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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Dec 05. 2023

고양이도 싫은 것은 싫다고 표현한다

하기 싫은 것인지, 하기 귀찮은 것인지를 분류하자. 

 고양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것은 이 아이들이 크는 시간이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간 다는 것이다. 

태어난 지 6,7개월 차가 되면 커다라진 몸집에는 더 이상의 큰 변화는 보이지 않고 옆으로만 퍼져간다. 그 또한 귀여운 매력 중에 하나이지만, 그럼에도 아기고양이때의 귀염성은 그립다. 그래서 온이와 흑미는 어릴 적부터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나 역시 일을 하는 사람이니 24시간 이 아이들 옆에 붙어 있을 수는 없어서 함께 있는 시간 동안 놀아주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니 시간이 많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아이들, 나의 손길을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들이지만 내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싫다고 표현할 때가 있다. 정확하게는 사진을 찍기가 싫은 거라기보다는 사진 찍기보다는 만져주길 바란다는 것인 듯하다. 


 이제 온이는 4살이 지나고 있으니 당연하게 엉덩이를 두드려 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나가거나 외출 후 집에 오면 내 손에 자신의 얼굴을 갖다 대고 비비면서 엉덩이를 두드려 달라고 하는 것이다. 제법 탄탄해진 온이의 엉덩이~ 그 모습이 귀여워서 사진을 찍으려고 휴대폰을 갖다 대면 나에게 너무나 바짝 다가와서 사진을 도통 찍을 수가 없다. 이런... 


 흑미는 아직 어려서 내가 옆에 있는 것 자체를 즐기기에 사진을 찍던 뭘 하던 옆에 있어주는 것으로 만족한다. 덕분에 이런저런 사진이 찍힌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얀 뱃살을 보이면서 어찌 보면 엉덩이 부분은 토끼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흑미. 

자신이 사랑받는 줄을 알고 이리저리 머리부터 디민다. 말썽을 부리고도 되려 당당한 흑미는 꽤나 부러운 부분이 많은데 싫은 것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오직 좋은 것, 흥미로운 것에 두 귀를 바짝 세우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는 것이다. 대단한 녀석.. 방에 가둬지게 되면 소리를 크게 내면서 자신을 꺼내달라고 하고, 닫혀 있는 방문은 문이 열릴 때까지 두드린다. 온이가 가르쳐 준 것인지 어떤 건지.. 다행히 요 두 녀석 다 손톱을 숨긴 채로 방문을 두드리기에 우리 집은 아직 이들에 의해 상처 입은 가구는 없다. 


 아주 어릴 때 어른들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 살다 보면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할 때가 있어. 어른이 되면 아마도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하고 살걸? "


요즘 내가 P.T선생님께 듣는 말도 비슷하다. 


 "하기 싫은 것을 해야 살도 빠지고 자기 발전이 되는 거예요 회원님. 하고 싶은 것만 하면, 건강도 나빠지고 자기 계발도 안 되는 거더라고요.  지금만 즐겁게 살 것이냐. 아니면 지금 좀 괴롭지만 평생 괴롭기도 하고 조금만 즐겁게 살 것이냐 결정하세요!" 


 으미... 물론 살이 좀 빠지니 나름 옷테가 나고 예쁘기는 하지만(자신감도 생기고 자존감도 올라가더라) 그래도 세상은 넓고 맛있는 음식도 많아서 너무나 유혹이 된다. 특히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이런 음식들이 나의 삶의 위로해 준다는 느낌이 든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그런 일들도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한 조각씩 입에 넣고 있노라면 그 조각들과 함께 사라져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은 아마도 나만 드는 것은 아니겠지. 


인생은 짧다.


  하기 싫은 것을 해야 살이 빠지고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 행복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것에 대한 생각도 좀 분류해보아야 한다. 하기 싫은 것인지, 하기 귀찮은 것인지... 나는 운동은 하기 귀찮은 것이고, 공부 또한 하기 귀찮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귀찮음을 극복해 내면 내가 즐거워지고 행복해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인이 나에게 무례한 것은 싫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아닌 사람은 모두가 타인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나에게 나름의 권위를 가지고 무례하게 대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나를 위한 다는 탈을 쓰고 그런 조언은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얼토당토않는 핑계를 대가면서 나를 비난하고 깎아내린다. 그런 것은 싫은 것이다. 자신이 하기 싫은 것을 나한테 혹은 다른 이에게 넘겨버린다거나, 자신은 그러지 못하면서 나에게 강요한다거나.. 그런 것은 싫다.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해야 한다. 내가 무례하다고? 하지만 내가 무례한 행동을 하게 한 것은 누구인가? 당신의 무례함이 아니던가? 하고 되받아 칠 줄도 알아야 한다. 뭐 다소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더라도 말이다. 인생은 짧고 우리는 죽음을 향해 오늘도 한 발을 내디딘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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