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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Sep 04. 2023

사이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고양이들

인생도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다 고양이들처럼.


 다른 다묘가정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유튜브를 뒤져 보아도 치열하게 싸워대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서로 죽고 못 사는 아이들도 있다. 우리 집 고양이들은 이제 서로 가족이라는 것을 인지한 듯, 함께 나누어 쓰는 것, 나누어 먹는 것에 익숙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행히도 온이는 장난감으로 마구 노는 것보다 놀고 있는 흑미를 보는 것을 좋아하니 잘 맞는다면 맞는 것이리라.



 아직도 온이는 흑미가 따라오거나 귀찮게 굴면 하악질을 한다. 처음에 비해 빈도수는 줄어들었지만 처음 온이가 하악질을 하는 것을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 내가 봐도 너무나 귀찮게 하는 흑미.. 나름 친근한 표현이리라.


 친근한 표현이라고 하니, 사람도 각기 나름의 친근한 표현을 한다. 사람마다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때로는 그러한 갭때문에 상처를 받을 때도 있다.


 흑미처럼 온몸으로 친한 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도 있고, 슬며시 배려해 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흑미에게 온이가 하악질을 하듯, 사람도 너무나 들이대면, 아주 낯선 상황에서 그런 사람은 조금 고마운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당황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온이처럼 하악질 까지는 아니어도 털을 곤두세우곤 한다. (누가 나의 곤두세운 털 좀 봐주길!)




 때때로 온 세상이 나 하나를 적으로 두고 덤비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컴플레인이 하나 들어와서 신경 쓰고 있는데, 밥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는 내가 주문한  음식만 너무 늦게 나와 함께 식사한 사람들은 다 먹고 기다려야 한다거나, 거기에 더해 읽고 싶었던 책을 주문해서 도착한다는 메시지에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가도  택배박스를 뜯어보니 겉표지가 구겨져 있다거나 하는  그런 일들이 겹쳐지는 그런 일들 말이다. (책 표지가 상하는 것이 싫어서 대부분 포장을 하는 1인이랍니다.)

 

 그런 때에는 정말 너무너무 짜증 나서 밥 먹기도 싫어지고, 그런 주제에 배가 고픈 거 마저도 너무 화가 나서 왜 사람은 배가 고픈거냐며 소리칠 때도 있었다.(일시적으로 너무 바쁘다 보니 그런 감정이 들 때도 있었다.)



고양이들에게도 그런 일이 있는 건지.. 하루 종일 비가 오고 꿉꿉한 날이면 온이는 흑미에게 다른 날에 비해 좀 더 적대적일 때가 있다. 그런 때에는 밥도 조금 남기고 하악질도 잦다. 그렇게 감정적으로 뾰족할 때에는 흑미도 웬만하면 온이 곁으로 가지 않는다. 이 작은 아이도 형인 온이의 감정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도 그렇게 상대의 감정을 읽으려고 노력하면 조금은 폭신폭신한 관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쉽지는 않지만 이해의 폭을 좀 더 넓히고, 나 자신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도 중요함을 알면 좋겠다.




 오늘부터 읽고 있는 책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의 첫 번째 이야기 속의 7살 된 나희는 어느 날 유치원의 친구를 때린다.  나중에 상대 아이가 나희네는 집이 작아서 강아지를 키울 수 없다고 놀리고 밀었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CCTV상에서는 나희가 때린 것만 확인되었고 상대 아이의 얼굴에 상처가 생겨서 앞으로 치료받는 비용까지 계산해서 100만 원을 청구했다.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에게 상처 입었다고 100만 원이나 청구하다니.. 문득 약 1년 전에 들었던 비슷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중학생이었는데, 반친구끼리 집단적인 따돌림과 언어폭력등으로 반의 분위기도 좋지 않았던 중에 벌어진 주먹다짐이었다. 상대 아이는 약게도 성적도 좋은 대다가 선생님들 앞에서는 얌전하게 구는 아이로 앞뒤가 다른 아이였다. 다행히 그 아이가 폭력을 휘두른 아이에게 보낸 메시지들이 밝혀지면서 그쪽에서 요구한 돈을 주지 않고 해결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 그 아이의 엄마도 돈을 요구했다.


 언제부터 같은 반 아이들끼리의 소소한 다툼이 화해와 이해가 아닌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일까. 피해자 아이들의 얼굴에 난 작은 생채기가 부모님들의 눈에는 후시딘으로는 절대로 나을 수 없는 상처였던 것일까. 그렇게 해서 받은 돈은 정말 아이들의 상처 치료에 사용되는 걸까? 같은 반으로 남을 아이들은 서로에게 어떤 마음을 갖고 생활을 하게 되는 걸까. 그들이 커서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그때 그런 일이 있었는데 100만 원이나 받았다며 잘했다고 생각할까?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바라본 온이와 흑미는 서로 자주 투닥투닥 하지만 때때로 둘도 없이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원래는 혼자 사용해도 좁은 투명볼 위에서 온이가 쉬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던 흑미가 그 높은 캣타워로 순식간에 올라왔다. 흑미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형아라는 듯이 온이를 껴안았고, 이때만큼은 준비가 되어있었던 온이는 그런 흑미를 받아들여줬다. 화를 내고 하악질을 할 줄 알고 긴장했던 나는 그런 온이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 온이도 어느 정도 흑미의 패턴을 익힌 것일까.


 한때는 흑미의 손에 눈 한쪽을 감고 있어야 할 정도로 당한 적도 있었던 온이... 하지만 이제는 서로 그 정도의 강약조절은 하면서 함께 살아간다.


 우리의 인생도, 사람관계도 그런 것 같다.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기에 인생과 나 사이, 투닥투닥 다투게 되기도 하고 길을 잘못 선택하기도 하고, 나름의 좋은 방향으로 사람을 사귀어도 보지만,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지고, 많은 생각들을 하다 보면 어느새 인생과 나사이,  나와 타인 사이를 밀당하듯, 강약 조절을 하게 된다.



 너무 화를 낼 것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착하게만 굴 것도 없다. 적당히 이기적이면서 적당히 배려해 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이기에 당연히 화가 날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다.  타인에 의해서 그럴 수도 있고, 스스로에 의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절대 그럴 수는 없다며, 나의 평화를 깨는 것은 그 무엇이든 용서할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면 당장은 아이엄마가 요구한 100만 원의 달콤함처럼 현명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그 100만 원 때문에 정작 내가 어려울 때에는 손을 내밀어도 그 손을 보아줄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사람은 늘 좋은 것만은 아니고, 안 좋을 때도 있기에, 좋은 것이 있을 때는 나누고, 안 좋은 것이 있을 때는 도움을 받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겠다.


 고양이들처럼 서로 좋을 때에는 꼭 붙어 있고, 좋지 않을 때에는 배려해 주고, 또 이해해 주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고 싶다.



오구 오구! 온이 잘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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