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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Sep 22. 2023

잠깐의 즐거움을 손에서 놓는 일

제 3자가 되어 나를 바라보자.

 때때로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과의 만남이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워서 딱 지금만 같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늦게 들어온다고 타박하는 엄마나, 너무 수위가 높은 스킨십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 그런 것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금이, 내 옆에 있는 이 사람만 있으면 된다.

 그런 경우 그 사람의 성격이나 성품, 그리고 그 사람의 단점 따위는 그리 큰 단점이 아니다. 나의 말 한마디면 조금씩이라도 바꿔주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면 나의 마음이 아플까 봐 하는 선의의 거짓말일 뿐이다.


 하지만, 정말 그게 행복인 걸까.


여행을 위해 버스를 탔는데 그 버스가 잘못된 길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어떻게 하면 옳은 길로 갈 수 있을까.

 잠깐 버스에서 내려서 버스 앱을 열고 목적지를 다시 검색하여 버스를 갈아타야 할 것이다.

 

 첫 번째 버스를 타고 가는 길도 처음에는 올바른 방향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다가 보니 점점 목적지와는 다른 길로 향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 버스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고,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아름답다. 그래도 목적지가 정해져 있다면 내려야 한다. 그리고 다소 돌아간다고 할지라도 다른 버스를 기다려서 타야 하는 것이다.


 인생의 여행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금 정한 노선이 올바른 길인지 제 3자의 시점에서 자신의 길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당사자는 좋아 보일지라도, 제 3자의 시점에서 보면 불건전하고, 건강하지 않고,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은 정말 너무나 어렵다. 내가 원하는 것을 거스르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약을 하는 사람, 담배를 피우는 사람, 술을 너무나 많이 마시는 사람... 그들이 나쁜 것을 끊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들은 이런 것들이 나쁘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이 원하니 끊지 못한다. 끊었다 해도 다시 생각나고 다시 생각나서 그런 생각의 끈을 끊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한다면 병에 걸리거나 심지어는 죽을 수도 있기에 원하는 것을 거스르는 일을 해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그렇게 까지 나쁘지는 않아도, 나의 인생에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는 만남, 습관, 행동을 하고 있다면 뼈를 깎는 고통을 겪더라도 중단해야 한다.


 가끔 뉴스에 연인 폭력건으로 살인을 저지르거나 하는 일이 나온다. 연인의 폭력성이 그때 한번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처음 상대가 폭력적임을 알았을 때 바로 조치를 취했다면 죽지는 않았을 텐데.. 그렇게 고통을 받지는 않았을 텐데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상대의 폭력이, 상대의 나쁜 습관이 나로 인해 좋아질 것이라는 착각은 쓰레기통에 넣어두길 바란다. 절대 그럴 일이 없다. 스스로 고치려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다.

 그를 만나고 싶은 마음은 백번 이해하지만 절대로 절대로 중단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을 바로 잡는 길이기도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가족이 나쁜 사람이지 않는 한, 그들을 사랑하고 아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자. 그러한 노력은 몇 년 몇십 년을 한다 해도 부족하다. 가족이기에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진 말을 하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 말과 행동이 사랑에서 비롯됨을 부정하지 말고 그들의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신을 사랑해 주고 아껴주는 가족들을 언젠간 존경하고 존중하게 되지 않겠는가.


 잠시 만난 옆집 아줌마나 아저씨. 지나가는 사람, 학교 선생님이 좋은 분이라고 인식되는 거라면, 오래도록 함께 해 온 가족들의 좋은 부분을 익숙한 나머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자. 그 부분이 해소되고 나면 우리 가족들도 존중받고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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