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라고 해서 우월한 권력자가 아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선생님! 이거 답이 모예요? "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선생님이니까 당연하지!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선생님! 이거 답이 모예요?"라고 묻는다는 것은 그저 답만을 요구하는 아이의 말이다. 답이 뭘까.. 고민하지 않고, 그저 답만을 알려달라고 고집하는 아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많이 생각했던 것은 '아이도 나도 점점 재미있게 공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였다. 나와 공부하는 아이만큼은 적어도 처음에는 힘들지만 점점 공부가 재미있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 어떤 선생님이든 원하는 것일 것이다.
거기서 내가 터득한 것은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게 하자"였다. 처음에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순서를 정해서 마치 돌다리처럼 한 가지 한 가지 짚어주어야 하지만 그렇게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풀 힘이 생긴다. 그렇게 1개월, 3개월, 1년, 2년 지나는 사이 아이는 선생님이 특별히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문제를 풀 힘이 생기고, 더 어려운 문제도 스스로 풀어 보려고 노력하게 되는 모습을 나는 여러 아이를 통해 깨달았다.
사실 이런 나도 어렸을 때는 "답만 빨리 베껴 쓰고 나가 놀아야지!"라고 했던 아이 중에 하나다. 공부는 어려운 것이라고만 생각했고, 이놈의 공부, 언제 없어지나... 하며 빨리 공부를 안 해도 되는 (?)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웬걸? 공부는 계속되었다. 일단 고등학교 때에는 죽자 사자 일본어에 매달렸고, 가까스로 가게 된 일본에서도 일본어뿐 아니라 일본 역사, 대입을 위한 일본어 (문제 풀이 방식이 달랐다), 영어 (기초만 8번 이상 배운 듯..) 거기에 대학 때는 일본 고전.. ㅡ.ㅡ (일본 문학을 공부하러 들어갔더니 겐지 모노가타리 이런 거 배움...ㅡㅡ) 그리고 한국으로 들어와서 일본어 통역, 번역, 가이드.. 다시 영어,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한자, 중국어, 수학, 국어... 공부가 끝나지 않는다. (너무 장황해지니 여기까지 끊기로 하겠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종사하게 되면서도 계속되는 공부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배운 것을 언제 써먹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제 공부가 끝날 때도 되었는데 도통 끝나지 않는 나의 공부에 대해 자존감도 떨어지게 되고 아직도 배우고 싶어 하는 열망이 부끄러워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서 내가 배우는 것을 즐기고 있고, 그로 인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야 스스로가 자신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의 배움이 다양하고 길었던 것은 공부하고 있는 동안이 즐거웠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앞으로도 배워야 할 것들은 매우 많다.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게 남은 인생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아이들이 부럽기도 하다.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어릴 적이 생각난다. 공부하기 싫었던 시간, 시험 점수로 인한 스트레스, 공부를 잘하는 아이를 향한 열등감과 바닥으로 떨어지는 자존심... 다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노력하고 있다는 것,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 평생 무엇을 하던 공부는 필요하고, 그것은 점수가 아니라 노력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종종 아이들에게 공부는 게임과 같다고 이야기해 준다. 게임도 처음에 시도할 때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이것저것을 배운다. 그리고 도전하고 이기면 재미있다. 하지만 게임의 경우 져도 재미있는데 같은 라운드를 이길 때까지 도전해도 재미있다.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를 맞혔을 때 재미있고, 못 맞추더라도 맞추게 될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도전하면서 비로소 맞추게 되면 그것의 희열은 게임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부의 경우 어른이 개입되고 점수로 환산하여 진로를 정하게 되기 때문에 좀 더 무겁게 느껴지다 보니 힘들고 벅차게 생각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제도는 잘못되었지만 여러 학교를 만들고 입학을 시켜야 하고, 전문가라고 자격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점수는 없어질 래야 없어질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냥 즐기는 수밖에 없다. 게임처럼 공부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나의 방법이 틀릴 수도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르니까. 하지만 아직 아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지 못했고, 시도도 못하고 있으니 먼저 태어난 내가 선생님으로서 가르쳐 주면 아이들은 해보다가 자신들의 방법을 찾아가면 된다. 그리고 행복해지면 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는 자신들만의 행복해지는 방법을 후배들에게 선생님이 되어 알려주면 된다. 그래서 모두가 행복해지면 된다.
먼저 태어났기 때문에 선생일 뿐이기 때문에 지금의 아이들도 성인이 되면 인생 후배들에게 선생님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저 그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