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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Aug 28. 2023

자동차에 들어간 고양이

추위를 피하러 자동차 보닛에 들어가는 고양이 

"똑똑"

"누구세요??"

"경비인데요~ 자동차 보닛 좀 열어주셔야겠어요"

"네???"


 경비아저씨 말씀으로는 고양이가 내 차의 보닛에 고양이가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다른 차량의 보닛에서 소리가 나서 다가가 보니 아기 고양이가 튀어 나와 다른 차로 옮겨 들어갔는데 그 옮겨간 차가 내차다. 내 차 주변에 같은 단지에 사는 분들 몇 명이 둘러있었다. 이런 일로 주목을 받다니.. 


 자동차 보닛을 열었다. 

고양이의 "냐~"하는 소리는 들려왔지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쪽저쪽 쑤셨더니 아래로 도망 나와서 쏜살같이 다른 차로 다시 들어갔다. 결국 모양도 보지 못했고 그저 다른 차량에서 "냐~냐~"하는 소리만 들려왔다. 


새벽에 나를 깨우러 들어온 온이 냥반 ㅡㅡ 졸리다 인마!

 

 해마다 추워지는 이 계절이 되면 자동차 보닛에 들어가서 결국 죽게 되는 고양이가 많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에서 시체냄새도 나도 결국 자동차가 상하는건데.. 고양이도 안타깝고 자동차도 안타깝다. 엔진이 돌고 있었던 자동차는 따뜻한지 길 고양이들에게는 꽤나 매력적인가 보다. 나도 추위도, 더위도 잘 타기 때문에 길에서 힘들어하는 고양이를 보면 안쓰럽다. 그렇지만,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면 다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기에 그들의 촉(?)으로 나름 살 수 있는 길을 마련하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 그 아이들은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꽤나 위험한 곳도 선택하여 들어가곤 하는 것이었다니 좀 더 많은 안식처를 마련해 주지 못하는 나의 상황이 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집 고양이들, 특히 4년이나 나와 살고 있는 우리 온이의 경우에는 추위를 꽤나 좋아하는 것 같다. 

1층에 위치한 우리 집에서 베란다 쪽으로는 아파트의 구석에 흔히 있는 작은 정원이 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 산책을 하는 사람 등등이 지나다니는 곳으로 처음에는 담배냄새가 솔솔 들어오기도 하고, 사람을 피해 통화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어서 종종 듣고 싶지 않은 말들도 들려오곤 했다. 하지만 이전에 공부방을 했던 곳이기에 점점 담배를 비우는 사람들의 발이 끊어지고 산책하는 사람들 조차 조용히 지나다니게 되었다. 바람이 솔솔 들어오고 새들이 놀러 오는 그런 곳, 겨울이 되어 눈이라도 오면 온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는 찬 기운이 곧바로 느껴지는 곳, 그곳이 바로 우리 집 베란다이다. 그리고 그 베란다 창의 바로 앞자리가 온이의 자리이다. 



베란다 쪽에 위치한 온이의 자리들


 푹신푹신한 곳에 꾹꾹이를 하는 온이를 보고 한때 고양이들이 좋아한다는 쿠션이니 뭐니를 사 줘 보아도, 온이는 그것들에 큰 흥미를 갖지 못했다. 온이는 생각보다 딱딱한 마룻바닥을 좋아했고, 쿠션이라 해도 바닥이 느껴지는 단단한 느낌의 방석을 좋아했다. 잠자리 역시 그런 곳으로 자리를 잡아 눕다 보니, 어느새 내가 책상으로 쓰는 큰 테이블이나, 피아노 위가 온이의 자리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베란다 밖이 시원하게 보이는 창가자리를 좋아하는 주인님이다. 날씨가 추워도 베란다 창을 열어줄 수밖에 없고, 비가 와도 온이의 얼굴만큼의 넓이만큼은 창문을 열어둔다. 온이는 모기장 밖의 공기를 온몸으로 쐬이며 그야말로 느긋한 시간을 자주 보냈다. 


 때때로 나는 일부러 바깥쪽으로 나가 온이가 내다보는 베란다 쪽으로 가서 서서 온이를 불렀다. 맨 처음 나를 발견한 온이의 얼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어..? 엄마가 왜 저기 있지.. 방금까지 나랑 같이 있었는데..' 하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반면, 아직 어린 흑미에게는 그런 취미 따윈 보이지 않는다. 온이가 가지고 놀지 않는 양모 공을 여기저기 놓아주면 하루 종일이라도 이 공들을 가지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온이를 괴롭히고, 장난치고 난리난리를 치는 우리 흑미는 온이의 어릴 적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폭신폭신한 것을 좋아하고, 사람 옆에서 자는 것을 좋아하며, 어리광도 심하고, 엄살도 심하다. 아직 추위 하고는 맞서보지는 않았지만, 체질 상 서늘한 곳에서는 콧물을 달고 있는 걸 보니 추운 것을 견디지 못할 것 같다.  


 이렇게 고양이들마다 체질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니 바깥에 있는 고양이들이라 할지라도 유독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겠지. 밖에 있는 고양이들이 자유분방하고, 바깥의 기온에 적응이 되어있다고 할지라도 조금의 추위에 위험한 줄 알면서도 자동차의 보닛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있는 걸 거다. 


온이의 만족스러워하는 입매

 사람도 적응의 동물이다. 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밑에서 배우고 가르침 받으며 자라다가 나이를 먹으면 사회에 나와 직업을 갖고, 결혼을 하여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그렇게 늙어 자녀가 결혼하는 것을 보고, 손주를 보고... 그러한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살아간다. 때때로 잘못된 가정에 태어나서 사랑을 받지도 못하고 오히려 외로움과 추위를 먼저 익혀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아이들도 견디다 견디다 자동차 보닛과 같은 잠시잠깐 따뜻한 곳을 찾아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그곳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온몸이 시린 추위에 견디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 


 하지만 바깥의 고양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따뜻한 쉼터와 먹을 것을 제공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관심으로 하루밖에 살지 못할 고양이들도 10일을 100일을, 그 이상을 살아가기도 한다. 그 처럼 어린 몸으로 세상의 불공정을 이겨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어른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면 그들에게도 그런 쉼터와 같은 곳이 생기지 않을까. 그리고 그 아이들도 커서 자신들이 받은 사랑을 자신과 비슷해 보이는 아이들을 위해 나누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대를 이어 사랑을 나누다 보면 사람사이에 잃었던 사랑과 관심들이 다시 조금씩이라도 자라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나쁘게 되는 과정 속에 사람들의 무관심, 모본이 되지 못한 아이를 몸과 마음에 품고 있는 부모, 또 그들의 부모, 가난... 많은 것들이 겹쳐지고 또 겹쳐져서 마음이 딱딱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나의 작은 관심이 어쩌면 그들의 궤도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해 주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까 하고 조금은 터무니없는 생각을 뻗어나가 본다.


 나는 어떤 관심을 보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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