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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May 23. 2024

게으름뱅이 집사는 용서가 안 되는 그 집 고양이

집사가 일어나면 그 집 고양이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요?

5시 30분

"냐오~~~ 옹!"


평상시 잘 소리 내지 않는 큰 아이가 문 앞에서 알람 역할을 해 준다. 꼬끼오도 아니고 냐오옹으로 일어나는 아침은 찌뿌둥... 하다.


새벽이면 간식과 밥을 요구하는 녀석들 덕분에 아침에는 조금 더 누워 있고 싶어지는 보상심리가 고개를 들지만 아침 알람 때문에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눈을 감고 있노라면 투닥거리는 소리.. 실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면 서로 대치하여 한 대씩 쥐어박고 있는 아들들이 보인다.



'깨우지 마라!'

'엄마는 일어나야 할 시간이야!'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녀석들. 나 혼자 녀석들의 대화를 상상해 본다.


'엄마가 일어나야만 해. 원래 이 시간은 내 자리라고!'

'엄마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어! 형이 새벽에 엄마를 깨워서 엄마가 일어나기 싫어하는 거라고!'

'야, 엄마가 일어나야 돈 벌러 가지!'

'아니, 엄마는 조금 늦게 나가도 된다고!'



내 마음대로 상상하고 혼자 살포시 웃어본다.


사실 내가 일어나면 그다음은 큰 아이 온이가 내 자리를 차지한 것은 아주 어릴 적부터의 습관이 된 것 같다. 아침에만 볕이 드는 나의 방은 온이가 딱 누워서 잠을 청하기 좋은 장소인 듯, 이미 온이는 알고 있었고 전용자리가 되어있었다.


나의 5시 30분 기상이 벌써 3년? 4년이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온이가 1살이 채 되기 전에부터 나의 배게는 온이와 교대로 사용하고 있는 샘이 된다.



 폭신폭신 배게 위에 수건까지 깔아 두니 온이가 좋아하는 촉감의 온이 전용자리가 되어있다.  그러다 보니 5시 반이면 방에서 '자리 내놔라!' 하며 냐옹 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고는 일어나는 나의 얼굴에 온몸을 비비는 것은 상을 주는 것인지, 아니면 털 때문에라도 빨리 자리를 일어나라는 것인지..


 어쨋던 나의 사랑스러운 첫 고양이의 요구를 나는 들어줄 수밖에 없다. 비록 꿀과 같은 아침잠을 반납해서라도 말이다. 따사로운 아침 햇살과 피아노 음악소리는 이겨낼 고양이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고양이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고양이를 키우고 나서, 그리고 둘째 흑미를 데리고 오고 나서 더욱 잘 알게 되었다.


 첫째에게는 애정이 가득해서 이것저것 장난감뿐 아니라 숨숨집과 스크레쳐, 그리고 방석까지 전부 구비해 주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실패한 것이 있는데, 바로 폭신폭신한 **쿠션이다.


 광고에서 모든 고양이들이 코까지 올라오는 그 쿠션 속에 들어가 꾹꾹이도 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며 100% 만족이라고 했기에 당연히 그 속에 들어있는 온이를 상상하며 구매를 했다.


 하지만 구매 전에 당근이나, 다른 검색을 통하여 후기를 보아야 했을까. 질색팔색을 하며 싫어하는 온이를 일부러라도 앉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구매가격도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버릴 수 없어서 한쪽 구석에 두어보았지만, 이제는 익숙한 쿠션일 텐데도 온이는커녕, 흑미조차도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불쌍한 쿠션.


참고로 그 쿠션은 아이들 숨숨집보다도 가격이 비싸다. 그러니까 우리 집에서 친구에게 물려받은 천정까지 닿는 캣타워를 재외하고 가장 비싼 물건임에도 아직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일이 없는 불쌍한 물건이 되어버렸다.





사람도 서로가 좋아하는 것이, 싫어하는 것이 다르다. 이것은 다르다는 것이지 틀리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고양이는 폭신폭신한 것을 좋아하지만, 우리 아이들처럼 딱딱한 바닥이 느껴지는 아이들도 있고, 온이처럼 시원한 곳을 좋아하는 아이도, 흑미처럼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두 아이는 함께 지내면 안 되는가 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이 두 고양이가 같은 공간에서 서로 각기 다른 곳을 차지해 서로만의 시간을 갖다가, 그러다가도 함께 투닥투닥하기도 하고 숨바꼭질을 하는 시간도 갖기도 하는 것처럼, 사람도 각각의 시간을 존중하고 각각의 기호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


 조금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내가 직접 느끼고 행복했던 것들이 상대에게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해가 잘 안 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이상하게 보는 내가 나쁜 것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나 자신을 제삼자 입장으로 본다고 생각하여 떼어보면 나 자신도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다른 성격을 가진 인격체이므로 이상하게 보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부자연스러웠던 것도 경험을 통해 익숙해지는 것인데 부자연스럽게 느끼는 그 시간은 대상이 이상하게 보이는 시간이기 때문에 그러한 반응은 당연하다.


 그러니, 내가 맞이하는 새로운 것에 대해 순간적으로 이상하다거나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생각이 된다 해도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고 그저 익숙해져 가는 시간임을, 적응하는 시간임을 인정하자. 또 상대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함을 알아주자.


 그러다 보면 서로 다른 두 고양이들처럼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는 그런 사람이 되어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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