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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Oct 30. 2023

친구가 그리운 고양이

창 밖을 바라보는 고양이 온이를 보며 


유난히 창 밖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 온이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베란다 창 밖의 움직임에 예민했던 온이는 

1층인 우리 집의 베란다를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 

우거진 나뭇가지를 흔들거리며 

저들만의 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새들을 바라보며, 

마치 자기도 그 이야기에 끼고 싶다는 듯이 말을 걸기도 하고, 

또는 함께 농록 싶다며 평소 보여주지 않는 채터링을 해 대기도 했다. 


동생이 아직 없었을 때에는 

어딘가에서 놀러 온 고양이들이나 강아지들의 소리가 들리면 

밥을 먹다가도 얼른 뛰어가곤 했다. 


그렇게 창 밖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 온이를 위해 

베란다 밖을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화분 선반의 한쪽을 내어주었다. 

철제로 되어있어 차가울 수 있으니 

방석까지 깔아주었다. 


지금 그 방석은 온이의 털이 가득 박혀서 

털방석이 되어버렸지만, 

게으름이 살짝 걷혔을 때 

방석 위의 털들을 털어내주었다. 

그렇게 모인 털들에서 온이의 사랑스러운 냄새가 난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자주 들은 말은 

"고양이 털이 너무 많이 빠지지 않아요? 그것만 없어도 

고양이를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요"였다. 


처음에는 나도 그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고양이가 주는 사랑스러움과 행복은 

집구석구석 먼지와 함께 굴러다니는 

털 따위에 지지 않는다. 


옷에 붙은 온이의 털을 보며 되려 

'온이가 여기까지 쫓아와 줬구나. '

하며 함께 있지 않은 온이에 대한 그리움을 

채워주는 존재로 생각이 되기까지 했다. 


사람도 그렇다. 

사람도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다. 

함께 지내면서 모든 것이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것들 마저도 

사랑의 눈으로 바라봐 주고 

다소 부족한 부분도 

내가 채워 줄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고양이 온이를 통해 

한 가지 더 배워간다.

고양이는 대단하다. 

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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