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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Nov 30. 2022

잠이 오지 않는 어느 새벽에...

좀처럼 다시 잠이 들지 않아 앉아서 속닥속닥

 오늘은 어째서인지.. 좀처럼 다시 잠에 빠져 들지 않습니다. 분명 내일 일에 지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억지로 잠을 청해 보지만 벽에 걸린 시계 소리, 콘센트의 작은 버튼의 불빛 모두가 거슬려  잠이 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책을 읽거나 SNS를 뒤적거려 보아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그저 그런 기분을 글로 옮겨 볼까 하고 앉았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새벽 산책을 위해 일어나던 시각은 5시 30분으로 아직도 2시간은 남아 있는데 그 마처도 춥다는 핑계로 이제는 비슷한 시각에 일어나 커피 한잔과 독서로 아침시간을 보내는데... 너무나도 일찍 자리에 앉아 멍하니 글을 써 봅니다.


 이럴 때 그저 휴대폰과 블루투스 키보드 하나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일이 노트북을 열고 부팅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도 내 생각주머니를 도둑맞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니까요.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는 다른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정말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쩜 저렇게 잠도 없을까.. 온전히 새벽의 조용함이 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게는 그 시간이 허락된 것은 아닌 양 지금까지 이런 시간은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직장을 옮겨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지는 않습니다만 아직도 과외를 통해 일주일에 딱 한번 지인의 자녀들의 학교 공부를 돕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과 제가 하는 공부는 국어와 수학. 이전 학습지 회사에서의 경험과 원래 좋아하는 국어와 수학 과목이기에 그 과외 시간은 저의 약간의 취미생활이라고나 할까요?


 제가 가르치는 아이는 2학년과 이제 예비 중학생인 6학년 아이입니다. 특히 6학년 아이에게는 국어와 수학뿐 아니라 예비 중등 수학 문제집으로 방정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꽤나 고집과 아집이 있는 이 6학년 아이는 자신이 납득이 안 가거나 하기 싫은 일은 하늘이 두쪽이 나도 안 합니다. 학년이 높아지고 나이를 먹으면서 많이 유해지기는 했지만 자신의 감정의 기복이 스스로도 버거운 것 같습니다. 특이 케이스라면 특이 케이스인데 마음이 평화로울 때는 모든 것은 인정하고 노력하려 하지만, 상황이 조금 바뀌거나 살짝 피곤함이 더해지면 제가 가르치는 모든 것이 뇌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뇌 밖으로 그저 튕겨 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해하시겠습니까..?? 아마 남자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조금 쉽게 이해하실 듯합니다. 제 말이 귀로 들어가는 것 같지도 않은 그런 느낌 말입니다.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부류가  있는데, 말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는 타입,  양쪽 귀로 듣고 만 있고 뇌로 전달하지 않는 타입,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타입, 말을 귀로 받아들이지 않는 타입, 귀뿐 아니라 뇌로도 튕겨내는 타입... 뭔가 이야기하다 보면 다른 느낌이 나는 건... 저만의 느낌일까요..?? )


 그래도 6학년이 되면서 그러한 기복은 많이 사그라들었고, 특히 저의 경우 아빠와도 알고, 엄마의 친한 동생, 즉 아이들이 "이모"라고 부르고 저 역시 사랑으로 대하는 사람이기에, 그 아이의 그날의 감정을 읽어가며 강약을 조절하며 가르칠 수 있었기에 6세부터 지금까지 가르칠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고집은 온 가족이 아는 부분이라서 어느 정도 이해를 하며 함께 하고 있어요. 여자아이기에 조금 더 편하기도 하고요. 아이가 머리는 엄청 좋아서 학교 성적도 좋은 편이랍니다 ^^


 주저리주저리 쓰다 보니 과외 이야기까지 하고 있네요 ^^ 하려던 이야기가.. 맞다! 이거예요.


 그 아이의 지난주 숙제 중에 국어문제집에서의 서술형 문제들이 있었는데 그 한 페이지가 전품 "별표"였습니다. 어떤 문제인고 하니.. 지문이 세 개 정도 있고,, 그와 비슷한 나의 경험을 떠올려 적어보라는 문제이지요.


 초등학교 문제 중 1학년부터 단골인 이 서술형 문제는 모든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것인데요.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그런 경험은 없다고 합니다.

 

 지문에 들어있는 내용은 주로, 친구와 싸운 일, 여행을 다녀온 일, 엄마나 형제, 친구에게 화가 났던 일, 뭐 대충 평소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물어보는 그런 문제들인데요. 글로 옮기기 귀찮아서가 아니라 아이들은 자신에게는 그런 일이 없었다는 거죠. 심지어 1년에도 여러 번 한국 곳곳을 여행하고, 호텔이나 펜션으로 놀러를 가면서도 절대로 자신을 여행을 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지문 속 내용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글자를 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인지... 아니면 지문 속 아이의 여행 이야기에 자신의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 것인지... 일일이 언제 어디에 다녀왔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글로 옮길 수 있는지 가르쳐 주지 않으면 못쓰는 아이들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가능하게 될 일인지.. 아니면 너무나도 쉽게 잊어버리게 하는 아이의 산만함이 문제인지... 아니면 그렇게 잊게 하는 더 재미있고 자극적인 일상생활이 문제인 건지... 정말 문제점을 찾으려면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늘은 저희 아이의 고등학교 입학 면접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집에서 버스로 한 시간을 넘게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탐며 가야 하는 그 고등학교는 아이가 배우고 싶어 하는 다양한 기술들을 가르쳐주는 이른바 특성화 학교입니다.


 그곳을 조사하고, 홈페이지를 확인하며 자신의 성적 관리를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하는 아이가 참 대견했습니다. 벌써 이렇게 성장하다니...


 하지만 한 타임에 5명이 들어가서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는 아이의 부담이 얼마나 컸는지.... 면접 전에도 계속해서 주절주절.... 열심히 준비한 멘트를 읊어 대었습니다.


 드디어 면접 날인 오늘, 그래도 마음 편하게 가길 원했기에 출근을 미루고 학교에 데려다주었습니다. 한두 시간이 지나자 아이에게 걸려온 전화 건너편에서 울먹이며 들려온 아이의 목소리...


"엄마.. 다 망했어... 준비한 말 1도 못하고,,, 다른 아이들은 포트폴리오까지 준비했고... 말도 엄청 잘하더라고... 선생님들이 다른 아이들은 다 체크 표시해주는데 내가 발표할 때는 안 하는 거.. 내가 다 봤어... 나는 여기 못가.. 이제 나 어떻게.. 해.. 나 고등학교 안 갈래... "


음... 사실 처음부터 중3인 아이들을 면접 본다고 할 때부터 참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고3 대입도 아니고, 초등학교 졸업하고 3년밖에 안된 아이들을 면대면으로 면접을 본다는 것이... 그리고 포트폴리오 준비를 원했으면 미리 말을 하던가.. 또 그게 모라고 이렇게 울 일인가.. (울 일이겠죠... 가고 싶었던 학교니... ) 하지만 여기 말고도 고등학교는 많단 말입니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결과를 미리 불합격으로 점치고 슬퍼하는 아이에게 뭐라 해 줄 말이 없었습니다. 그 시기를 살아온 저로서는 이것이 얼마나 작은 실패인지 알고 있지만 그저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을 알지만, 이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합격했으면 좋겠습니다.


 경험이라면 경험일 수 있겠지만, 사실 저희 아이는 시에서 운영하는 자원봉사단에 비대면 면접을 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도 엄청 떨었는데 떡하니 붙어서 지금도 봉사 점수와 다양한 경험을 얻고 있습니다. 타 초등학교에 가서 벽화를 그려주거나 하는 일입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이기에 정말 좋은 경험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면접이 불합격이라는 약간의 실패감을 아이에게 안겨줄 수도 있겠지만 나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건 그냥 엄마이고 주관적인 생각입니다만....


 이제 16살밖에 안된 아이들의 무엇이 보고 싶어서 그 학교에서는 면접을 한 것인지 매우 궁금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많이 똑똑하고 영악하기까지 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아직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미성년인데,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원하는 학교였을까요....??


 진짜 불합격을 하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약 50%의 확률인 것 같습니다만, 우리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라도 불합격이 된다면... 열심히 준비한 그 아이의 무엇이 학교의 취지와 맞지 않은 것인지.. 그저 어른으로서 좀.. 궁금합니다.



이제 슬슬 몸이 아파오네요. 아직 새벽인데 움직여서 그런가 봅니다... 새벽시간을 이용해 글을 쓰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세요... 저의 주저리는 여기서 멈추어야겠습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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