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남기는 글이다.
그간 반년 정도 진행한 상담도 마무리했다. 그동안의 고민과 상담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현재에 집중하기'였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그냥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기.
아직도 쉽지는 않지만 시도해 본 여러 방법들이 꽤 도움이 됐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그리고 마음에 담아뒀던 사람들 만나기, 명상, 산책, 차 마시기 등.
주위를 다시 돌아보니 나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나를 편견 없이 지지해 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을 만나 응원을 받았다. 가족들과의 시간도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가족과의 시간은 미래를 위한 양육이나 설계가 아니라, 그저 함께 보내는 이 시간이 목적이고 의미였다.
무엇보다 가장 큰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침산책이었다. 아이들이 잠귀가 밝고 예민해 시도하지 못하다가, 몇 주전부터 최대한 매일 아침에 산책을 나갔다. 어차피 복잡한 마음 때문에 평소보다 항상 일찍 눈이 떠졌다. 줄곧 그냥 누워만 있었는데, 날도 마침 따뜻해졌으니 운동도 할 겸 옷만 대충 챙겨 입고 집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사는 곳이 숲 산책로와 연결되어 있어서 도심이 아닌 숲길을 바로 걸을 수 있다는 점도 행운이었다. 30-40분 정도 나갔다 오면, 아이들이 아직 자고 있거나 남매가 서로 의지하며 착하게 놀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아이들 아침을 주고 나도 출근 준비를 한다. 고작 40분 남짓한 시간인데, 잠이 깨면서 정신이 맑아지고 잡념이 좀 사라졌다. 걷는 와중에도 잊고 싶은 생각들이 머리를 어지럽힐 때도 많지만, 그래도 집에 돌아오면 그마저도 많이 사라진 상태라 신기했다. 피곤해서 밤에 잠도 더 잘 자는 듯했다. 많이 걷기 힘든 날은 중간에 벤치에 앉아 10분 정도 명상을 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시도 속에 항상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현재, 지금 이 순간만 바라보자'는 것이다. 아이를 바라볼 때도, 내 일을 대할 때도, 내 앞날을 생각할 때도 미래지향적인 메시지와 성취에 대한 압박 속에서 자꾸 불안해지곤 한다. 그게 정상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이제는 최대한 지금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들을 온몸으로 느끼는 데 초점을 맞추려 노력한다. 느끼고, 감사하고, 안도하고, 기뻐하고. 요즘은 그렇게 오늘을 쌓아가는 것을 가장 큰 의미로 여기며 지낸다. 그리고 많은 순간 속에서 평안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