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차] 아가의 첫 생일! 김택화 미술관, 세피베이

돌 아기와 제주도 한달살기

by 목짧은두루미

오늘은 아가의 첫 생일이다. 돌잔치도 2주 전에 치렀고 남편도 서울에 가 있으니 잔치 분위기는 없지만 하루 종일 뭉클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보낸 하루다.

아가가 없었던 인생은 마치 전생처럼 느껴질 만큼 강렬했던 지난 1년, 파란만장했지만 건강하게 자라준 것 하나만으로 우리 아가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

조촐한 생일파티

무려 4.16kg의 우량아를 자연분만으로 낳고 후유증으로 한 달 이상을 고생하면서도 집착적으로 했던 지옥의 모유수유, ‘이유식은 시판으로 먹어야지’ 말하면서 언행불일치로 매번 해먹이던 이유식도 이젠 어느덧 다 추억이 되었다. 돌이켜보니 힘들어 죽겠는데도 자연분만, 모유수유, 이유식 무엇 하나 포기하지 못하고 미련하게 해낸 열혈엄마가 바로 여기 있네. 오늘은 아가 생일이지만 일 년 동안 내 몫을 열심히 했으니 나도 축하받아 마땅하다!


고생한 자는 맛있는 걸 먹을 자격이 있다. 항상 궁금했던 집 앞의 세피 베이글에 가서 베이글 샌드위치와 그래놀라 요구르트, 치즈 수프까지 제대로 된 브런치를 즐겼다. 우리 아가도 요구르트도 뺐어 먹고, 계란도 뺐어 먹으며 신났다.

사장님이 최고로 친절했던 세피베이글, 또 가고싶다.

바람 많이 부는 날 가려고 아껴놨던 김택화 미술관,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라 무료 관람이라길래 오늘 방문했다. 한라산 소주 라벨을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생전 고집스럽도록 제주의 풍경을 담아내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 제주의 풍경은 너무나도 특별하고 아름답기에 고향의 모습을 작품으로 남겨내는 것에 몰두한 그 삶이 이해가 된다.

생애 마지막 6점의 스케치가 전시되어있다. 투병 중에 사망 이틀 전까지 고통 속에서 그림을 그려낸 것이다. 열정 없이 방황하기 전문가인 나에겐 그저 부럽고 존경스러운 삶이다.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닌가.

마침 2층 카페는 계속 리뉴얼 중이다가 오늘 새로 오픈했다고 한다. 배 부르지만 잠깐 들러 청귤 차를 마셨는데 진하고 맛있다. 제주스러운 뷰가 정답다. 요즘 아가는 카페만 가면 옆 테이블 참견하느라 바빴는데, 오늘은 마침 카페에 아무도 없어 걸음마 대장의 독무대를 맘껏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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