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아기와 제주도 한달살기
기대하고 기대하던 친구 오는 날! 전에도 말했듯 육아에서 힘든 팔 할은 외로움인데, 친구가 온다는, 그것도 제주도까지 온다는 소식은 너무나도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친구가 밀접 접촉자의 밀접 접촉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패닉 상태에 빠졌다.
다행히 그 밀접 접촉자는 음성이 확인되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아기 있는 집에 오는 건 아무래도 찝찝하다며 검사를 받고 오겠다 했다.
그렇게 아침 10시에 제주공항에 도착한 친구는 하루 종일 불안에 떨며 검사 결과만 기다리다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음성’ 두 글자를 확인하고 우리 집으로 왔다. 꼬박 8시간의 기다림. 정말이지 적응할래야 적응할 수 없는 코로나 세상이다.
오늘도 역시 비바람 몰아치는 날씨. 가까운 카페라도 가려고 나왔다. 조천에 있는 카페 아라파파(원래 제주시에서 꽤 유명한 빵집이라 한다.) 엄청난 뷰 맛집인데 비바람과 똥손의 콜라보로 남겨진 사진은 이 모양이다.
근처 너븐숭이 4.3 기념관에도 들렀다. 솔직히 말하면 비바람이 아니었다면, 아기와의 여행이 아니었다면 관심도 없었고 절대 오지 않았을 곳이다.
2-3만 명의 희생자를 낳은 근현대사의 참혹한 대참사. 아기를 낳고 키우며 한 생명이 얼마나 귀한지 처절하게 느끼고 있기에 더 가슴 아프고 믿을 수 없는 현실이다. 1947년도의 일이 김대중 정권 때까지도 묵살하고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다 한다. 추모공원과 기념관 덕에 생각지도 못했던 아픈 제주의 역사를 알아간다.
내친김에 제주 4.3 사건을 다룬 소설 순이삼촌을 교보문고 이북으로 빌려봤다. 근데 읽으려고 보니 영어네…? 잘 보고 샀어야 했는데……
영어책은 잠시 제쳐두고 육퇴 후 친구와의 짧은 와인타임을 가졌다. 하루의 마음고생이 한두 시간 만에
완전히 가셨다. 아들도, 엄마도, 남편도 줄 수 없는 즐거움을 주는 나의 오랜 친구! 아름다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