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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Nov 30. 2023

말은 못 해도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랑을 표현하는 고양이

늘 장난을 걸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 줄을 모르는 고양이들


 워낙 풍족하지 않은 형편에 고양이를 한 마리 더 입양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미안하지만 흑미에게는 장난감도, 집도, 심지어는 화장실까지 온이에게 물려받아서 사용하기로 결심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흑미는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온이가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을 해질 때까지 잘 가지고 놀아줬고 온이가 귀찮을 정도로 쫓아다니면서 형을 귀찮게 할 정도로 치댔다. 그런 흑미가 처음에는 낯설고 귀찮았는지 온이는 흑미를 피해 달아나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서로의 포지션을 찾았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흑미는 내가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쫓아다닌다. 거실로 가면 거실로, 부엌으로 가면 부엌으로, 심지어는 화장실까지... 어느 정도 자기 페이스가 있는 온이에 비하면 흑미는 껌딱지처럼 나를 쫓아다니고 때로는 너무나 방해가 되어 방에 가둬버리면(화장실과 장난감이 있는 곳) "낑~낑"대면서 자기주장을 해댄다. 흑미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사냥놀이가 필요한데, 한참을 온이와 함께 우다다~를 한 후에도 내가 핫도그모양을 한 장난감을 꺼내 들면 어느새 눈이 초롱초롱 해지며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닌다. 역시 아직 아기냥이.. 


 이때 온이가 있는 곳은 약간 떨어진 곳으로 흑미가 노는 것이 잘 보이는 곳이다. 한쪽 팔을 기댄 채 어느 정도 진지해 보이는 온이의 얼굴은 절대 함께 놀고 싶은 얼굴이 아니다. 흑미가 놀고 있는 것을 즐기는 얼굴이다. 그것이 바로 이 아이들의 노는 방법. 그럼에도 하루종일 함께 있다 보면 온이와 흑미는 낮잠을 자는 시간을 빼면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이방에서 저 방으로, 거실의 한쪽 끝에서 다른 한쪽 끝으로 술래잡기를 한다. 그렇게도 재미있나? 


 흑미의 움직임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신기한 부분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처음에는 흑미에게 아무것도 사주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다. 하지만, 흑미가 온이가 좋아하는 집에 들어가는 바람에 온이가 들어갈 장소가 없어졌다. 고양이는 혼자서 즐길만한 곳을 몇 군데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흑미에게 빼앗겨 버려서야... 엄마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할 수 없이 온이와 똑같은 티피모양의 집을 사 줬다. 모양뿐 아니라 색도 같은 것으로 준비해 줬다. 결국.. 

 그런데 흑미는 온이가 사용하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비슷한 위치에 놓아줘도 꼭 온이가 들어가 있는 집에 들어간다. 온이가 들어가 있는 박스에 들어가서 서로 자리싸움을 하다가 결국 온이가 나오기 일쑤고, 집도 온이가 들어가 있는 곳에 들어가 온이의 배 쪽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가 눕는다. 결국 불편함을 느끼는 온이가 나온다. 


 온이가 좋은가..? 낮잠을 자다가도 흑미는 나와 온이를 찾는다. 흑미 나름의 가족사랑의 표현일까.. 


약간은 과격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임을 느낀다. 말로는 사랑한다고 못하지만, 일어나면 온이를 찾고, 온이가 지나가면 목을 꽉 껴안거나, 온이가 밥을 먹으면 함께 먹고, 내가 무엇인가를 할 때에도 꼭 내 곁에 와서 무엇인가를 함께 하고 싶어 한다. 이건 사랑이 아니고는 말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말보다는 이렇게 표현으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하고, 함께 하고 싶고 하는 것이 아닐까.

특히 사랑해 마지않아야 할 가족이라면 더더욱... 사랑이라는 감정이 마음속에서 잘 우러나오지 않는다면, 적어도 이렇게 상대가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혼자 있다면 함께 해 주고 싶어 하고, 처음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계속 끊임없이 노력해 주는 것... 그것들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사람보다는 이렇게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고양이에게서 배워야 할 부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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