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유혹에 굴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들렀는데 나의 그런 다짐은 구경하면서 점점 작아져서 펜만 사야지. 어? 이것도 하며 이것저것을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그중에 스퀴시인지 액체괴물인지.. 하는 말랑 말랑 한 것이 고양이의 발바닥 모양을 하고 있었다.
검은색 바탕에 핑크 젤리.. 이건.. 흑미 발바닥인가??
귀여운 방울까지 달려있는 그 물건을 나는 포기 할 수 없어서 그대로 가져와 버리고 말았다 (물론 계산했음)
젤리는 운전석 옆 기어 쪽에 있는 작은 공간에 두고 신호대기를 해야 하는 지루한 시간에 꾹꾹 누르는 용으로 올려 두었다. 그야말로 엄마 고양이의 꾹꾹이...
이렇게 단순한 것 하나만으로도 마음에 안정이 된다니 사람 마음이라는 게 복잡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슬프고 힘든 일도 있지만 이런 작은 발견으로 행복해지기도 하는 거지모.
함께 들어있는 봉지에는 작은 핑크색 방울이 있었다. 딸랑딸랑 딸랑딸랑 귀여운 소리가 흑미와 딱 어울린다.
1개월이 채 되지 않은 채 우리 집에 온 흑미는 정말이지 너무나 작았다. 손바닥만한이 아이는 지금의 성격 그대로 작았을 때에도 활동량이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이 아이가 어디에서 돌아다니는지 항상 주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너무나 작다 보니 밟아버릴까 봐 겁이 났을 정도였으니까.
이렇게 콩알만 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목에 방울을 달아주기로 했는데, 이때부터 흑미는 목에 달린 목걸이에 익숙했던 것 같다.
사실 온이에게도 목걸이를 해 주고 싶었지만, 목걸이를 해 주고 싶어진 당시에는 온이가 너무나 커버려서 목걸이를 싫어하는 바람에 실패.
하지만 흑미는 너무나도 잘 적응해 주어서 예쁜 목걸이를 해 주었다. 덕분에 흑미가 달랑달랑 방울 소리를 내며 어디를 가든 흑미의 행방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흑미가 너무 커서 방울이 달린 그때의 그 목걸이를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 당시의 방울 달린 목걸이를 한 흑미는 너무나도 귀염둥이 그 자체였다.
그러고 지금.
늘 하는 목걸이에 핑크색 방울을 달아주었다.
처음에는 목에서 나는 딸랑딸랑 소리를 손으로 잡아내려고 춤을 추듯 움직이는 흑미가 너무 귀여웠다.
낯선 걸까. 자신의 목에서 나는 딸랑딸랑 소리에 반응을 하며 이리 폴짝 저리 폴짝.
하지만 며칠 후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게 하고 다닌다.
이 방울의 또 다른 용도를 찾아냈는데, 바로 온이를 편안하게 해 주는 용도이다.
평소에 바닥에 늘어져서 쉬고 있는 온이에게 조용히 다가가 온이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 취미인 우리 흑미.
하지만 이제는 흑미가 다가갈 때 나는 "딸랑딸랑"소리로 온이는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저 멀리서 딸랑딸랑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온이도 흑미를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두 아이들은 함께 살면서 서로 한 공간을 공유하는 법을 배우고 익히고 있다.
사람은 태어나서 다양한 환경을 맞이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물건들을 사용하게 된다.
어느 누구도 처음부터 익숙한 것은 없고, 낯선 상황을 여러 번 겪으면서 익숙해 지곤 한다.
낯선 상황에 익숙해지는 과정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힘들고 고되기도 하다. 슬프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다. 익히기 쉬운 것도 있지만 그러지 않은 것들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익히기 쉬운 것만 할 수는 없다. 살다 보면 원치 않는 그런 상황과 장면에 빠지기도 하니까.
하지만 늘 그렇듯, 지금 힘들고 괴로워도 자꾸 하다 보면 그러한 낯섬은 익숙함이 되기도 하고, 익숙함을 넘어 노련함이 되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낯섬이 낯섬으로 끝나는 일은 잘 없다는 것이다. 그저 참고 견뎌 내다보면 익숙해지고 노련해지기도 한다는 것. 그것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