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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Oct 31. 2023

온몸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고양이

사랑은 때때로 갈구해야 한다

우리 집 둘째 고양이 이름은

<흑미> 다.


까만 털에 중간중간 흰색의

양말과 덧신을 신은 듯한

우리 아기 고양이는

벌써 우리 집에 온 지도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이 친구를 입양할 당시

같은 배에서 4마리의

아기 고양이가 나왔는데

색과 모양이 다 제각각인 데다

성격도 너무나 달랐다.


흑미는 마치 자신을 데리고 가 달라는 듯

내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올라왔다.


지금도 흑미는

내가 외출을 하고 왔을 때나,

샤워를 하고 나올 때,

방에서 돌아다니고 있을 때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주장이라도 하는 듯,

나를 놀라게 하거나

소리를 낸다.


흑미가 내는 소리는

"꾸룩꾸룩~

흐흐 흥~~~

에, 옹!"

이런 소리인데

기분에 따라 내는 소리인지 아닌지..


첫째 온이에 비해

말 수도 많고

자기주장도 강하다.


사실 생긴 것으로만 따지면

나름 혈통이 있는

온이가 더 귀엽게 생겼다.


하지만

온이는 조용하고 얌전한데 비해

흑미는

싱크대 위까지도

스스름 없이 올라오고,

내가 무엇을 하든 쫓아다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에서 무슨 일을 하면

흑미가 쫓아다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그런 흑미의 모습이 마치

지루하고 고된 집안일을

도와주려는 모습인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도 자녀가 많은 집의 아이는

제 몫의 간식, 맛있는 음식을

차지하거나,

엄마와 조금이라도 함께 있고 싶어서

빨리 학교에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흑미도 그런 것일까.


온이가 한 배에  몇 마리의 아이들 중에  

한 마리였는지는 몰라도,

흑미는 한 배에 4마리나 함께 있었으니,

엄마에게서 나오는

포근하고 맛 좋은 젖을 차지하기 위해

4마리의 아이들이 나름의

치열한 경쟁을 하고,

엄마의 손길을 한 번이라도

받고 싶어서

조금도 엄마의 곁에서

떠날 수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덕분에 흑미는

지금 우리 집에 와서

나뿐만이 아니라

온이의 사랑도 듬뿍 받고 있다.


노는 것을 바라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온이기에

흑미는 온이의 장난감을

다 차지할 수 있었고,

엄마의 참견을 귀찮아하는

온이이기에

흑미가 엄마의 참견을 받을 수가

있었다.

 

지금도 내 옆에서

내가 얼마나 타자를 잘 치는지 바라보고

때때로 키보드를 누르는 흑미는

관심병이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나도

처음보다 흑미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흑미가 머리를 갖다 대면

쉴 새 없이 만져주고 비벼준다.

그렇게라도 친엄마에게 다 받지 못한 사랑을

새엄마에게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사람도 누구나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릴 적에는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나이가 들면서 더더욱

사람에게서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관심과, 사랑이

아쉬워진다.


그렇지만 아무도

내가 원하는 대로의 사랑의 표현을

해 주지 않는다.

그런 점은

고양이 흑미에게서 배운다.


사랑을 받고 싶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나를 사랑해 달라고

말하는 거다.


상처받는 말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그런 말은 상처받는다"라고

말하고

사랑받고 싶다면

"이렇게 표현해 주세요"하고

말하는 거다.


고양이처럼 솔직하게 말을 하다 보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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