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차] 서울에서 온 친구, 또 코로나 검사 당첨

돌 아기와 제주도 한달살기

by 목짧은두루미

기대하고 기대하던 친구 오는 날! 전에도 말했듯 육아에서 힘든 팔 할은 외로움인데, 친구가 온다는, 그것도 제주도까지 온다는 소식은 너무나도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친구가 밀접 접촉자의 밀접 접촉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패닉 상태에 빠졌다.

다행히 그 밀접 접촉자는 음성이 확인되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아기 있는 집에 오는 건 아무래도 찝찝하다며 검사를 받고 오겠다 했다.

그렇게 아침 10시에 제주공항에 도착한 친구는 하루 종일 불안에 떨며 검사 결과만 기다리다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음성’ 두 글자를 확인하고 우리 집으로 왔다. 꼬박 8시간의 기다림. 정말이지 적응할래야 적응할 수 없는 코로나 세상이다.

오늘도 역시 비바람 몰아치는 날씨. 가까운 카페라도 가려고 나왔다. 조천에 있는 카페 아라파파(원래 제주시에서 꽤 유명한 빵집이라 한다.) 엄청난 뷰 맛집인데 비바람과 똥손의 콜라보로 남겨진 사진은 이 모양이다.

카페 아라파파
할미한테 가서 애교 부리면 다 얻어먹을 수 있다.

근처 너븐숭이 4.3 기념관에도 들렀다. 솔직히 말하면 비바람이 아니었다면, 아기와의 여행이 아니었다면 관심도 없었고 절대 오지 않았을 곳이다.

2-3만 명의 희생자를 낳은 근현대사의 참혹한 대참사. 아기를 낳고 키우며 한 생명이 얼마나 귀한지 처절하게 느끼고 있기에 더 가슴 아프고 믿을 수 없는 현실이다. 1947년도의 일이 김대중 정권 때까지도 묵살하고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다 한다. 추모공원과 기념관 덕에 생각지도 못했던 아픈 제주의 역사를 알아간다.

30분 미만으로 둘러볼 수 있는 작은 규모 가념관이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나만 의식 없이 살았어…

내친김에 제주 4.3 사건을 다룬 소설 순이삼촌을 교보문고 이북으로 빌려봤다. 근데 읽으려고 보니 영어네…? 잘 보고 샀어야 했는데……

영어책은 잠시 제쳐두고 육퇴 후 친구와의 짧은 와인타임을 가졌다. 하루의 마음고생이 한두 시간 만에

완전히 가셨다. 아들도, 엄마도, 남편도 줄 수 없는 즐거움을 주는 나의 오랜 친구! 아름다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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