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지도자과정 1주차 . 볼빨간 요기니
지도자 과정의 첫날을 마무리하면서 '오늘 하루 감사한 것들'에 대해 돌아보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 순전히 우연에 의해 만난 택시 아저씨의 친절함, 선생님의 애정담은 눈길...... 감사한 순간들을 서로 공유할수록 사람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고, 따뜻한 기운이 공간을 감쌌다. 지금 기분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고 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답했다. 사랑, 따뜻함, 설렘, 기쁨, 행복...
분명 아까 요가원에선 나도 '따뜻함'이라 대답건만 집에와서 돌아보니 오늘 하루의 기분은 '창피함'이 지배적이다. 창피한 순간들을 돌아보면 다음과 같다. 고작 자기소개 하나 하는 데 목소리를 바들바들 떨며 두서 없이 말한 것, 선생님의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한 것, 쉬는시간이 되자 옆사람과 대화를 해야할 것 같은데 무슨 이야기를 할 지 몰라 먼 산을 바라본 것, 심지어 과정이 끝난 후 단톡방에 올라온 사진에서 내가 너무 못생긴 것까지도 다 창피했다. 참 창피할 일도 많다.
사람들 앞에 서게 되면 어김없이 발동하는 발표공포증, 그리고 이어지는 자의식 과잉의 상태. 이 모든 게 어쩌면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걸 지도 모르겠다. 자기소개도 요점만 간단히 하면 될 것인데 사람들한테 각인되고 싶은 욕심에 괜한 너스레를 떨다 더 횡설수설 하게 되었고(내 이름이 미균인데 굳이 세균할 때 균이라고 설명했다. 하아..내가 왜그랬을까), 쉬라면 그냥 쉬면 될 것을 억지로 대화주제를 찾다가 혼자 더 어색하고 불편해졌다. 이 공간에서는 판단, 평가가 없을 것이란 선생님의 말이 무색하게 나는 내 스스로에 의해 판단, 평가 되고 있었다. 스스로에 의해 '형편 없음'으로 평가된 나는 오늘 하루종일 창피함에 볼이 빨갛게 달아올라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