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도, 마음도 사람의 손길을 좋아한다.
늦은 저녁.
유난히도 추운 1층 우리 집에 선풍기 모양의 난로가 들어왔다.
사무실용으로 자주 쓰이는 선풍기 모양의 난로를 동생에게 받아서 처음 틀어보았다.
베란다 창문 쪽에 문을 두고 자는 나는 겨울이 되면 살짝 추위를 느끼면서 잠에 들곤 했다. 올해부터는 조금은 따스해지겠지.
책을 읽어도 될 정도로 환한 불빛에 우리지 둘째가 침대 위로 올라왔다.
늘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울 때면 온몸으로 갸릉갸릉 소리를 내며 나에게 다가온다.
벌써 7개월 차인 흑미는 우리 집에 올 때부터 감기를 앓고 있었다. 힘이 없을 법도 한데, 우리 집에서 제일 쌩쌩한 모습으로 기침을 해 가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던 흑미.. 하지만 지금은 별 다른 아픈 곳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사람 손을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 집 고양이 두 마리 중 흑미는, 내가 첫째인 온이를 쓰다듬고 있으면 나도 만져달라는 듯이 어디선가 달려온다. 질투를 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이렇게 귀와 얼굴, 턱을 만져주면 지그시 눈을 감고 좀 더 해 달라는 듯 얼굴을 들어 올린다.
그러면 낮동안 온이와 둘이서만 있었던 엄마의 빈자리가 조금은 채워지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든다.
한번 쓰다듬으면 충전 10%
두 번 쓰다듬으면 충전 20%
이렇게 만질 때마다 충전이 되는 듯.. 이런 충전은 흑미의 마음이 충전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내 마음의 충전이 되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하루를 살다 보면 일이 잘 안 풀리는 때도 있고, 일이 너무나 잘 풀려서 하늘을 날고 싶을 때도 있고, 그저 그런 날도 있고, 아무 일도 없는데 그냥 마음이 불편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집에 두고 온 고양이 두 마리가 생각나곤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싶지만 볼 수 없을 때에도 나는 온이와 흑미를 생각한다.
고양이들은 비록 말은 못 하지만 나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듯한 눈빛을 할 때가 있다. 그것도 자주..
내가 없던 빈자리를 외로워했을 아이들을 만져 주면서 충전해 주듯, 이 아이들도 내가 힘듦과 고됨들에 먹혀버린 마음들을 충전해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서로 채워주면서 또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겠지..
그동안 너무 마음을 쓰면서만 살아온 것 같다.
부모님에게, 친구에게, 남편에게, 딸에게, 회사의 일에...
에너지도 너무나 많이 사용하면 고갈이 된다는데, 우리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쓰는 데에만 급급해서 채우는 것을 잊었나 보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사용해 왔던 마음들을 채우기도 하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적절한 시기에 아이들이 나에게 와서 고갈되어 없어질 뻔한 나의 마음을 채워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꼭 고양이가 아니어도 괜찮다.
마음을 채우기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의 마음을 어떤 방법으로 충전시킬 수 있는지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고양이가 있지만, 이 아이들과 떨어져 있을 때는 이 아이들의 사진으로 채워야겠지.
그렇게 내 안의 작은 고양이인 마음을 쓰다듬어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