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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Aug 17. 2022

우리 집 가훈은 "뿌린 대로 거둔다"이다.

나는 잘못 뿌린 씨다. 그래도 잘 자라 보겠다. 

 나의 글 중에 암울하거나 슬퍼하는 글의 내용을 보면 엄마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 엄마와 어제는 아이의 문제로 만나게 되었다. 


 아이에게 우울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벌써 1주일이고, 어제는 그 결과와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선생님과의 상담을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 엄마도 걱정이 되었는지 함께 가자고 하며, 가능하면 그 전이나 후에 아이가 없을 때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왔지만 나는 정신력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별일 아닐 거라며 잘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 마음을 다독였다. 


 아이와의 대화에서 나는 글로 나의 마음을 쓰는 것만큼 이 아이에게 말로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다정한 말투와 다정한 톡톡, 관심 등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이도 조금씩 마음을 열어 주는 것 같았다. 적어도 오늘 아침 등굣길에 (매일 학교까지 데려다준다) "엄마도 사랑을 받으며 살아오지 못해서 너에게 마음을 잘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하지만 엄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널 많이 사랑한단다.. "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다시 엄마와의 대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아이와 병원을 다녀오고 집에 데려다준 후 엄마와의 대화를 위해 나름 멋진 카페로 갔다. 좋은 분위기여야 부드러운 대화가 오갈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부드럽게 흘러갔다. 아마도 병원에서 내가 나름 노력하고 있음을 선생님께 말하는 것을 보아서 그런 것일까.. 엄마도 노력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엄마는 지난날 자신이 내가 어릴 때 '자녀들에게 잘 못해서 그렇다. 지금이라면 더 잘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후회를 하셨다.  


 엄마의 말만 잘 따랐어도 나는 더 잘 자랐을지 모른다. 나름 멋진 회사에 들어가 돈을 많이 벌고 있을 수도 있고, 멋진 남자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매우 아쉽긴 하다) 하지만 나는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 자유롭고 독립적인 영혼이었는지, 엄마의 말을 그대로 따르고 싶지 않았다. 내 발로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고, 나의 능력을 키워보고 싶었다. 마치 자신의 모든 말이 다 맞는 듯 단정을 지으며 명령하는 엄마의 말은 나에게 "너는 혼자서 아무것도 못 해. 너는 신용할 수 없는 존재지. 자존심 부리지 말고 내가 하라는 대로 해. 그것이 제일 행복한 길이야!"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당시 제대로 된 육아서 한 권 없었고, 있다 해도 읽을 시간적, 경제적 여유도 없던 가정이었기에 엄마는 자신의 생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엄마는 자신이 살아온 그 세상이 전부였기에 나를 다루는 방법을 몰랐다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엄마는 나름 최선을 다 한 것이다. 그 말에 따르지 못한 내가 잘못되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지. 그것이 내 선택이었으니까. 


"엄마는 최선을 다한 거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요." 


내가 할 수 있는 위로였다. 하지만 엄마에게 돌아온 것은 


"내가 가훈을 바꾸었어. <뿌린 대로 거둔다>로"


늘 우리를 보며 한탄하고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서 이 모양 이 꼴이라며 핀잔을 내리는 엄마의 말은 조금도 긍정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내가 잘못 뿌려서 너희가 이렇게 된 거야. 내가 잘만 뿌렸다면, 너나 아이가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지는 않겠지. 네 동생이 좀 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과 일도 안 하고 행복하게 살았을 거야." 


어째서 나는 엄마가 잘못 뿌린 씨가 된 것일까..  엄마는 도대체 무슨 씨앗을 심고 싶었기에 다 자란 우리가 잘못 자랐다고 하는 걸까.. 


너무 슬펐다. 왜 나는 이 나이가 먹도록 엄마한테 잘못 뿌린 씨앗인 걸까.. 나는 그래도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엄마와는 좋은 대화로 끝내지 못했다. 처음은 나름 괜찮았지만 끝은 그리 좋지 못했다. 기도가 부족했던 거다. 


하지만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무조건 옳고, 내가 계속 비참해하고만 있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게는 살 수 없었다. 살아낼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한 아이에게 좀 더 좋은 영향을 주는 엄마여야 하고, 행복을 아이와 사람들에게 전파해야 하는 사람이다. 


 내가 긍정적인 삶을 살아내기 위해 지금 노력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나의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잠식시키지 않도록 아침 일찍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아침해를 바라보고 가뿐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멋진 사진을 찍어 사람들과 공유하고, 좋은 글감이 떠오르면 적어 글로 올린다. 그러한 글들은 나름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좋은 글귀를 찾아 필사하며 마음을 성장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때때로 이런 노력들이 아직은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언젠간 꼭 책을 내보고 싶다는 허황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며 비관적으로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글쓰기와 산책만으로 하루가 알차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을 느낀다. 그것만으로 이 노력이 결코 부질없는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 않을까. 


 엄마의 말처럼 나는 잘못 뿌린 씨앗일 수 있지만, 잘못 뿌린 씨앗이어도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언젠가는 증명해 보일 수 있게 되도록 오늘도 노력해 보아야겠다. 그래서 나는 가훈을 바꿔봐야지. 


<뭐든 뿌리고 보자! 그리고 기다리자! 잘 될 때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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