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것도 좋지만 함께 하는 것도 좋아
온이와 흑미는 거의 5살 차이가 난다. 온이가 2개월 때 우리 집에 와서 5살 즈음되었을 때 흑미가 1개월도 안되어 들어왔으니, 고양이로서는 엄청난 나이차이인 형제들인 셈이다.
온이는 약 5년 동안 나의 사랑과 관심을 100% 받은 아이로 시크한 성격이기에 따로 관심을 끌지 않아도 저절로 눈이 가는 귀염둥이다.
약간은 영감 같기도 한 우리 온이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 있지 않는 한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래도 집에 돌아온 나의 다리를 감싸며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 나는 너무나 고마워서 감동을 한다. 그렇게 고마울 일인가...?? 하며 공감 못하는 분들이 많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알려나??
내 주변에는 있지만, 여느 고양이처럼 다가와 무릎에 앉아주시거나? 나를 만져주시거나?? 하지는 않는 우리 온이에 익숙한 나는 온이가 나를 쳐다보며 "냐~~"라고 말을 걸어주면 그저 황송황송.... 온이는 그저 우리 집의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야말로 대장이었다.
그런 온이는 이제 우리 집의 형으로서 동생 흑미를 잘 보살펴 준다. 혼자 있는 시간도 확실히 확보하고 자리를 잡지만, 밥을 먹거나, 간식을 먹을 때, 그리고 흑미가 놀아달라고 할 때마다 형으로서 확실히 놀아주고 기강을 잡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참 대견하다고 생각이 든다. (뭐, 그저 그러고 싶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그냥 내 느낌이다.)
고양이 합사는 어려우니 처음부터 두 마리를 데려오기로 계획을 하는 게 아니면 정말 조심해야 한다거나 큰 아이가 힘들어 할 수 있다고 말을 들었기에, 흑미를 데리고 오면서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자리도 양보하기도 하고 투닥투닥하며 귀찮아하면서도 자신의 밥을 흔쾌히 나눠주는 온이를 보며 그래도 데리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혼자서 먼산을 바라보는 온이가 많이 외로워 보였었으니까...
1개월도 안된 주먹만 한 흑미가 처음에 들어왔을 때는 온이와 분리를 시켜두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유튜브에서 배웠으니까. 하지만 곧 온이에게는 그런 시간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온이였기에 조무래기 흑미는 그저 관찰의 대상일 뿐 위험한 대상은 아니었으니까.
어릴 때부터 호기심 천국이었던 흑미는 낚시놀이를 매우 좋아했다. 온이와는 다른 몸놀림으로 집에 오자마자 온 집안은 흑미의 놀이터였고, 그런 흑미를 뛰어놀게 한 것이 바로 낚싯대였다. 온이가 애기 때부터 가지 놀던 낚싯대는 아직 멀쩡한 상태로 흑미의 낚싯대가 되었는데, 흑미의 활동량 때문에 결국 금세 망가져 버리고 말았다. 자신과는 다른 몸놀림에 온이는 흑미가 노는 시간에 눈만 데굴데굴 굴리며 책상 위에서 흑미를 바라보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자신과는 다른 상대에게 익숙해져 갔다. 때로는 각자... 때로는 함께..
투닥투닥하며 다투기도 하고, 수위가 좀 높다 싶으면 온이가 형으로서 제압을 하기도 하고, 또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서 나는 일렬에서 관객놀이를 하며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져 갔다. 이제는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면 두 아이가 두 다리를 쭈욱 쭈욱 늘리며 맞아주는 모습이 익숙해졌다.
나는 4살 터울 여동생이 하나 있다. 학년으로는 3년 차이였기에 같은 시기에 졸업을 하고 입학을 했고, 더 어릴 적에는 고학년과 저학년이었다. 나는 집에 있기를 좋아했고, 친구보다는 책을 더 가까이했다. 하지만 동생은 늘 나와 함께 놀기를 원했고, 조금 커서는 친구를 몰고 다녔다. 그때는 MBTI 같은 것도 없었기에 나는 왜 혼자가 편하고 좋은지도 모른 채 그저 자신을 남들과는 좀 다른 아이로 비교하며 지냈던 것 같다.
그냥 혼자가 편했다. 그렇다고 친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무리를 지어 친구를 만나거나 방과 후나 휴일에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 나의 성격은 사람들과의 교류 중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주지 못했다. 즉, 사회성이 없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러다가 성장하면서 유학을 가고, 대학을 가고, 회사에 들어가고, 영업을 하는 일을 하며 다양한 사람과의 (출신과 나라, 나이가 다른 여러 부류의 사람) 시간이 늘어나면서 인간관계에 힘들어 보기도 하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좋아지기도 하며 다양한 감정에 노출되었고 그로 인해 어느 정도 사람에 대한 불편함은 줄어들었다. 새로운 사람과 사귀는 것도 어렵지만은 않게 느끼는 나이가 되기도 했지만....
혼자였던 온이가 둘이 되어 동생을 살피고 양보하듯, 나도 그렇게 혼자였다가 다른 누군가와 사귀게 되며 함께 걱정하고 어우러지면서 스스로가 조금은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다독이게 된다. 잘했고, 잘하고 있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조금씩 나아가자...
고립되기만 하면 내가 정말 힘들 때 동굴을 파고 계속계속 내려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것이 결코 좋지 않음을 알고 있다. 때로는 고립되고 동굴을 파 내려가기도 하지만, 그래도 올라가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어느새 따뜻한 햇볕이 보이는 땅 위로 올라와 있을 것이다. 오늘의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오늘의 이 마음이 헛된 것만은 아님을 기억하며 내일은 좀 더 위로 올라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