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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짧은두루미 Nov 08. 2018

범생이의 요가강사 도전기

되면 하는 자의 하면 되는 이야기 #1. 지도자 과정에 합격하다

고된 하루를 보낸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개운하게 깨워드리고 싶습니다.

 

왜 요가강사가 되고 싶냐는 인터뷰 질문에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실 요가 지도자 과정에 등록하는데 이런 관문이 있을 줄은 몰랐다.  내가 여기서 일을 하겠단 것도 아니고, 돈을 내고 수업을 듣겠다는데 전화 인터뷰까지 봐야 하다니. 이미 세 페이지의 지원서를 써서 보냈고, 요가 수련 영상까지 촬영해서 보냈는데 말이다. 

진짜 불합격하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하는 걱정에 희미했던 열정이 불꽃처럼 튀어올랐다. 전화 인터뷰 내내 나 요가 진짜 좋아한다고, 나 지금 엄청 근엄하고 진지하고 열정적이라고 어필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너무 쑥스러워서 눈썹이 자꾸만 팔(八) 자 모양을 그렸다. 요가에 대한 열정은 꽤나 진지했지만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었지,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요가 강사 같은 외모도 아니고, 그렇다고 반전으로 요가를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고, 인턴은 은행에서, 본격 취직을 하고는 회계팀에서 일했다. 듣기만 해도 지루한 나의 이력에 요가 강사가 가당키나 한 건 지 사실 나도 모르겠다. 쑥스러운 게 당연했다. 그렇지만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여태껏 좋은 학교를 가는 것이, 이름난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또 거기서 살아남는 것이 인생인 줄 알았다. 요가는 내 멋대로 정의한 그 인생이란 게 진짜 내가 원하는 건 지 계속 반문하게 했고, 결국은 여기에 이르렀다. 


지원서 작성, 수련 영상 제출, 그리고 전화 인터뷰의 (생각보다) 길었던 지원 과정 끝에 나는 합격을 통보받았고, 그 사이에 요가 강사를 해보겠다는 나의 우스운 꿈은 더 진지해져 갔다. 다음 달이면 지도자 과정이 시작된다. 그 기간 동안 지금의 이 정체 모를 열정이 확신으로 바뀌길 기대해본다.


호흡부터 시작해서 수리야 나마스카라로 몸을 풀고, 난이도 있는 피크 포즈에 이르렀다가, 사바사나로 고요하게 끝나는 한 시간의 수업이 마치 한 편의 영화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 뚜렷하다. 좋은 영화를 보면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것처럼 나도 그런 요가 수업을 하고 싶다.

나 정말 요가강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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