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서' 해 주는 일이란다.

엄마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연애를 하고, 헤어지기 싫어서 '결혼'이라는 끈으로 묶여서 살다 보니 사랑하는 사람과 꼭 닮은 아이를 갖고 싶어지는 것... 그것이 일부 인생의 수순입니다. 너무나 신기하게도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이러한 사랑의 레퍼토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서 이러한 스토리가 한두 개쯤 있기 때문에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아기가 몸속에서 몸을 불리고 세상에 태어나 옹알이를 시작하고 말을 하려 할 무렵까지는 엄마가 엄마이기 때문에 당연히 여러 가지를 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그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리고 남편도 아이의 아빠기 때문에 나름의 아빠로서 해야 할 일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삶의 변화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내 엄마가 그랬고, 옆집 엄마가 그랬으며, 친구의 엄마가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기에 받아들이기가 쉬웠느냐 하면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새벽에 아기가 깨서 울면 그게 그렇게 억울하고 힘들었습니다. 매일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요. 아기의 웃는 얼굴은 정말 예쁘지만 아기의 똥냄새가 좋은 것은 아니었고, 아기가 울어댔을 때 이유를 알지 못하면 걱정도 되었지만 너무나 힘들어서 일을 나가고 집을 비우고 있는 남편이 부럽고 밉기도 했습니다.


아기가 나의 엄마, 아빠를 보고 웃는 얼굴을 보여주거나 조금 더 성장하면서 무엇인가를 사 달라고 떼를 쓰거나, 놀아달라며 응석을 부릴 때면 불과 1,2년 전만 해도 이 집에 없었던 아이가, '어쩜 이렇게 원래부터가 자기 것 인양 거리낌 없이 행동할 수 있을까' 하며 신기해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엄마니까 그 책임감에 의해 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에요. 물론 책임감도 당연히 있었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아이와 계속 함께 살 수는 없었겠지요. 하지만 그보다는 먼저 이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 아이가 어른으로서 스스로 설 수 있을 때까지 도우려고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거예요.


책임감에 아이를 키우는 것과 사랑하기 때문에 이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약간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것과, 공부가 좋아서 하는 것이 다른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내가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그 책임감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라면 그 책임감의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그리고 희생한 만큼 아이가 잘 자라주지 않을수록 괴로워지고 힘들어지겠지만, 내가 낳은 이 아이를 사랑해서 키우는 것이라면 아이를 위한 희생도 기꺼워지고, 아이가 잘 자라주지 않았을 때는 사랑으로 감쌀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요?


때때로 아이가 "엄마는 내 엄마니까 이렇게 해 줘야 해."라고 이야기할 때가 있습니다. 용돈을 주는 것이나, 생필품 외에 여러 가지를 해 줘야 한다거나, 피곤한 엄마를 배려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엄마니까 책임감을 가지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할 때가 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꼭 아이에게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것일까요?


아이에게서 나의 모습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비칠 때, 그리고 아이가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것이 느껴질 때, 아이가 참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나의 몸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 아이가 내 아이여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이를 책임감만으로 키운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키운 것이었습니다.


이 아이가 나의 아이어서 관심이 가고, 이 아이가 나의 아이어서 잘 먹고 있는지, 잘 자라주고 있는지 걱정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이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진심들이 책임감이라는 단어 뒤에 숨겨져서 나 조차도 엄마니까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그렇게 가볍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나의 엄마도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어린 시절.. 아빠의 일정치 못한 수입 때문에 맞벌이를 해야만 했던 엄마에게서 나는 어쩌면 "사랑"보다는 "책임감"이 더 보였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엄마의 규 휼은 족쇄로 느껴졌고, 집은 얼른 벗어나야 하는 곳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내 아이는 좀 더 끈끈한 사랑으로 키워서 '끈끈한 가족애'를 만들어 내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나의 엄마와 같은 그런 가정을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다 잡아 진심으로 보듬어 주고 싶습니다.


엄마니까 해 주는 것이 아니야. 내가 너의 엄마라서 해 주는 것이란다. 너를 사랑하니까.

네가 엄마의 딸이어서 감사하단다. 네가 엄마의 딸이어서 해 주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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