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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May 11. 2024

정도를 모르는 고양이, 제지하는 고양이

예의가 없다고 알려줘야 아는 사람이 있다.


나른한 휴일 오후, 책을 읽는 나의 옆에는 귀여운 얼굴로 낮잠을 자는 온이가 있다.

너무나 귀여운 나머지 앞발과 얼굴에 포인트를 맞춰 사진을 찍고 살포시 쓰다듬어본다. 온이는 나의 손길에 익숙한지 눈도 뜨지 않고 그저 그러려니.. 잠을 잔다.


 내가 일어나고 난 시간의 침대는 온이의 낮잠 장소다. 밖에서 일을 하면서도 나의 침대 위에 편안한 얼굴로 누워있을 온이의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조금씩 따뜻함으로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개구쟁이 흑미의 낮잠이 끝났나 보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잠을 자는 온이를 습격했다. 달콤한 잠에 빠져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온이.

흑미의 괴롭힘에 정신을 못 차렸다.

이 녀석! 나라도 너무나 화가 날 것 같은데 귀여우니 잠시 지켜본다. 뭐, 원래도 그냥 지켜보긴 하지만 매번 이럴 때마다 흑미가 조금은 더 고양이 같았으면 좋겠다거나 조금 더 조심스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온이가 흑미를 찍어 내리면서 일단락이 되었다.

온이의 두 팔에 갇힌 흑미가 도망을 가고 그 뒤를 쫓는 온이. 흑미가 너무 들이 댄 거지.. 늘 과격하게 노는 일 없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흔들어 주면 눈으로만 즐기는 온이었기에 흑미의 활발한 행동은 온이의 눈에 무례함으로 비춰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든다. 아직도 흑미의 과한 행동에 온이가 하악질을 할 때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를 찾아다니기도 하고 한 공간에 누워있기도 하는 아이들을 보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서로 맞춰 가고 있는 것 같다.


 

 같은 모양의 티피를 흑미에게도 마련해 줬는데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온이가 한 곳을 차지하고 있으면 어느샌가 흑미가 그 옆자리에 누워있다. 이럴 때는 온이도 조용히 자기 옆 자리를 내어주고 그 좁은 공간에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정도를 모르고 개인 적인 것을 너무나 깊은 곳까지 물어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슬슬 함께 하는 공간을 떠나려는 나른 붙잡아 끌어 앉히려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그러한 행동이 자신들은 친절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자신들의 생각을 마치 모두의 생각인양 들이대고 정당화시킨다. 내가 느끼는 그들의 무례함이 마치 나의 예민함 때문이라고 내가 나쁜 거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들의 말투는 나를 지키게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정말 내가 예민한 것일 수는 있어도 적어도 내가 싫은 것은 싫다고 이야기한다면 상대도 나에게 맞춰 주지 않을까. 어쩌면 나의 그런 행동이 상대가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닐까?


 온이가 흑미에게 지지 않고 일격을 가하거나 하악질을 하는 것처럼, 나도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내가 그들을, 그들이 나를 서로 이해하며 온이와 흑미처럼 그렇게 맞춰 가며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아이들을 보며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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