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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Nov 15. 2023

고양이들이 서로 친한 척하면 질투나

솔직한 고양이들의 표현을 본받아보자 

  아침에 눈을 떠 여기저기 굳은 몸을 쭉쭉 늘어뜨리며 오늘 해야 할 일을 떠올린다. 

번역공부, 일, 번역 검수, 책 읽기, 등등해야 할 일들은 많지만 죄다 아침의 추위에 귀찮은 것들이 되어버린다. 귀찮음을 이겨내야 또 하루를 살아낼 수 있다. 그 일들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24시간은 길고 허무한 시간이 되어버릴 것을 알기에 무겁게 몸을 일으킨다. 


 고양이들은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인지, 내가 움직이는 소리에 방에 들어와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냐냐냐~~"

"꾸꾸꿍~~"


요즘 부쩍 말이 많은 흑미와 온이의 목소리를 구분하면서 이 아이들이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상상해 본다. 


"화장실 치워줘"

"밥이 부족하잖아"

"베란다 쪽 문 좀 열어줘, 창 밖으로 놀러 온 새 친구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고!!"


창밖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온이를 따라 이제는 흑미도 베란다 밖의 세상이 궁금하기라도 한 듯 나를 베란다 쪽으로 이끈다. 이제 날씨도 무척 추워져서 아이들의 놀이터인 켓타워가 있는 베란다 쪽 문을 닫아 놓기에 아이들의 눈에는 그림의 떡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작년까지는 켓타워를 베란다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베란다로 재설치를 하며 힘을 냈지만, 이번에는 도대체가 마음이 안 잡힌다. 열심히 일해서 캣 타워를 하나 더 설치해야 하나.. 캣휠도 사 주고 싶지만 짐이 많아지는 것은 싫기에 마음을 다독여 본다. 


 오늘의 아이들은 어제보다 더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 늘 있는 우당탕이지만 좀 더 힘 있고 즐겁게 흑미가 온이를, 온이가 흑미를 쫓아다니며 숨바꼭질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점점 더 사이가 좋아 보여 보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이 뿌듯함인지, 사랑스러움인지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 못한 채 오늘도 집 안에서 일하기는 글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출 준비를 하며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저 방에서 화장실로 옮겨 가는 사이에 있는 책꽂이 위에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있다. 실컷 뛰어놀던 아이들이 이제는 다리를 쉬려는지 식빵 굽는 자세로 앉아있는 모습이 꽤나 귀엽다. 



 흑미가 안 보이면 온이의 눈이 동그래지면서 여기저기 흑미를 찾아 헤매는 눈이 보인다. 온이가 안 보이면 흑미가 이 방 저 방으로 온이를 찾아 나선다. 이 아이들은 한 배에서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한 공간에 있는 시간이 쌓일수록 서로 애틋해 보인다. 각자의 시간을 인정하면서도 함께 놀 때는 서로 그루밍을 해 주기도 하고, 밥을 나눠 먹기도 하며 친하게 지낸다. 귀찮음으로 가득했던 온이의 눈도 어느새 사랑스러움으로 가득했다. 온이는 흑미를 좋아하는 거다. 


 그러면서도 두 아이가 나의 귀가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나 왔어, 얘들아~" 

하고 현관을 열면 두 아이가 나를 맞으러 나와준다. 꾸룩꾸룩 소리를 내며 오는 흑미와 이제 잠에서 깬 듯한 온이의 눈이 나를 바라본다. 그들과 눈을 마주치며 서로 사랑의 눈깜박임을 교환하고 있으면 내가 이 아이들을, 이 아이들이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이 아이들이 서로의 세계에 빠져 엎치락뒤치락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끼고 싶어서 온이 대신 흑미를 괴롭혀 주기도 하고 온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하며 질투를 하지만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나에게, 서로에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숙이곤 한다. 


 과연 나는 살아가면서 정말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을까. 

좋은 것, 싫은 것, 아픈 것, 힘든 것들을 표현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우습게 본다고 생각해 왔다. 내가 목표로 해 왔던 진지한 사람, 진중한 사람은 그런 마음을 쉽게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치 나라는 사람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제삼자의 입장으로 보고 있는 사람인 것 마냥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것들은 나를 행복한 마음으로 살지 못하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것은 좋다. 싫은 것은 이런 부분은 싫다. 그런 말은, 그런 행동은 아프다. 솔직하게 표현했더라면 지금의 나의 상처의 수는 조금 적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 아이들을 보면서 지금에라도 다짐해 본다. 

솔직하자. 좀 더 솔직하자. 그렇다고 부정적이 되자는 게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맛있고,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고 표현하자. 함께 있고 싶다고 말하고, 외롭다고 말하자. 그러면 부족한 것들은 채워지고, 넘치는 것은 누군가에게 나눠 줄 수 있겠지. 그러면 이 아이들도 나도 계속 행복할 수 있겠지. 


 내일부터는 좀 더 행복해지도록 조금 더 부지런하게 좋아하는 일을 해 보자.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니까. 무기력에게 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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