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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May 02. 2023

알리사 작가님, 저희 회사 다니셨어요?

작가님의 책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10년이나 다니던 회사에 호기롭게도 사표를 휙 던지고, 새로운 일을 한지 딱 11개월 차였다.

 

 이곳은 소기업이지만, 대표는 내 말을 잘 들어주는 듯했고, 익숙해지면 좀 더 수월하게 일을 하면서도 수입은 좀 더 올라 가리라고 희망했었다.

 

사실, 처음부터 단점은 있었다.

소기업이고, 이 회사 대표는 직원을 뽑아본 적이 없었기에 직원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전혀 체계가 없었다.

나름 사람이 좋은 것인지 어떤 것인지, 함께 일하기로 한 사람은 내치지 않는 성격이라고 하면서 입사한 사람이 일을 잘 못한다 싶으면 단 며칠 만에도 업무를 바꾸어주었다.


 나의 경우 영업이었는데, 대부분 고객에게서 직접 상담전화가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들이 전화를 해 오는 시간은 점심시간이나 늦은 저녁. 정말 그들이 원하는 시간대였다. 그래서 내가 나의 시간을 내기 위해서는 업무시간을 만들어 내야 했고, 전화를 받아야 하는 시간과 받지 말아야 하는 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상담을 하여 오더가 떨어지면 그것이 내 실적, 그리고 급여가 되는 것이기에 전화를 받지 말아야 하는 시간임에도 전화를 받아버리기 일쑤였다.

그뿐인가.. 대표는 시도 때도 없이 이러면 어떨까요 저러면 어떨까요라며 카톡을 보내왔다.


 처음에는 이 사람이 사람을 가르쳐 보지 못했기에 이러나 보다 하며 이해를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은 내가 이 사업을 내 일인 것 마냥, 내가 사장인 것 마냥 일해주길 원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내 급여는 매출이 발생한 것의 7%밖에 되지 않는 것이었기에 내 사업인 것처럼 일할 수는 없었다. 나는 고용된 프리랜서였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일에 대해 순서나, 허용범위라는 틀이 없었기에 일을 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고객이 요청을 하는 부분에 어떻게 응대하면 좋은 지도 아무런 피드백이 없었다. 그리고 피드백을 준다고 해도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고, 급기야 같은 것을 여러 번 물어본다고 짜증을 내기까지 했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다양한 일을 해 왔지만, 일머리가 없다는 평을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일처리가 빠르다는 말을 들어왔다. 그리고 10년 정도 내가 했던 일은 그 어렵다는 학부모의 비위와 아이들의 생떼를 받아야 했던 학습지 교사였기에 스스로가 일처리만큼은 완벽을 추구했다.


 그러니, 퇴사할 때 즈음에는 내가 <가스라이팅>에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격하게 들었고, 상대는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도와 일을 해결해야 하는 동료와는 친하게 지내지 않을 것을 강요받았지만, 결국 그 사람과 나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우리끼리 알게 됨) 또 때때로 따돌리거나 인격 모독을 하는 경향이 있음도 알게 되었다.


 결국 나는 다른 일이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이곳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만두겠다고 결정을 할 때 즈음, 나는 상당히 감정적으로 힘들었는데, 10년이나 일한곳을 너무 쉽게 그만두고, 또 이곳에서 1년도 되지 않아 그만두는 것이.. 이 나이에 너무 끈기가 없는 것은 아닌가. 세상을 너무 쉽게 본 것은 아닌가. 그 정도도 못 참는 사람인가. 하며 자신을 자책했다.


 그즈음 나는 심리학책이나, 에세이를 많이 읽고 있었다. 그러다, 나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를 예상하게 되었다.


어깨와 뒷목이 뻐근해지고 생리 불순이 온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통보했다.


 그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나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했기에  SNS나 블로그를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방법에 대해 배워볼까 하던 중에 그 회사와 비슷한 업무를 하는 회사의  홈페이지를 발견했다. 나는 기존 회사에서도 업무 자체는 좋아했기에 그곳의 홈페이지를 좋게 보았다.

 

 그런데 며칠 후쯤? 기존회사에서 연락이 왔고, 그쪽 대표는 화를 내며 나를 나쁜 사람 취급하고, 말일까지 업무정리와 인수인계를 마치기로 했는데 그 부분도 없이 그냥 다 그만두라고 하고 얼굴 보고 정산을 하자고 요청해 왔다.


 나는 너무나 황당해서 불쾌하게 한 부분이 있다면 죄송하다며 연신 사과를 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나는 그리 잘못한 것은 없다. 기존 회사는 이미 그만두기로 정해져 있던 것이고, 그 사람은 나에게 다른 쪽(아마도 경쟁사였던 듯..)으로 가기로 했냐고 확인조차 하지 않았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나는 그런 상황에서 그와 그 주변의 사람들에 둘러싸이게 되는 그런 장면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를 보호해야만 했다.


 그래서 결국 얼굴은 보고 싶지 않다고 서면으로 정산처리 잘 부탁한다고 문자를 남겨 두었다.


 답글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시간이 좀 더 지난 시점에 다시 한번 사과의 말과 함께 내가 그동안 그 회사에서 일하면서 힘들고 불쾌했던 부분을 언급하고, 가능한 한 빠르게 정산처리 해 달라고 종용했다.

 

답글이 왔다. 알았다고 했다.


이번에도 답글이 오지 않는다면 노동청으로 가져가려고 했다.  

그동안 당한 것들이 너무나 괴로웠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시간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이엄마나 되어서 이런 일을 겪다니... 믿고 싶지 않은 부분이기도 했다.


그리고 책에서 이런 부분을 읽었다.

어어...??

나도 이렇게 똑같은 일이 있었는데??

그래서 나도 이런 감정을 느꼈는데..?


이 작가님은 내가 듣는 책 쓰기 강의를 함께 듣던 알리사작가님이다.


비록 나는 책 쓰기는 뒤로 미루고 있지만, 이 작가님은 너무나도 착실하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분이 경험한 가스라이팅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나의 지난 11개월과 찰떡이었다.


읽으면서 또 고개를 끄덕끄덕...


 나이를 먹었지만 그래도 인간관계를 조심해야 하고, 자신을 잃지 않도록 자신만의 가치관이 세워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매우 공감하였다.


 새로운 회사와 일하게 되었다.

여기서는 내가 주최가 된다. 나만 잘하면 되는 것으로 이 회사의 물건을 내가 팔게 된 것이다.


스타트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더 잘 될 것이라고 스스로 다독이며 스스로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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