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하고 지루한 오늘이 사실은 행복한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앞에 이런 고양이가 눈앞에 있다. 마치 "엄마, 일어날 시간이 지났는데??" 하는 궁금한 눈빛.
월요일 아침이기에 부려본 작은 게으름. 휴대폰을 들어 확인한 시각은 아직 7시. 하지만 내가 원래 몸을 일으키는 시각인 6시에 비해 늦은 시각이기에 고양이들은 아파 보이지도 않는 엄마의 모습이 생경한 듯하다.
나도 게으름 부리고 싶다고.. 말해도 봐주지 않는 아이들...
문득 이렇게 내가 누워있고, 아이들이 깨워주지 않던 지난날을 되돌이켜 본다. 그때는 정말 스케줄에 시달려서 그냥 누워만 있을 수 없었기에 억지로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이내 나에게 다가오지 않을 것만 같은 그런 미래를 꿈꾸며 자신을 한탄했던 바로 그때.. 전혀 행복하지 않았던 그때의 나는 어떤 행복을 원했을까.
지금은 일찍 일어나도 늦게 일어나도 내 눈앞에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두 고양이들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이 아이들이 없었을 때 살아있었던 건가.. 하며 그 당시의 생사?를 생각해 본다. 글쎄 나름 삶의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는 있었겠지만 뭔가 하루하루를 나의 삶의 병에 욱여넣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두 아이와의 삶이 병에 부드럽게 흘러들어온다. 나중에 나의 삶의 병을 들어 올려 바라보면 이 시기가 가장 아름다울지도...
영화의 한편과도 같은 책을 읽고 있다 <나와 너의 365일>
앞으로 1년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남학생과 그런 남학생을 옆에서 지켜보아야 하는 여학생의 이야기. 주인공들 자체가 너무 어리고 나는 이미 지나온 세월이기에 미루고 미뤄왔던 소설.
주인공은 자신에게는 이제 한 번밖에 없는 오늘 하루지만, 계속 이어질 것만 같은 아이들의 모습에 슬퍼지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2023년 11월 27일은 오늘 하루뿐이다. 그러니 오늘이 나에게도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날인 것이다. 이러한 중요한 날, 나는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을까..?
고양이들이 깨워주는 것에 감사하고, 이렇게 나의 생각을 글로 쓰고, 책을 읽으며 오늘 이 시간에 대해 감사하자. 오늘이 나에게 온 것을 감사하고 아이들에 의해 행복한 생각을 하는 것을 고마워하자.
돈이 되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지 않음에 조바심을 느낀 적이 있다. 성인이고, 가장이고, 두 고양이를 키우기 때문에 당연히 돈을 많이 벌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돈을 버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싶지 않다. 그것을 게으름으로 불렀던 시기가 있다. 하지만, 나는 보통 5시 30분이면 눈을 뜨고, 아이들의 화장실을 치워주며, 밥을 주고, 아침 산책을 1시간가량 한다. 그리고 아침식사를 하고, 책을 읽으며 글을 쓴다. 그리고 조금의 일을 하며, 커피를 마시고 번역 일을 한다.(지금 저는 투잡 중입니다 ㅜ.ㅜ 일을 두 가지 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루 일과를 적어놓고 보면 나는 꽤나 부지런한 사람이다. 오늘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런데 그것은 과연 지금을 소중히 하고 있는 것일까. 내일을 소중히 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을 소중히 하고 다가올 내일이 또 소중해지려면 시간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하는 것이겠지. 그것이 지금을 소중히 하는 일일 것이다. 한 시간, 한 시간... 정성을 쏟아 일분일초를 보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