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부터 지켜요.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야, 너네는 설거지할 때 큰 그릇부터 씻니, 아니면 작은 그릇부터 씻니?"
"나는 아마.. 큰 그릇부터 씻어낼걸?? 그래야 건조대 뒤부터 차곡차곡 넣을 수 있잖아."
"야~ 그건 아니더라, ~~ 네 집에 가니까 그릇 크기별로 차곡차곡 쌓아서 물도 잘빠지고 모양도 엄청 예쁘더라고, 그니까 작은 그릇부터 씻어내야겠어 앞으로. "
요즘 엄마랑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애니메이션 <아따맘마>가 생각나는 건 저만 그런 걸까요? 뭐 이래도 저래도 괜찮은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남이 하면 예쁘고 내가 하면 안 예쁜지..
그래도 이왕 이야기를 했으니 머릿속에서 열심히 설거지한 후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큰 것부터 씻어서 뒤에서부터 놓다 보면 큰 그릇이 엎어져 버려서 작은 그릇을 올릴 때 일부러 큰 그릇을 한 번 더 세워 놓아야 합니다. 하지만 작은 그릇부터 씻어 올리면 그렇게 될 일이 없는 거죠.
결국 엄마의 말이 맞다고 인정해 주고 나서야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엄마와의 대화가 끝이 나도 내 머릿속에서는 설거지 후 물이 뚝뚝 떨어지는 식기 건조대의 모습이 맴돌았습니다. 작은 그릇부터 차곡차곡 세워져 있는 깔끔한 모습 말입니다. 누가 봐도 크고 작은 그릇이 아무렇게나 뒤엉켜 있는 것보다 작은 그릇부터 세워져 있는 모습이 예쁘기도 하고, 큰 그릇에서 떨어지는 물이 작은 그릇을 빗겨 흘러내릴 테니 건조도 잘 되겠지요.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작은 약속들, 작은 감정들, 작은 투덜거림을 놓치고서는 아름다운 관계는 지속되지 않습니다.
요즘도 드라마나 연인관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 중에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여성이 어떤 가게의 쇼윈도에서 목걸이를 바라보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와.. 예쁘다.."라고 말합니다.
조금 후에 호감을 갖고 있는 남자가 그 목걸이를 여성의 목에 걸어줍니다. 여성은 너무나 고마워하고 감동을 합니다. 상대의 작은 몸짓과 눈짓, 표정을 놓치지 않는 관계는 점점 좋은 관계로 이어지게 됩니다.
약속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떠한 관계라 하더라도 약속이 잘 지켜지면 감동과 믿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떤 회사와 작은 계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회사는 대기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쪽의 요구사항을 지켜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계약을 작은 중소기업과 하게 되었을 때 그곳에서는 요구사항뿐 아니라 내가 불편해할 만한 소소한 것들을 먼저 생각해서 해결해 주는 것입니다. 해결까지 해 주지 못해도 불편함에 대해서 알아주기만 했는데도 감동이 밀려옵니다. 그리고 다음 계약도 큰 기업보다 작은 쪽에 할 것입니다.
작은 것들이 잘 이루어졌을 때 큰 것도 당연히 잘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사람 사이에도 작은 약속들이 잘 이루어졌을 때에 그 사람과 계속 아름다운 관계를 지속하고 싶어 집니다.
그리고 그런 관계들이 늘어나면서 내 주변에는 아름다운 관계의 사람들이 늘어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