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겨울 끝에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한 하루의 시작
일찍 일어나서 걸어야지.. 전에는 잘했잖아. 나름 활기찼고, 하루가 설렜고 열심히 살았잖아..
나에게 '그 일'이 일어나고 바닥을 버둥거리며 머리로는 열심히 일했지만 몸이 일으켜지지 않은 하루하루가 벌써 2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다른 형태로 일어나는 '그 일'.
살면서 누구에게나 생각지도 못한 '그 일'이 일어나고 멘털이 바닥까지 떨어져 재기가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 생기기도 한다. 그것이 크든 작든 당하고 있는 당사자에게는 너무나 큰 일이고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늘 하던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잡았다가도 이내 손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마음은 뭐든 다 할 수 있지만, 몸은 그렇지 않다.
나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 이제 다시는 그때에 있었던 '그 일'을 떠올리기도 싫지만, 어떠한 행동을 할 때마다 떠오르는 가슴 찢어지는 일. 마치 그 행동이 매개체로 일어난 일인 것인 것처럼... 나에게 그 매개체가 되는 행동이 미라클 모닝에 미라클 걷기였다.
누군가의 블로그를 통해 본 새벽 걷기를 따라 하며 300일이 지났다. 아침이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하루가 설렘으로 가득했다. 뭐든 될 수 있는 것 같았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고, 나를 보이고 싶기도 했다. 그들을 응원해 주고 싶었고,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 생긴 그 일은 혼자가 되고 싶게 했고, 하루의 시작과 동시에 끝이 오길 바랐고 내일이 오는 것이 죽도록 싫었다. 새로운 사람도, 새로운 만남도 그 어떤 것도 나에게는 두려움뿐이었다. 아무도... 나를 몰라주길 바랐다. 그나마 함께 있는 고양이들이 나에게 작게라도 입꼬리를 올라가게 했다
브런치에 작가로서 이름을 올리게 되어 행복했던 기억의 크기는 나의 '그 일'과 함께 너무나 작아졌기에 글을 올리는 것을 포기했다. 그나마 간간히 아이들의 근황과 나를 다독이는 글을 올린 것은 어떻게든 살기 위해...
당연하게도.. 일을 했지만 금방 흥미를 잃었다. 나를 그냥 내버려 두면 좋겠다는 생각과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의 기로에서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가지 못하고 있었다. 나의 생각은 언젠간 내 몸을 잡아먹고 결국은 내 존재를 없앨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년이란 세월을 보낸 지금... 아직도 나는 살아있고 또 앞으로도 살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나마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우리 고양이들과 그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나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을 내 옆에 배치해 두신 하느님의 사랑이다.
어느새 꽃피는 계절이 되었다.
올해는 유난히 길고 추웠다. 4월이 되어도 눈이 와서 벚나무들이 물이 안 오르는 것 같았다. 추위는 야속했지만 다시 걷기로 결심을 하고 나의 워킹로드를 찾았다. 어느새 조금씩 붉은 봉오리들에 힘을 주고 있는 벚나무들이 보였다. 매우 힘겹게 보이면서도 그렇게 조금씩 꽃잎을 펼치고 있는 나무들이 대견해 보였다. 너희들.. 힘을 내기 위해 겨울 동안 그리 웅크리고 있었던 거니..?
다시 걷기로 결심한 것은 나의 시작을 위한 첫걸음이었다. 다시 평상시보다 조금은 일찍 일어나 밖을 향했다. 머릿속 끝부분에서 다시 '그 일'이 떠오르는 듯해서 얼른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길가에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꽃들과 물기 오른 풀들을 보았다. 그리고 어제와는 다른 하늘을 보았다.
나.. 살아있어도 된다. 아무도 나에게 죽으라고 하지 않으니까. 조금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된다.... 그렇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열심히 살려고 했었나 보다. 시련에 너무 집중해 있었나 보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었었는데....
그래도 그런 차디찬 시기들이 있었으니 이제는 조금씩... 벚나무의 봉오리가 얇고 약해 보이는 꽃잎을 조금씩 펼쳐 보이듯 나도 그렇게 약하게라도 움직여야겠다. 그게 벚나무가 매해 살아내는 이유고 나 역시도 그렇게 살아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봄과 함께 나의 마음도 조금은 변화가 생겼다. 모든 것을 웅크리고 숨기기보다는 그냥 잊히는 것은 잊어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생각은 조금 내려놓고 몸을 움직이고 긍정적인 것을 다시 생각해 내기 시작하자. 언제까지 '그 일'을 움켜쥐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 역시 '과정'일
뿐이다.
최근 읽고 있는 책은 <행동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라는 책으로 최근 시작한 "독서모임"에서 정해진 책이다. 혼자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또한 새로운 도전이지만, 이렇게 정해지 책을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개인의 성공은 전적으로 내면의 자아가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달려있는 것이다. 따라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을 가장 먼저 바꾸어야 한다"
".... 그렇다고 어린 시절의 양육 환경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나는 나의 과거와 그로 인해 생겨난 나의 환경만을 탓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오늘의 한 걸음이 나에게 긍정적인 인식과 잠재력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의 첫걸음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