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아기와 제주도 한달살기
어느덧 집에 돌아갈 날이 가까워왔다. 내일 낮에 엄마는 먼저 서울로 돌아가고, 저녁땐 남편이 와서 마지막 5일을 보내고 가기로 했다. 마지막 하루이니 그동안 갔던 곳 중 가장 좋았던 곳을 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마땅히 한 군데를 꼽지 못하길래 그냥 새로운 곳에 가자 제안했다. 겨울에 가면 썰렁할 것 같아 가지 않으려고 했던 에코랜드 테마파크, 오늘 날이 맑고 따뜻해서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 뜻밖의 엄마의 가장 환한 미소를 보았다. “여기가 지금까지 와본 데 중에 제일 좋다.” 엄마가 말했다.
나도 수긍했다. 기차를 타니 디즈니월드에 온 것 같이 들떴고, 각 정거장에선 미리 사진으로 다 보고 갔지만 사진은 표현해낼 수 없는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나도 엄마도 사진 찍는걸 쑥스러워하는 편이라 어딜 가도 열정적으로 사진 찍는 법이 없는데, 여기선 엄마가 처음으로 프로필 사진을 바꿔야겠다며 적극적으로 포즈를 취해 보였다.
에코랜드는 무조건 날씨 좋은 날 와야 한다. 다음번엔 봄에 오자고 말하며 즐거웠던 산책을 마쳤다.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맘만 먹으면 쉽게 올 수 있은 제주도지만 막상 일상으로 돌아가면 엄마와의 여행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걸 안다. 엘리베이터 공사를 핑계로 한 달 살기를 왔고, 혼자 애기 보기 벅차다는 이유로 엄마를 끌어들였다. 결혼 5년 만에 엄마 품으로 잠깐 다시 돌아간 시간이었다. 아기가 있다 보니 여행보단 일상처럼 보냈던 한 달이지만 몇 년이 지나도 몇십 년이 지나도 두고두고 기억될 특별한 추억을 만든 것 같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