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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May 26. 2024

주말의 시작은 고양이, 주말의 끝도 고양이

고양이와 함께하는 조용하고도 시끌벅적한 주말

 나의 MBTI는 대부분이 49와 51 사이를 왔다 갔다 하지만 그중에 가장 첫머리는 I이다. 서비스직과 영업을 많이 해 왔던 나이기에 학습형 E이지만, 실제적으로 비가 오는 휴일이나 갑자기 스케줄이 펑크가 나면 집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는 한다. 

 이번 주말도 마찬가지. 일요일은 비소식이 있어서 모든 바깥 일정은 금요일과 토요일에 마치고 일요일에는 집에만 있을 계획을 짰다. 무엇을 하면서 지내면 좋을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나의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아침 눈을 떴다. 


 아침 5시 30분이면 어김없이 깨우는 첫째 아들 온이. 

나는 온이의 체온과 털을 온 얼굴로 느끼며 아침을 맞이했다. 에퉤퉤! 


 


 나를 깨우고 나면 내가 아침을 먹고 씻는 동안 나의 베개를 차지하며 누워있다가 책상 위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베란다 바깥세상을 구경한다. 얼굴에서 풍기는 여유로움은 매우 부러운 요소 중 하나이다. 보고 있어도 결코 질리지 않는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시 한 편을 필사하고 미뤄둔 책을 읽으며 오늘을 그려본다. 


"냐~~~ 옹"


마치 자신의 존재를 잊지 말아 달라는 듯한 온이의 목소리. 아, 온이의 아침도 챙겨 줘야지^^


온이는 온이만의 루틴으로 먹는 음식이 다르다. 온이가 먹는 것은 습식 파우치와 건식사료, 헤어볼을 관리하는 건강간식, 오메가 3 간식이 있는데, 아침나절에는 습식파우치 한 숟가락을 준다. 입이 짧은 온이는 파우치하나를 혼자서 다 먹지는 못하는데, 온이 한 숟가락 주고 있으면 저 멀리서 온이의 쩝쩝 소리를 듣고 헐레벌떡 뛰어오는 아이가 있었으니, 바로 검은 고양이 흑미다.  흑미에게는 온이보다 적은 양을 덜어주는데, 동생임에도 1kg이나 더 나가는 탓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온이가 남기게 되면 흑미 것이 되니 결국 두 아이는 비슷하게 먹거나 흑미가 더 먹는 것이 되기도 한다. 


 아침파우치를 먹고 나면 두 아이는 언제나 그랬듯 서로 쫓고 쫓기는 혈투?를 벌인다. 흑미가 먼저 한번 건들고 나면 참다못한 온이가 때려눕히는? 손에 땀이 쥐어지는 지도 모르는 아주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진다. 나는 슬며시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한 마디 한다. "니들 장가갈 때 이 사진 보내줄 거야!"(안 보낼 거다)


 그러고 나면 또다시 온이가 나를 부른다. 이번에는 건식사료 차례. 그리고 그다음은 낮잠 타임


주말에는 나도 낮잠을 길게 자는 편이다. 일부러는 아니지만 아침 5시 30분에 눈을 뜨고 나면 낮 시간이 왜 이렇게 노곤해지는지.. 특히 비가 오면 읽던 책이 얼굴로 떨어지는지도 모르고 잠을 자게 된다. 그리고 어느샌가 내 옆에 와있는 아이들. 


 

 얼굴과 몸을 만지작만지작하고 있으면 또 부드러워서 눈을 조용히 감는다. 

특히 온이가 좋아하는 포즈. 흑미에 비해 활동적이지는 않는 온이는 나랑 성격이 비슷한 것 같다. 조용히 누워서 만져지는 대로 그렇게 몸을 맡긴다. 그동안 흑미는 밖에서 무엇을 하는지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고 있다. 


 주중에는 하지 못하는 일들을 주말에 몰아서 하게 되는데, 주말에 하는 일 중에서 가장 행복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바로 낮잠이다. 나이가 들 수록 낮잠의 매력은 점점 싶어져 가는데,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주말이지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볼까 하는 열정도 생긴다. 역시 잠이라는 것이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잠깐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가는 길에 뭔가 열심히 옮겨 대는 흑미를 발견했다. 



 긴~낚싯대를 좋아하는 흑미. 한참을 놀아주다가 책꽂이 위에 올려두었는데, 나름 혼자 놀고 싶었나 보다. 한쪽 끝의 장난감을 입에 물고 이쪽 방에서 저쪽 방으로 옮겨 가고 있었다. 하지만 테이블이니 뭐니 장해물이 있으니 이 작은 몸으로는 옮기지 못하고 휘어진다. 부러질 것 같아서 얼른 뺏어서 농에 넣어둔다. 온이는 자신의 장난감 하나도 물어오지 않았는데, 흑미는 곧잘 장난감을 물어다가 나의 침대에 올려두곤 한다. 아마도 놀아달라는 뜻일 것이다. 


 요구할 것이 있으면 말로 하는 온이. 그리고 몸으로 하는 흑미. 이렇게나 다른 두 아이와 함께 있다가 보면 어느새 주말인 끝에 다다르고 있다. 그래도 주말인데 싶어 아이들과 놀아주고 마사지도 해 주고 털도 빗겨주고 닦아주고 하다가 보면 주말을 꽤나 알차게 보냈다는 느낌이 든다. 


 지인에게 이런 나의 주말을 이야기해 주면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을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고양이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나를 향해 냐~옹 하며 울어대고 , 장난감을 가져오고.. 이렇게나 나를 필요로 해 주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차오른다. 


 





 주말을 보내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각자 행복을 느끼는 방법으로 보내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행복을 느끼는 방법 중에는 만족감을 갖는 것도 있는데, 그 만족감이라는 것은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해 주고 내가 그것을 느끼는 것도 포함된다. 


 사람은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 때 매우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충족된다고나 할까. 그러한 느낌은 내일도 잘 살아보고 싶다는 열정이 생기게 하고 살아내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자존감도 올라가게 한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우리 첫째 고양이 온이처럼 "엄마 아침밥 먹고 싶다!"라고 외치거나, 흑미처럼 "놀아줘라"하며 장난감을 가져오는 그런 사소한 일. 살포시 쓰다듬어 주면 행복한 표정을 짓는 일 그런 것이다. 


행복은 사소한 데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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