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훈수의 왕 Feb 26. 2020

피자에 어울리는 와인들

코로나 바이러스 탓에 외식을 줄이며 인내심을 갖고 소박한 삶을 경험하는 차에 영국 와인 잡지 <Decanter>에피자와 함께 하면 좋은 와인이란 기사가 올라온 것을 발견했습니다.


안 그래도 화덕에 구운 이태리 피자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저에게는  엄청난 고문이군요.


재미있는 기사였지만  국내 와인 시장 상황과 잘 안 맞는 (구하기 힘든 와인들이 많습니다) 내용도 많아서 기사를 토대로 제 경험을 더해서 다시 한번 구성해 봤습니다.




1. 전형적인 화덕으로 구운 전통 마르게리따 피자입니다.



나폴리와 카프리의 로컬 Pizzeria에서 맛보았던 현지 피자들의 특징은 

소금의 양이 무척 많이 들어간 엄청 강한 맛이 특징이지만 국내의 화덕 피자들은 

그에 비해 우리 입맛에 맞게 간이 약하고 현지의 토마토소스 보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소스는 

좀 더 달짝 지근한 편이라 피자를 먹기 시작할 땐 담백하고 고소한 느낌이지만 점차  약간 덜 근해 지죠.


디켄터에서는 이 피자와 어울리는 Red로 Gamay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피노누와와 사촌지간인 포도이기에 피노누와의 특징인 섬세하고, 향기가 좋고, 

부드러운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가메이를 100% 사용하는 보졸레 빌라쥬는 국내에서도 구하실 수 있는데, 

사실 보졸레 누보라는 마케팅에 적합한 와인은 연말쯤에 엄청 출시를 하면서도, 

최근 미국 및 유럽에서 점점 인기를 높여가는 보졸레 빌라쥬들은 국내에서는 크게 인기가 없는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Gamay와 서로 사촌 간의 품종인 Pinor Noir를 골랐습니다.

아 그렇다고 피자에 반주를 할 Red를 비싼 부르고뉴로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Pinor Noir는 뉴질랜드산이나 칠레산으로 고른다면 가성비 좋은 와인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칠레 Errazuriz에서 나오는 Pinor noir를 추천해 드리고 싶은데, 

좀 당황스러운 게 에스테이트와 맥스 리제르바 사이에 가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맥스 리제르바 쪽을 주로 고릅니다. 이 레이블은 피노누와뿐 아니라, 카쇼나 샤도네이 다 좋습니다.

특히 샤도네이가 아주 훌륭한데, 화이트는 장사가 잘 안되는지 수입량이 적어서

와인 행사 때 구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크게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니 화이트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번 시도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2. 페퍼로니 피자

디캔터에서 2번째로 고른 건 페퍼로니 피자인데요, 저는 시중의 콤비네이션 피자가 제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토핑이 좀 잔뜩 올라간 (해물 토핑이 아닌) 그런 타입의 피자를 선택하신다면 이 카테고리에 들어 있는 와인과 어울릴 거라 생각합니다. 고기류의 토핑이 올라가다 보니, 스파이시한 양념이 들어간 경우가 많습니다. 전체적으로 고기류나 소시지 같은 육류가공 재료들로 기름진 편이기도 하죠.

그래서 디캔터의 선택은 시라입니다. 시라의 강한 느낌이 기름진 맛을 줄여줄 테고, 어느 정도는 spicy 한 향을 가진 경우가 많은 품종이니 피자의 맛과 잘 어울리는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국내에서도 호주산 시라는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추천은 역시 좀 더 가성비를 생각해서 아르헨티나 말벡이 어떨까 싶습니다. 좋은 가격의 말벡들이 많이 있는데, 트라피체 말벡이 구하기도 쉬우니 적당할 듯합니다.


3. 파인애플

디캔터에서는 파인애플을 엽기적인 토핑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한때 꽤 유행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메인은 아니더라도 토핑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지 않나요? 새우나 이런 것들과 같이 파인애플이 올라간 모습을 간혹 본 것 같습니다.

디캔터에서 추천하는 와인은 파인애플처럼 적당한 산도를 가지고 있으면서, 단맛을 망치지 않게 살짝 드라이한 화이트인 독일 Riesling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라면 파인애플과도 좋겠지만 다른 토핑 예를 들어 구운 새우 같은 경우도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제 머릿속에 들어오는 독일 리슬링은 <슐로스 요하니스베르크 리슬링 그륀락>입니다. 워낙에 좋아해서 독일 가면 꼭 사들고 오는 와인인데, 국내에서는 은근 고가에 거래되는 편이라 차마 파인애플 피자랑 페어링을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대체적으로 호주 Riesling들이 가성비가 좋다고들 하는데, 아쉽게도 제 마음에 리슬링은 이것 하나뿐이어서

추천 없이 넘어가겠습니다.


4. 마지막 피자는 치즈가 메인인 피자입니다.

   이건 한국에서도 화덕 피자 가게에서는 요즘 인기가 좋은 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런 화이트 피자는 토마토의 느낌이 사라지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리그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디캔터는 화산재 토양인 시실리나 캄파냐 지방의 화이트를 권하고 있는데, 솔직히 제가 마셔 본 적이 없는 친구들이라 제 기준으로 추천을 드리겠습니다.


보통 이런 치즈가 메인인 피자들은 약간의 콤콤함과 살짝 느끼한 그러면서 고소한 맛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식감 좋은 싱싱한 어린 새싹 잎 들을 연상시키는 파삭(Crisp)한 와인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산도가 좀 높더라도 치즈와는 문제가 안 생길 터이고, 와인에서 고소함이 적당히 올라온다면 치즈와 궁합이 딱이지 않을까요? 


이런 와인으로는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을 권해 드립니다. 

잘 고른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들은 치즈의 느끼함을 없애주는 새싹의 아삭 거리는 식감과 어린 녹차 잎의 여린듯한 고소함이 잘 배어 있습니다. 산도가 높고 가벼운 바디 느낌으로 치즈와의 궁합은 정말 최상인 것 같습니다. 


약간 가격들이 나가는 편이라, 적당한 가성비를 찾으신다면 칠레산 쇼비뇽 블랑도 괜찮은데, 뉴질랜드 말보로 지방 쪽 쇼비뇽 블랑들이 파삭한 느낌이 좀 더 강한 개성 있는 맛인 것 같습니다.

"킴 크로포드"나 "클라우디베이" 같은 워낙 인기 좋은 녀석들이 많은데, "생클레어"나 "도그포인트" 같은 레이블도 만약 눈에 뜨인다면 시도해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생클레어"는 가성비가 괜찮고 "도그 포인트"에서는 "section 94"라는 고급 라인을 선택하신다면, 여태껏 마신 쇼비뇽 블랑과는 다른 세계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맛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