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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Oct 22. 2023

이빨 빠진 고양이는  귀엽다

작고 소중한 이를 가지고 노는 고양이 흑미

타닥..타닥....


컴퓨터로 일을 하다가 보면 가끔 장난꾸러기 흑미가 먼지나 화장실 모래를 가지고 놀 때가 있다.

고양이가 두 마리나 되다 보니 으래 뭉쳐진 먼지가 보이곤 하는데 귀염둥이 둘째 흑미는 이러한 먼지도 자신의 공인양 양손으로 굴리곤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타닥타닥..


먼지를 굴리다 입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큰일이기에 얼른 무엇을 가지고 노는지 검사를 했다.

알고 보니 흑미의 앞이빨이었다.




 온이가 어렸을 적에는 이빨이 빠지는 것도 너무나 귀엽고 신기해서 하나하나 많이 확인했던 것 같은데 둘째 이고보니 이제는 그리 신기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작고 귀엽고 소중할 뿐이다.


 저 개구쟁이에게도 이를 가는 시기가 있구나하고 생각하면 당연하지만서도 신기함이 옅어진 것이 서글퍼질 때도 있다. 다행히 고양이 이기에 섭섭해 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호기심이 사라진 나의 모습은 마치 나이가 들어 그런 거라는 생각에
우울해지고는 한다.




흑미의 입을 열어보았다. 역시나 앞이빨이 하나 빠져 있었다 맹구 같이...

고양이에게 있어 양쪽 이빨이 없는 것은 약간 웃기게 보인다.
하지만 집 고양이에게 앞니빨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기껏해야 사료를 먹는 것뿐이지 않는가?
그래도 귀여운 이빨이 뭔가 나에게는 필요 없지만 소중하다.



 집안을 정리해보니 우리 집에도 필요는 없지만 소중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필요를 논하자면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은 것은 왜일까?


 나는 물건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은근히 많다. 어릴 적 어딘가를 놀러 갔을 때마다 엄마는 기념품을 사주지 않았다.
기념품은 다른 곳에서 파는 것보다 가격이 비싸고 쓸데없다. 그래서인지 내가 어른이 되어서는 그 쓸데없는 기념품을 사고는 한다. 그러면 그 기념품을 보고 어디에 다녀왔었구나 하고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역시 그렇게 모은 기념품 또한.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필요한 물건들은 아니다. 그저 짐만 늘 뿐이다. 이미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에 버리기도 어렵다. 그래서 요즘은 기념품보다는 사진을 선호한다. 예전에는 사진을 찍기 싫었다. 뚱뚱해 보이는 사진도 못 생겨보있는 사진도 너무나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념품을 사면 돈도 많이 들고 예쁜 쓰레기에 불구하기 때문에 처리도 어렵다. 그에 비해 사진은 휴대폰 안에 다 들어가기 때문에 나중에도 꺼내 보면서 어디에 갔었는지 확인하고 회상에 젖을 수 있다. 그런 걸 보면 나도 이제는 많이 늙었나 보다 싶다.

 어릴적 엄마가 그랬다 가족을 모아놓고 자꾸 사진을 찍는 것이다. 사진 찍기 싫었는데 카메라 앞에서 억지로 웃는 것 자체도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그러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 사진 찍고 억지로 사진 찍고 남는건 사진밖에 없다며 찍고 찍고 또 찍고..


그럼에도 작고 소중한 쓸데없는 물건들이
우리 집에는 아직 많다.

살아간다는 것은 쓸데없는 잡다한 물건들이 많아지는 것인가 보다 답답한 물건들 속에는 다양한 사연들이 있어서 그러한 사연들이 모여서 나를 이루고 있다.


 나 또한 미니멀라이프를 외치며 잡다한 물건들을 상자에 넣거나 버리거나 사진으로 남기거나 한다.

그 작은 것을 아껴서 얼마나 부자가 될까 싶기도 해서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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