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Aug 21. 2022

바다처럼 살자.

돌과 같이 던져지는 상처를 받아도 흔들리지 않는 방법

" 깽아.. 바다와 같은 사람이 돼야 한다. 많은 것을 포용하는 바다와 같은 사람.."


자유로운 영혼이었지만 장녀인 나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있었음에도, 동생이 보살펴 주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귀찮은 존재로 느껴졌던 적이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 동생은 나의 학교 길도, 숙제로 모인 모둠에도 끼고 싶어 했다. 지금이라면 오히려 내 쪽이 동생과 함께 있고 싶고, 모임에도 함께 나가고 싶지만 그때의 나는 왜 그랬을까.. 그저 동생의 존재가 달갑지 않았다. 그때 나는 '바다와 같이'마음이 넓고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도록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아마도 엄마는 지금의 나와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지금에 와서 생각이 그런 생각이 든다. 나와 동생은 4년 터울로, 내가 어느 정도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동생이 태어났다. 나도 동생도 생일이 3월과 2월로 연 초에 해당하기 때문에 꽉 찬 4년 터울이지만 한참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아야 했던 나이에 가뜩이나 무뚝뚝한 부모님인데 그마저도 모든 관심이 아기에게 쏠렸을 것이다. 여유가 있는 집안도 아니었으니... 어쨌던 변명 같지만 나는 그렇게 애정이 부족한 채로 성장해 왔다. 그땐 그저 그렇게 사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다. 환경이 아니라 아이의 본래의 성향이 아이를 성장시킨다고... 


 결국 나는 엄마가 말하는 바다와 같은 사람은 되지 못했다. 


포용력이 있는 사람... 보다는 속이 좁고 이기적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영기가 있어서 야무지지도 못하는 사람. 나는 돈을 벌고 절약하는 것을 배운 것이 아니라, 적은 돈에 만족하고 많이 쓰는 것을 배운 것 같다. (지금은 스스로 다독이며 살아간다. ) 천성은 아빠를 닮아 매사에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아 상처도 자주 깊게 받는다. 아마도 나를 상처 줄 수 있는 약점이 많기 때문이겠지만, 그렇게 던져진 돌들을 술을 마시고 하루를 버리는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왔다. 그리고 나이를 먹었다. 살아오면서 했던 그때그때의 최선의 선택들은 어쩌면 최선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정보도 없었고, 통찰력도 없었고, 끈기도 없었다.. 다만 오기와 고집만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최근 몇 개월 동안 계속해 오게 된 일이 있다. 바로 "책 읽기"와 "글쓰기"다. 

책도 매번 추리소설만 읽었지만, 장르를 바꾸어 힐링 소설뿐 아니라, 그동안 기피했던 <돈의 속성>이나 <블로그 하는 법 등 부수적으로 돈을 버는 법,이나 절약하는 방법 등이 들어있는 실용서와 자기 개발서들, 그리고 에세이들을 읽기 시작했다. 


 확실히 추리소설은 재미있지만,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부자이지만 살인자이거나, 세상의 악을 모두 가지고 있는 듯한 거지 살인자, 몸을 파는 여자와 같이 기구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배울 것은 없다. 이야기가 재미있을 뿐이다. 그것으로 깨닫게 되는 것은 "아.. 원래 인생이 이렇게 힘들고 편파적인 것이구나.." 하는 것들이었다. (물론 지금도 추리소설은 두 시간 만에도 뚝딱 읽어낸다)


 읽는 책의 종류를 넓히면서 내가 느끼게 된 것은, <세상은 넓고, 아직 내게는 많은 기회가 있다>라는 것이다. 너무 늦게 깨달은 것도 있다. 게다가 정말 이 길이 나에게 만족감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전의 삶에 비해 조금 나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것이 독서와 글쓰기의 힘이 아닐까... 


 그러면서 든 생각이 하나 있다. 


<바다처럼 상처를 받아도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되자> 


 우리 동네에는 얕은 시냇물들이 많이 있다. 그 물들은 장마 때가 아니고는 메말라 있어서 하류 쪽에만 물이 조금 고여있거나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들이 많다. 던져지는 작은 돌들에도 쉽게 물길이 막힌다. 


 어쩌면 나는 이런 시냇물들과 같아서 던져지는 작은 돌들과 같은 상처에도 나의 인생이 휘둘리게 버려두었던 것은 아닐까... 그저 주변 환경을 핑계 대며 돌들을 던지는 다른 사람들이 나쁘다며 그렇게 인생이 막혀버리도록 방관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오히려 힘들게 했던 것은 아닐까..


 반면 바다는 깊고 그 속에는 아름다운 물고기들과 산호들이 살고 있다. 바다에 아무리 돌을 던진다 한들 아주 잠깐의 파문은 일어날 수 있어도 바다가 막히는 일은 없다. 오히려 그 돌이 바닷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어느 작은 물고기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일이 있을 수는 있겠지.


 나는 바다처럼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지는 못하지만, 바다와 같이 던져지는 상처들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상처들을 토대로 단단하고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원래 가지고 있던 성향들이 오래된 만큼, 그리고 남들보다 스타트가 늦은 만큼 많이 어려울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나만의 속도로 한걸음 한걸음.. 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싶다. 더 이상 휘둘리지 말고.. 조금 더 깊어져라 깊어져라.. 


작가의 이전글 우리 집 가훈은 "뿌린 대로 거둔다"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