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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또 한 번의 상담 기록

by 마일라

상담사님에게 책을 한 권 추천받았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제임스 홀리스)>.

상담을 통해 감정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불만 요소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한데, 막상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결국 같은 고민을 하고 유사한 괴로움에 빠질 것 같았다. 상담사님은 칼 융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책이라고 하면서 책에 있는 이 문장을 알려주었는데, 너무 내 상황 같아서 듣자마자 사러 갔다.


“변하지 않으면 분노로 시들며, 성장하지 않으면 안에서 썩어 죽어버린다.”


책에서는 대체로 마흔 살이 됐을 때 인생의 '중간항로'를 경험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간항로는 자신과 현실의 괴리를 깨닫는 인생의 어느 시점이 왔을 때, 후천적으로 만들어낸 성격과 욕구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을 때를 의미한다. 그 시점이 되면 ‘이제 내가 누군지조차 모르겠다’는 심리 상태를 겪게 된다. 그렇지만 이 경험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인간의 생애주기에서 중간항로를 겪고 나야 자신의 잠재력을 깨우고, 나이 듦에서 나오는 현명함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요약하자면 중년 이후의 삶을 살아나가는 데 진정한 욕구와 자아를 깨닫는 시점이 한 번쯤은 필요하고, 겪어내야 오히려 충만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외면적 성공의 유무와 상관없이 겪게 되는 것이라고.


칼 융은 신경증을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의미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영혼의 고통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우리가 고통 없는 삶을 이룩할 수 있다는 암시가 아니라, 고통은 이미 우리에게 주어져 있으니 그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나를 지속해서 괴롭히고 있는 질문은 아래와 같다.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가?
-막연하게 내 잠재력을 믿고, 현재 위치의 나를 응원하면 되는 것인가?
-내가 과연 노력이 부족해서 원하는 만큼의 성공을 이룰 수 없는 것인가?
-사회와 가정이 원하는 내 바람직한 모습에서 벗어나, 일탈을 해보면 후회하게 될 것인가?
-이런 유아기적인 사고를 지속하는 것이 과연 마흔 살이어서일까, 아니면 유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간이기 때문인 것일까?


이 모든 질문에 답하기 위한 과정이 책에서 말하는 ‘중간항로’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과정이 길어지다 보니,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거나 내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을 결국 발견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스스로뿐이라는 것.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이런 고민을 같이 하고 희생을 감내해 주기를 바랄 수가 없다는 것. 아마도 그 부분에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많은 사람들이 결정적 외로움을 경험하는지도 모르겠다. 옆에서 손을 잡아줄 수는 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고, 결국에는 오롯이 나 혼자 남는다.

책을 읽으면서, 일상에 변화를 서서히 주면서 조만간 작은 실마리라도 찾아내야 할 것 같다. 이 기간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 기록하면서 해결해 보기로 한다.


이미지 출처)https://pin.it/3BPNiIPWz


*커버 이미지 출처) https://pin.it/6ynRYLh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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