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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Apr 12. 2019

영화와 명품 인테리어 3

상남자를 위한 가구는?

 남자를 위한 가구 하면 어떤 게 떠오르나요?

제일 먼저 포테이토 카우치가 떠오르고, 그다음은 책상 이런 순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포테이토 카우치에 앉은 남자는 뭔가 배도 많이 나오고, 옆에 맥주캔을 쌓아 놓고, 과자 봉지로 연신 손을 내미는 그런 이미지가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상남자를 위한 가구의 이미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어떻게 보면 쉬울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만만치 않은 이 작업을 가장 열심히 수행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007 시리즈의 세트 제작팀이 아닐까요?


 그래서 오늘은 007에 나오는 가구를 중심으로 상남자를 위한 가구를 한 번 살펴볼까 합니다.

멋진 수트가 어울리는 남자에게는 그 수트빨에 맞출 수 있는 의자가 필요합니다.


  007 영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의자는 사무용 의자로 유명한 독일의 interstuhl입니다.

1962년 최초의 의자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 젊은 회사( 독일 기준으로 1962년은 젊은 축에 속합니다)는 

대장장이를 하던 두 부자가 새로운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속을 다루는 자신들의 기술을 가지고 새로운 개념의 의자를 개발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들이 최초로 특허를 받은 상품은 다름 아닌 높이 조절식 의자였습니다.

  상판과 등판은 이전 글에서 소개한 적이 있었던 토넷이 개발한 벤트 우드 방식으로 대량생산에 적합한 디자인을 채용하고, 높이 조절 방식은 세로축의 강철봉에 구멍을 내어 의자 다리의 가운데 넣고 이를 좌판과 연결한 후 높이(단)를 조절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그들의 아이디어는 현재 가스 실린더로 바뀌긴 했지만 가장 표준적으로 사용되는 의자 높이 방식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이 회사의 의자 중에 007에 등장하는 모델들은


KINETICis5와 MOVYis3 가 Spectre에 등장하고



Silver chair 262s가 Quantum of Solace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Skyfall에서는 3C42가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멋진 소파와 카우치 체어는 어떤 제품들이 007에 등장하고 있을까요?


 우선 이태리 명품 가구 브랜드인 B&B Italia의 Serie Up이  Diamond forever에 등장합니다.


위의 사진이 영화의 스틸 사진이고, 아래 왼쪽은 같은 영화에 출연한 숀 코널리가 같은 영화에 출연한 당시 찍은 사진이며, 오른쪽 사진은 영국의 남성 패션 브랜드 Hackett에서 007의 주연을 맡을 당시 피어슨 브로스넌을 모델로 찍은 광고 사진입니다. 


 B&B Italia는 뛰어난 제조 기술을 가진 생산자가 어떻게 디자인적으로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지의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는 브랜드입니다. 그들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소리에 적합한 디자인을 해 낼 수 있는 뛰어난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시장을 놀라게 해왔습니다.

위의 Serie UP 시리즈는 69년에 처음 등장한 제품으로 이태리의 명 건축가 이자 디자이너인 가에타노 페세의 디자인입니다. 

이 제품은 당시 유행하던 우주시대 컨셉에 맞는 원형의 디자인과 새로이 등장한 폴리우레탄 폼의 성형기술을 통해 태어났습니다. 소파와 스툴을 줄로 연결하여, 마치 감옥에 갇힌 죄수의 발목에 채워진 족쇄를 연상케도 하는데,  당시 유럽에서 제기되었던 사회 문제들, 계급 간의 갈등, 소수자에 대한 억압 등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소파는 하나의 통 몰드로 만들어진 폴리우레탄 폼으로 최초 발매 시에 압축 비닐 포장을 해서, 배달된 제품을 집에서 개봉할 경우 납작하게 눌렸던 제품이 서서히 올라오며 형태를 갖추는 마법 같은 연출로도 이슈가 되었던 제품입니다. (현재 인터넷에서 팔고 있는 유사한 소재의 매트리스가 돌돌 말려 압축 포장되어서 오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 이 광경을 보고 있는 70년대 전후 소비자들의 놀란 모습이 상상이 되시나요?)


 이 외에도 바르셀로나 체어나 임스 체어 그리고 허먼밀러의 에어론 등이 등장하였습니다.


 상남자의 가구로 의자만큼이나 중요한 게 사실 책상입니다.  서재와 책상에서 막상 게임 외에는 할 게 없는 남자들도 나만의 거대한 책상을 갖는 로망이 있는데요, 007의 책상으로 알려진 아주 유명한 디자인 아이콘이 있습니다. 킹스맨 왕의 남자에도 등장하는 책상인데요


바로 보딜 키에르의 책상입니다.


007에 등장한 버전은 상단의 이미지처럼 크롬 다리에 로즈우드 상판이 올라간 버전이며, 다양한 다리 색상과 상판이 조합되기도 합니다.


 1959년에 디자인되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시대를 앞선 디자인인데요, 2019년 현재 인터넷에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책상이라고 검색을 하시면 수도 없이 많은 카피 제품을 보실 수 있고, 현재도 이 원조를 모르는 분이라면 최신의 세련된 디자인이라고 인식할 만한 디자인입니다.


전형적인 유럽식 디자인 코드인 균형과 조화를 정확하게 이루고 있고, 여기에 대니쉬 스타일인 단순함과 명료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007에는 3편에 등장하며 킹스맨에서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007이 타고 나오는 또는 입고 나오는 차와 의상에만 관심이 있지만 실제로 그의 품격과 그에 맞는 영화의 이미지를 완성시켜 나가는 것은 바로 이렇게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조용히 영화 속에 자리를 잡고 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가구와 세트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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