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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Dec 20. 2022

날씨가 추운 이유는....

날씨가 추운 이유는 계절의 변화에 있지 않다.

날씨가 너무나 추울 때는 흔히 계절의 변화 탓을 하게 된다. 하얀 눈이 오거나.. 긴 장대비가 세차게 내리거나...


 그런데 때때로 나는 날씨가 추운 이유가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곤 한다.


나는 식사를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아니, 식사를 하는 것보다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1주일에도 꼭 두세 번은 "잘~먹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먹으려고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다. 그것이 일하고 있는 보람이라고 느끼기도 하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뭔 바보 같은 소리인가 싶기도 한데, 뭔가 삶의 이유라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우리 주변에는 정말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많이 있다. 여러 번 먹고 싶은 음식도 있고, 한 번씩 먹더라도 다~ 먹지 못하고 죽을 만큼 정말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특히 이렇게 추운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다양한 음식이 있는데 그것은 단연 한국의 <해물 짬뽕>이다.

매콤한 불맛이 나는 해물이 가득한 짬뽕은 그야말로 바깥의 차가운 날씨로 식혀진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아주 좋은 음식이다.


얼마 전에 먹은 짬뽕은 매생이와 굴이 들어간 이름하야 <매생이 굴 짬뽕>이었다. 해물도 가득 들어간 이 짬뽕에 건강에 좋다고 하는 매생이도 가득 들어있었는데, 특이하게도 계란 프라이가 들어있었다. (이건 좀...)


그래도 이 가게는 국물이 깊은 맛을 내고 있고, 해물도 과하리 만큼 많이 들어있어서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 내가 해물짬뽕을 찾는 시기는 겨울 중에서도 눈사람이 전혀 녹지 않을 만큼 추운 지금 이 시기이다. 이 때는 짬뽕을 1주일에도 1,2번은 꼭 먹게 되는데 온 동네의 중국집을 한번씩은 돌아다녀본다는 느낌으로 다닌다.

 


또~ 추울 때 먹는 음식~ 하면 마라탕이 빠질 수 없다. 물론 마라탕은 연중 먹는 음식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매운 것을 못 먹는 나는 (1단계)~ 추운 날에 찾는다. 등골이 오싹해 질만큼 추운 그런 날에 마라탕을 먹으면 마치  노천탕에서 몸은 따뜻하지만 어깨 위로 차가운 공기를 맞는 것 같은 그런 기묘한? 느낌의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때로는 이러한 음식들이 먹고 싶어서 날씨가 춥기를 기다릴 때가 있다. 이런 음식들 뿐 아니라 따뜻한 커피는 365일 마시지만 커다란 베란다에서 떨어지는 눈을 보며 마시는 커피는 정말 일품이다. 그럴 때면 눈이 내리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눈이 내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1년의 사계절이 너무나 감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부침개를 맛있게 먹기 위해 비가 온다거나,

뚝뚝 떨어지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해가 쨍쨍하다거나,

매콤한 해물짬뽕을 먹기 위해 눈이 온다거나,

포근포근한 호빵을 먹기 위해 칼바람이 불어온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어릴 때는 날씨에 따라 나의 기분이 바뀌곤 하였다.

우울한데 하필이면 날씨도 안 좋아..

기분이 좋다가도 눈이 녹아 질척이는 길거리는 눈살을 찌푸리게 해..

예쁜 옷을 입고 집을 나섰는데 너무 더워서 옷은 몸에 들러붙고, 화장은 흘러내기지...

그 모든 것은 전부 나를 힘들게 하기 위한 하늘의 장치로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이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하늘의 장치가 되어버린 것 같다. (물론 음식 외에도 날씨를 즐기기 위한 다른 것들도 있다. 이를테면 책이나 영화 같은.. )


그리 오래 살진 않았지만, 그리 짧게 살지도 않은 지금의 나는 때때로 무엇이 옳은지 시시비비를 정확하게 가리고자 했던 어린 날의 그때를 떠올리곤 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세상의 많은 것들은 시시비비를 정확하게 따질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는 데다가, 그런 것들을 따진다고 한들 그렇게 큰 이익을 얻지도, 그렇게 큰 손해를 입지도 않았다. 지면 어떻고 이기면 어떤가. 그냥 그러한 문제에서 무엇인가 작은 것이라도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고, 웃으며 넘어가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가 좋고 나쁜 것은 나의 힘으로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조금 방향을 틀어 생각할 수 있다.

음식이 아니어도 좋다. 하지만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좋은 거 말고,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이런 날씨라서 좋은 나만의 이벤트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런 이벤트를 하기 위해 날씨가 이런 거다.. 먹는 거 말고 다른 것은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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