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차] 아기와의 여행의 실태

돌 아기와 제주도 한달살기

by 목짧은두루미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자는 것은 자연의 이치. 아직 문명에 때문지 않은 아기의 하루는 아침 일찍 시작된다. 일어나서 맘마 먹고 놀다가 응가도 시원하게 하고 씻고 옷 갈아입고 나와도 아직 8시다.

가까이서 처음 보는 바다.표정이 왜그래?

아침 일찍 해변가에 나온 사람들은 주로 체조하는 어르신들, 아니면 어린 아기와 함께 나온 부모들이다. 피곤하긴 하지만 장점도 있다. 카페에서 명당을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함덕 해수욕장의 중심에 위치한 카페 델문도는 관광지답지 않게 왜인지(?) 오전 7시부터 오픈한다. 낮 시간대에는 아기와 가볼 엄두조차 낼 수 없이 붐비는 카페이지만 아침 일찍 가면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햇살이 좋아서.
크루즈 여행을 하고 있는듯한 테라스 자리.

선베드 의자를 택했다. 아기 의자는 따로 없어서 챙겨갔다. 사진으로 보니 참 평온해 보이는데 현실은 호기심 넘치는 아기 데리고 빵 하나 먹기 정말 힘들다. 뭐든 만지고 싶고 궁금할 인생 11개월차. 안 주면 소리 지르고, 못하게 하면 대성통곡이다. 주변 사람들 눈치가 보이니 위험한 것 아니고서야 웬만한 것은 다 하게 해 준다. 더러운 것도 맘껏 만지게 해 주고… 더러운 거 만진 손으로 내 빵도 만지게 해 준다. 그래도 무언가 수 틀려서 소리라도 지르면 진땀 빼며 퇴장하는 루틴, 그것이 요즘 외출의 실태다.

나의 피부와도 같은 아기띠, 언제 졸업하나?

점심은 당근 버거와 시금치 버거를 먹으러 무거버거로. 당근은 싫어하지만 당근 버거는 맛있었다. 당근을 튀겼기 때문이다. 신발을 튀겨도 맛있단 말도 있지 않은가. 시금치 버거는 짰다. 아기 눈치 보며 부랴부랴 먹느라 햄버거 사진이 없다.

무거버거. 햄버거 가게 하기엔 과분한 건물
아기의자 없을 때 유용하게 쓰는 휴대용 부스터

원래는 햄버거를 사 먹고 30분 거리에 있는 스누피 가든에 가려고 했었다. 스누피 가든 간다고 아가 옷도 스누피 바지로 챙겨 입혔는데… 심각한 카시트 거부로 출발 5분 만에 차를 돌려야만 했다. 늘 뜻대로 되지 않는 아기와의 외출.

이럴 때면 꼭 비교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누구네 아기는 몇 시간도 잘 탄다던데… 누구는 카시트만 타면 잔다던데… 왜 항상 내 육아만 이렇게 힘든 걸까?’

그런 내 마음을 바라봐준다.


그리고는 속상하지만 내 아기가 이런 걸 어떡하겠나! 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대신 아기띠를 메고 집 근처에 있는 기프트샵에 가서 소소하게 쇼핑을 했다. 마스크 끈도 사고 스카프도 하나 사고. 이런 상황을 대비해 번화가에 숙소를 잡길 참 잘했다. 스누피 가든은 다음에 가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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