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May 24. 2023

매일 음성 녹음을 듣는 여자

전화 통화가 무서운 그녀의 속사정

 그녀는 오늘도 어제 통화한 내용들을 화면에 띄워 하나씩 차근 차근 듣기 시작했다. 

거래처와 한 통화 뿐 아니라 자신의 직원들과 했던 대화들을 떠올려가면서 혹시나 자신이 뭔가 말실수를 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평소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그들의 이야기가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하고 있더라도 왜 그들이 자신의 경험을 듣고 싶어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가 경험해 보고 결과를 내면 될 일을 왜 그들은 서로 공유하고 공감해 주기를 원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그녀를 모두가 좋아하고 이해하는 듯 보였다. 시시껄렁한 이야기들은 배제하고 담백하게 그들과 소통을 하면서도 그녀는 그들의 마음이 자신을 떠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몇달이 가지 않아 이내 그들은 그녀에게 등을 보이기 시작했다. 과거에도 그랬다. 술을 마셔도 그때뿐 정작 외롭고 힘들때 그들은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것이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였을까... 그녀는 평소 걸려오는 전화를 자동으로 녹음하는 시스템을 전화에 설정해 두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상대와의 통화를 다시 들어보았다. 그때 당시 자신이 무슨 말을 했고 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 다시 들어보지 않고서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녹음을 듣고나면 마음이 편안해 졌다. 자신은 실수 하지 않았다. 상대가 잘못한 것이다. 자신은 실수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년동안 아침마다 전날에 한 통화 내용과 갑자기 궁금해진 통화내역을 듣는 것이 그녀의 일과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그런 행동이 상대에게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이미 없었다. 그리고 그런 습관을 통해 자신이 얻은 것이 더 많아 보였다. 절대 실수 하지 않았다는 확신과 상대가 말실수 했다는 증거. 그것은 자신 주변의 사람들과 문제가 생겼을 때 꺼내 보여줄 수 있는 움직이지 않는 증거였다. 


 하지만 그녀가 그 증거들을 자신의 칼처럼 빼내어 휘두를 때마다 그녀 주변에서 사람은 하나 둘 사라져 갔다. 자신의 남편만이 자신과 함께 있어줬고, 자녀들 조차 자신의 일로 바빴다. 그래도 남편이 자신의 곁에 있는 것이 옳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그런거라고.. 


 이해가 안되는 것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들의 성향이었다. 이미 그만둔 직장의 동료들과 만나고 있거나,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자주 만남을 갖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궁금했다. 그들은 오지랖이 넓은 것 같았다. 그런 것은 시간이 많은 사람이나 하는 것으로 자신은 바빠서 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그들 역시 그리 여유가 있어 보이지 않는데 그런 데에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면 멍청해 보였다. 


 





-----------------------------------------------------------------------------------------------------


 위 이야기는 제가 직접 겪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3인칭 시점으로 적은 글로, 저와 그녀를 떠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된 사실과 에피소드를 조합하여 사실을 토대로 풀어내보았습니다. 


  그녀와 함께하며 이해가 안되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아직 괴롭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이 글을 쓰며 사람에 대해 좀더 깊은 이해와 넓은 마음을 갖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편협하고 자기 중심적인 그녀에게도 뭔가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외롭거나 슬플 때도 있겠지요. 그 마음을 보듬어 주지는 못하지만 저 역시 사람이기에 다른 이가 보았을때 중심을 잡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에피소드를 하나씩 풀 때마다 저의 시야도 넓어지고 조금은 발전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 보고자 합니다. 


 저는 타인과의 통화를 녹음해 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분과 헤어지고 녹음기능을 설정해 두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녹음을 듣지 않습니다. 습관이 되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녹음기능에 의존을 하다보면 전화통화 하게 된 배경과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말투나 단어선택만으로 상대와의 대화의 요점을 파악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통화 녹음을 하는 이유는 업무상의 일로 몇월 몇일에 오더가 떨어졌는지 (제가 하는 일은 영업입니다) 잊어버렸을 때를 위해서 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일하는 시간에는 컴퓨터 앞에 있기 때문에 통화를 하며 상대와의 카톡으로 일정 확정을 해 둡니다. 


 통화 녹음 기능이 휴대폰에 있는 것은 확실히 편리한 기능입니다만, 개발자는 이용자들이 어떻게 사용하길 원해서 이런기능을 넣어 둔 것일까요? 그것이 무엇이든 그런 기능을 통해 이용자들이 좀더 편리하고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되길 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나면 통화 녹음을 들으면서 자신의 단어선택, 음량들이 상대에게 어떤 느낌을 들게 하는지 생각해보고 좀더 발전해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녹음기능에 의존하기보다는 통화 당시의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나의 자세를 바르게 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가스라이팅을 피하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