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아기와 제주도 한달살기
웬만해선 여기서 짐 늘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집에만 있을 때 할 게 너무 없어 사게 된 장난감 청소기다. 다이슨과 똑같은 모양의 이 청소기는 궁극의 효자 아이템으로 거듭났다. 하루 종일 혼자 커다란 청소기를 밀며 온 집안을 누비고 다니며 엄마에게 자유시간을 선사한 우리 아가. 엄마 껌딱지는 잊어주세요~
점심은 촌촌해녀촌에 가서 성게국수와 회국수를 사 먹었다. 도민 맛집이라더니 정말 동네 어르신들이 많다. 비리지 않고 시원한(실제론 뜨겁다) 성게국수와 매콤달콤 회국수의 조합. 여자 3인이 가서 4인분을 시켜 다 먹고 왔다.
시종일관 하이텐션의 이모(서울에서 온 내 친구)와 청소기 덕분에 기분이 좋은 아가와 함께 김녕 미로공원으로 향했다. 처음엔 나무향기를 맡으며 천천히 산책한다는 느낌으로 걷다 가려했는데, 점점 ‘이러다 못 나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던, 결코 만만하지 않았던 미로. 30분 만에 탈출에 성공했다.
미로에서 나오면 있었던 야외놀이터에서 인생 11개월 만에 첫 그네에 입문했다. 왜 이렇게 귀엽니… 주방놀이와 자동차, 공룡이 가득한 실내 놀이터도 있다. 걸음마 연습도 하고 카트도 끌고 돌아다니고 자동차도 이것저것 만져보고 알차게 놀았다. 그러고 보면 청소기에 자동차에 카트에… 딸 같은 아들로 키우고 싶었는데 이 녀석의 취향은 너무나도 아들 같은 아들이다.
얼른 육퇴 하고 맥주 마시고 싶은데 육퇴를 안 시켜주길래 그냥 맥주부터 마셨다. 아기는 분유를, 나와 친구는 맥주를! 야채칩 안주는 나눠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