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의 지나친 관심은 싫지만 그래도 친구는 갖고 싶은 관종 이야기
한국을 떠나고 싶었습니다.
저는 스무 살 초반 때까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싫어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두루두루 친한 사람이 같은 동네에 100명은 넘는 우리 엄마의 친화력으로 네가 동네에서 어디를 가든 무엇을 먹든, 결국에는 엄마의 귀로 다~ 들어가니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길에서 엄마의 지인을 만나면
"깽이야, 어디 가니?"
"친구 만나러 갑니다."
"어디로 가는데?"
"서울로 갑니다."
"무슨 친구를 서울까지 만나러 가니? 언제 오는데?"
"저.. 버스 시간이 늦어져서요. 죄송합니다."
이런 대화는 흔하지요.. 내 친구가 누구인지 무슨 친구인지가 그분께 왜 중요했던 것일까..?
동네가 좁다 보니 그러나 보다 했지만 아무리 무감각한 나라도 나중에 엄마가 알 수 없었을 (?)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었을 때는 아연했습니다. 원래 엄마라는 존재들은 (저도 엄마입니다만) 아는 모든 것들에 대해 "널 위해 하는 말이야." 뒤로 엄청난 잔소리를 퍼붓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엄마의 눈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까지 잔소리를 들어서야..
그렇게 저는 타인의 지나친 관심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남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입는지, 어떻게 먹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등 관심이 아주 많지요. 저 역시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텔레비전이나 SNS를 통해 타인의 삶을 관찰하고, 따라 하기까지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위에 있는 사람이 이렇게 까지 하나하나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옮긴다면 그야 싫을 수밖에요.
주의할 것은, 저에 대한 애정이 있는 관심인지 없는 관심인지를 구분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동네에서 만난 분들은 저 보다는 저를 걱정하고 신경 쓰는 엄마에 대한 애정으로 제게 관심을 가졌거나, 어쩌면 뒤에서 수군거릴 화젯거리를 찾고 있는 사람들일 수도 있어요. 그것은 저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지요. 그러다 보니 저는 저를 향한 모든 관심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혼자 있기를 좋아했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어떻게든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또 개인적인 것들에 대해 묻는 사람과의 만남이라면 가능하면 피하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대인 기피증 증세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태로 한국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외국인의 신분으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가능한 한 한국사람이 없는 학교를 골랐습니다. 대외적인 이유는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였습니다만, 실은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한국사람들을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제게 일본은 그야말로 적합한 나라였습니다. 나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었으니까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히나 젊은 사람들이 많은 도시의 경우에 이런 말이 유행할 정도로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나라입니다. <하라주쿠에서는 나체에 사슬을 감아 끌고 다녀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우습죠? 저라면 빤히 쳐다보았을 것입니다.
아무튼 일본에서의 시작은 제게 너무나 좋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새벽에 시작한 빵집 아르바이트도, 한국인 하나 없는 학교도 그저 인사하고 웃어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고, 무엇보다 잔소리 쟁이 엄마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내,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유는, 다른 사람도 제게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저 역시 타인에게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에 모처럼 성인이 되어 맛있는 술을 잔뜩 먹을 수 있었지만, 어떤 술이 맛있는지 이야기하고 저녁 늦게까지 함께 할 사람들도 없었기 때문이죠. 함께 밥을 먹을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인사를 하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찰을 하고 물어도 보면서 어쩌면 다른 이들이 내게 했던 내가 싫어하는 행동들을 내가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들과 온전히 같은 행동은 할 수 없었는데, 예를 들면 누구와 만나는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등의 깊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외로움에서 빠져나와 친구를 하나씩 둘씩 사귀게 됩니다. 때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어필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면서 관계를 넓혀 가게 되었지요.
아직도 사람과의 만남에서 내가 너무 나의 이야기만을 한 것은 아닌지, 상대의 말을 들어는 줬는지 생각하고 후회하고 다시 만날 약속을 하면 다짐을 합니다. 너무 지나치지 않지만 관심이 없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주의하자면서요~
외로움을 느꼈을 당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죽어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나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관심을 끌 만한 매력도 없다. 그렇다고 관심을 끌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없어져도 되는 존재는 아닐까. 왜 나는 태어났을까..
이런 생각들은 한없이 땅굴을 파게 했습니다.
그렇게 혼자 있을 때 다양한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관심을 받고 싶지 않은 마음과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의 균형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관종은 나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관종은 어쩌면 '외로운 사람'이라는 뜻이 아닐까요?
주변에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관종이 있다면 '아~ 외로운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들어봐 주세요. 그리고 보듬어 주면 좋겠습니다. 정도껏이요.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큼만 말입니다.
혹시 모르죠.
나의 작은 관심이 그들의 삶의 즐거움이 될 수 있을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