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더 즐겁다.
흔히들 고양이는 개인주의에 이기적이어서 뭐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때에 하고, 함께 하기보다는 혼자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고양이들은 강아지들에 비해서 나에게 먼저 다가와서 친한 척을 한다거나, 충성심을 보이거나 늘 함께 있어하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나를 지켜보기를 좋아하고, 특히 길에서 길냥이들을 만나면 나를 피해 도망 다니기 바쁘다. 그러다 보니 길냥이가 나를 쫓아온다거나 잘 따르면 '간택'받았다고 표현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우리 집 고양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나와 함께 있어서 그런지 귀가하면 현관으로 나와주거나, 누워있다가도 나를 맞으러 와주고, 아침이 되면 나를 깨워 함께 있고 싶어 하고, 놀아달라거나 쓰다듬어 달라고 한다. 온이와 흑미의 주문에 내가 부응해 주면 이 아이들의 얼굴은 환해진다. 눈을 동그랗게 뜨거나 입꼬리가 올라가거나 꼬리로 나를 휘감는 등 나름의 사랑의 표시를 해 온다.
얼마 전에는 컴퓨터로 뭔가를 하고 있었더니 흑미가 테이블로 올라와 함께 모니터를 바라봐 주었다. 함께 하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아이를 살짝 안아 무릎에 앉히고 작업을 계속했다. 너무 귀여워서 찰칵!
책을 읽을 때에도, 휴대폰으로 게임을 할 때에도 아이들은 내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기라도 한다는 듯 내 옆에서 가만히 내가 보는 것을 함께 보곤 할 때가 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옆모습..
이렇게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마이페이스인 고양이들도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있고, 그러한 행동은 친해질수록 더 자주 있는 행동이다. 사람도 그런 거 같다.
현대에 들어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생기고 집에서 '혼자' 일을 하거나, '혼자'밥을 먹거나, '혼자' 영화를 보는 일이 많이 생겼다. 각각의 이유에서 가족과 함께 살지 않는 일들이 많아지고 그것들이 당연시되면서 혼자서 해야만 하는 일들이 더 많아졌다. 나 역시 그런 일들이 많지만....
그러면서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이 되려 불편하다고 느끼는 일들이 많아졌다. 말투가 거슬린다거나 의견을 맞추기가 힘들다거나..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어떤 것들이 있으면 맞추거나 배려하려 하기보다는 사람을 만나는 횟수를 줄임으로 일부러 자신을 혼자 있게 한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런 녀석도 나를 찾아왔다.
'외로움'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우리는 마음을 나누는 법을 배우고, 내가 아닌 타인의 생각도 들으며 하나씩 하나씩 삶을 살아가는 크고 작은 꿀팁을 얻는다. 그들을 통해 마음에 안정을 얻기도 하고 위로를 얻기도 한다. 물론 그 반면 상처가 생기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준 자신에게 화가 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혼자 고립된 채로만 살아간다면 상처들은 없을지라도 그들로 인해 웃을 수 있는 시간도, 그 시간들에서 오는 즐거움도, 삶의 깨달음도 얻을 수 없다.
우리 가족은 연초에는 늘 함께 모여 만두를 빚곤 했다. 어른이 되고부터는 만두피를 사다가 속만 만들어서 쉽게 만들지만 예전에는 엄마가 만들어 놓은 반죽을 아빠가 밀고, 동그랗게 본을 뜨면 가족이 둘러앉아 속을 넣어가며 만두를 빚었다.
"만두를 잘 빚으면 시집을 잘 간대"
"아니야, 만두를 잘 빚으면 예쁜 아이 낳는대"
"야, 그러면 너는 만두가 못생겼으니 못생긴 아이를 낳는 거냐?"
소소하고 별의미도 없는 대화들이 오갔다. 그렇게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만두의 속 넣기를 하고 있는 동안 만든 만두를 쪄오는 엄마. 우리의 손은 밀가루 범벅이 되어있어서 엄마가 한 개씩 입에 넣어주면 뜨겁다며 호호 불면서도 잘도 먹었다.
지금은 각각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어서 그런 즐거움은 없지만, 돌이켜 보면 참 즐겁고 행복한 기억이 아닐 수 없다.
분명 혼자만의 시간은 필요하다.
오늘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발전시킬 나 혼자만의 시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온전히 혼자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나가서 상처도 받아보고, 상처도 줘 보고, 그러면서 앞으로는 사람을 대할 때 이렇게 해 봐야지. 이런 말은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좀 더 노력해 보아야지. 하며 여러 가지 사람대하는 스킬을 장착하면서 함께 사는 것. 그 두 가지를 잘 균형을 잡으면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덜 상처받으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마치 우리 집 고양이들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