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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Aug 29. 2023

누구나 가지만 나에게 특별했던 오사카

오사카 여행 1일 차 

 코로나가 끝나고 USJ에 가보고 싶다는 딸아이의 말에 오사카 여행을 계획했다. 고등학교에 갓입학한 딸아이와의 단란한 시간이 필요했던 터라 딸아이의 말을 덥석 물어 여행준비를 했다.  예약된 비행기는 8월 첫째 주. 덥디 더운 8월의 열기에 일본이 더워봤자 얼마나 덥겠냐며 호기롭게 날짜를 결정했다. 아이는 고등학생이고, 나 역시 휴가를 따로 낼 수 없는 일이기에 일본에서도 일을 하며 다닐 각오로 정한 주중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에 걸친 여행일정이었다. 


 꽤나 미리 결정된 여행이었지만, 그렇다고 그전에 시간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여행스케줄을 짤 수가 없었던지라 가고 싶은 USJ와 호텔 근처에서 들러야 할 곳, 먹어야 할 것들만 조금 정해 두었다. 사실 수요일 저녁에 출발해서 목요일과 금요일, 그리고 오는 날까지밖에 시간이 없었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중 금요일은 USJ에서 다 쓸 예정이었으니, 정작 우리에게 있는 시간은 목요일과 토요일 오전정도였다. 


 

 

인천 공항과 간사이 국제공항을 잇는 항공으로 선택을 한 곳은 저렴한 피치항공. 핑크색이 예쁜 비행기였다. 비행기를 타봤자 1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곳이기에 그 돈으로 좀 더 맛있는 것을 먹거나 호텔에 사용하자는 생각으로 저가항공을 선택했다. 비록 허리가 아파서 나중에 후회를 했지만 말이다. 


 우리의 여행은 공항에서부터 시작했다. 오랜만에 온 인천공항이었기에 여기저기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아 눈이 즐거웠다. 고등학생이 되어 말도 줄어든 딸아이 역시 즐거운지 이곳저곳 사진을 찍고 재미있어했다. 다른 사람을 끼지 않고 둘만 여행을 떠난 것은 잘한 선택인 것 같았다.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고 작은 것에도 신기해하며 그렇게 출국심사를 거쳤다. 




 약 4년 전에 후쿠오카 여행을 했을 때 들었던 가방과 케리어는 그 당시에도 이미 오래전에 샀던 것들이었기에 이번 여행을 위해 아이와 나의 여행케리어를 구입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하늘색과, 나의 핑크색. 깔끔한 색의 가방들이 설레는 우리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케리어와 케리어 위에 얹도록 되어있는 작은 가방에는 의외로 많은 것들이 들어갔는데, 아이는 운동화와 옷으로 가득 채웠고, 나는 신발은 한 켤레, 옷은 세벌(그 마저도 한벌은 입지도 못했다) 그리고 소설책 2권을 넣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지만, 그래도 얼굴만 보고 있지는 않으리라 생각하며, 이동 시간을 이용해 읽다만 책과 새로 나온 소설을 다 읽고 싶었다. 마침 두 소설 모두  배경이 일본이다 보니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 안에서 보는 비행기는 늘 웅장하고 멋있어 보인다. 나를 다른 나라로 데려다준다. 일본에서 꽤 오랜 기간 살았고, 지금도 그 당시의 친구들과 연락을 하고 있다 보니, 일본은 다른 나라라는 느낌은 거의 없다. 이번 여행에서도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거의 8년 만이다 보니 여러모로 설레는 여행이 될 거다. 저렇게 커다란 비행기에 몸을 싣고 다른 나라로 떠나는 거다. 며칠 동안이지만 한국과 떨어져 일상과는 다른 환경에 있을 거라 생각하니, 꿈같은 느낌마저 든다. 


 매일 열심히 일하고, 고민하고, 고뇌했던 그런 일들은 마치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것들은 그저 지나가는 것에 불과한 거다. 이렇게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는 걸 보면 너무 모든 것을 싸안고만 있는 것도 답은 아닌 것 같다. 그런 것을 때로는 내려놓고 자유롭게 나를 전혀 다른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도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 성격이 노출을 싫어하고 밖보다는 실내활동을 좋아하고,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사용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고등학생 딸이 있는 엄마다 보니 여러 가지로 억누르고 있었던 것일지 모른다. 스스로가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이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었다.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너무 안에서만 있지도, 그렇다고 너무 밖에서만 있는 것도 좋은 것이 아닌가 보다. 



 간사이 공항에서 한 정거장 정도 간 역에 위치한 호텔에 하루 묵기로 예약을 했었다. 도착시간이 10시가 넘은 시간이었기에 난바거리까지 가는 것은 아이도 나도 무리일 거라고 미리 예상을 했다. 새로 산 캐리어가 비행기의 화물칸에 이쪽저쪽 검댕이를 묻혀 와서 속상해하면서 전철을 탔다. 그래도 다른 나라로 여행을 한 거니 몸이 피곤하더라도 편의점은 한번 들러서 저녁과 내일 아침에 먹을 음식을 구입했다. 한쪽 끝에서 보이는 좋아하는 기린 맥주를 보며 입맛을 쩝쩝 다셨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다이어트를 이번 여행 때문에 망치고 싶지 않았다. 


 여자의 다이어트는 평생이라지만, 지금 나는 일생일대의 마지막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터라 맥주는 포기하고 연두부를 손에 들었다. 간만의 여행이기에 안 먹는다 해도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때도 있을 것이기에 지금은 참아야 할 때였다.  


 12시가 넘은 시각에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은 정말 역에 바로 붙어 있어서 편리했다. 그리고 16층이다 보니 야경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내부도 거실과 침실이 슬라이드 문으로 분리되어 있어 아늑하고 좋았다. 


 하지만 방을 사진을 찍을 기력도 없이 샤워하고 몸을 뉘었다. 너무 시간이 늦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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