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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May 31. 2020

롯시니가 창조해 낸 리듬감

1817년 5월 31일은 롯시니의 오페라 <도둑까치>가 밀라노 라스칼라에서 초연된 날입니다.


롯시니는 재미있는 그의 오페라 내용 만큼이나 재미있는 가십거리를 많이 만들어 낸 작곡가인데, 이 오페라에도 제작자가 촉박한 초연일을 앞두고 롯시니를 방에 가두어 두고 작곡을 하게 했다는 황당한 일화가 있죠.

그런 덕분에 늘 빠른 작곡 속도를 자랑하는 롯시니의 작품 중에서도 상당히 짧은 시간안에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그런 번개같은 속도 덕분일까요?


오페라의 전곡 공연은 거의 이루어 지지 않지만 유명한 서곡만은 현재까지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 <도둑 까지 서곡>은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등을 통해 우리에게 "리듬"이라는 감각을 선사하고 있죠.


https://www.youtube.com/watch?v=qdm8IfInaJg


시작 부분의 snare drum의 촤르르하는 연타를 시작으로 아주 리드미컬한 진행을 이어갑니다.


도둑이라는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았던 여자 주인공이 우연곡절 끝에 은식기를 훔쳐간 것이 그 집에서 기르던 까치라는 것이 밝혀지며 자신과 아버지의 생명을 구하게 되는 스토리의 오페라입니다.


이 서곡으로 인해 영화나 드라마의 스토리 전개가 어떻게 독특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지 한번 보시죠.


이 곡이 등장하는 유명한 장면중에 대표적인 것으로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가 있습니다.


https://youtu.be/HtRGeyznv7k


악동 일당들의 대장격인 주인공이 자신이 대장임을 과시하는 폭력적인 장면인데, 아주 흥겨운 리듬을 바탕으로 폭력이 난무하는 장면을 마치 현대 무용의 한 장면처럼 상대적으로 느리고 우아한 느낌으로 연출하고 있습니다.  잔인한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독특한 리듬을 타고 흐르는 광경들은 마치 초현실주의 이미지처럼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배제한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영화를 지켜 보게 만듭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 관객들은 풍자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주인공의 폭력적인 캐릭터에 대해 감정적 소모 없이 이성적인 접근이 가능해 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롯시니의 또다른 작품인 <윌리엄 텔 서곡>도 등장하고 있는데요,

롯시니의 음악답게 이 서곡 역시 빠르고 흥겨운 리듬을 바탕으로 한 곡인데 영화에서는 이곡이 정상적으로  연주되는 템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아주 과장되게 만들어서 과도한 성적 노출 장면을 위에서 본 폭력이 사용되는 장면처럼 다시 바람처럼 휙하고 날려 버립니다.

결국 감독의 의도는 그대로 전달되지만 영화가 상연된 1970년대 초반 일반적인 관객들이 이런 노출 장면에서 받게 될 충격을 확 줄이고 있는것이죠.


<시계태엽 오렌지> 중


<도둑까치 서곡>가 가지고 있는 리듬감은 BBC 드라마 <셜록>의 제작진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습니다. 


셜록 시즌2의 3번째 에피소드에서 셜록의 맞수인 모리아티가 박물관에서 

crown Jewel을 훔치는 장면을 어쩌면 아주 우아한 발레 동작처럼 또는 어쩌면 아주 우스꽝스러운 광대처럼  보여지게 하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DxqLEAgWk8


영상의 첫 부분에 등장하는 새가 혹시 까치 맞나요?



이렇듯 음악 하나로 인해 장면을 설명하기 위한 많은 인위적인 설명들이 줄어들게 되고 그럼으로 인해 아주 간결하게 그리고 우아하게 장면을 마감하게 만드는 롯시니의 음악,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요? 


경찰들이 허겁지겁 현장으로 달려오고, 이윽고 왕관을 훔친 후에 도망가지 않고 앉아있는 범인을 향해 총을 겨누면서 급한 리듬이 점차 줄어드는데, 이 왕관을 쓰고 광대처럼 앉아 있는 모리아티의 마지막 반전 대사가 재미있습니다.


 "No Rush" 

도망갈 생각이 없는 이 도둑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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