서 커가면 좋겠다… 그러면 언젠가 이 아이도 커서 다른 누군가에게 이 온기를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