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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Aug 13. 2020

위대한 20세기 지휘자들 - 1

2020년의 여름은 세상을 뒤흔든 코로나와 엄청나게 내리치는 장마의 장렬함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1년을 기다렸던 휴가기간도 별것 없이 흐지부지 흐르던 중에 우연히 스크랩해 놓았던 예전 기사들을 뒤지다가 카를로스 클라이버란 이름이 실린 글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2017년 BBC Mucis 매거진에 실렸던 <20명의 위대한 지휘자들>이란 제목의 기사였는데요, 2017년 당시 BBC Music에서 전 세계 100명의 지휘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요청합니다.


이런 종류의 기사들은 아무래도 개인감정이 섞이다 보니 처음 나올 무렵에는 순위 확인 정도만 하고는 제쳐두기 십상입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닌가 싶은데, 얼마 전 독일의 유명 미술가인 Anselm Kiefer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그는 인터뷰에서 이런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어떤 판단을 하게 될 때 이성으로 하지 않는다. 대부분 머리로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판단을 담당하는 곳은 머리가 아닌 가슴이다" 


그가 의미하는 바는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접하거나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기존에 내 안에 존재하는 감정이 만들어내는 선입견에 의해 판단이 좌지우지된다는 것이었는데요, 그렇기에 BBC가 발표한 지휘자 순위 같은 기사는 많이 기대도 되고 흥분도 되지만 막상 기사를 접하고 나면, 기사의 본질보다는 내가 원하는 순위와 유사한가 아닌가 만을 자꾸 따지게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2017년 초에 접했을 때는 나 만의 기준(선입견)을 바탕으로 순위표의 신뢰성에 대해서만 왈가왈부하느라 '누가 누구를 왜'라는 기사가 의도했던 본래의 의미는 완전히 무시되었던 것 같습니다.


몇 년이 흘러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기사를 다시 접하게 되니 기사에 숨은 재미있는 점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몇 편에 걸쳐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이번 편은 가장 첫 소개이니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실 누가 과연 1등인지부터 시작할까요?


  



"당신들에게 가장 영감을 준 지휘자 3명을 꼽는다면"이라는 잡지의 질문에 현역 지휘자들이 내놓은 대답을 가지고 1등에서 20등까지 선정된 세기의 지휘자들 리스트에서 영광의 1등에 선택된 지휘자는 바로 Carlos Kleiber 였습니다.  



1930년 역시 전설적인 지휘자인 Erich Kleiber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을 아버지를 따라 아르헨티나로 이주를 해서 그곳에서 성장을 하게 됩니다. 부전자전의 피는 속일 수 없었는지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지만 아버지 Erich Kleiber는 아들이 자신과 같이 음악가의 길을 걷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하죠. 그래서 클라이버는 취리히 공대에 화학전공으로 입학하기도 하지만 곧 스스로의 운명은 음악에 있음을 깨닫고 독일 오페라 하우스들에서 지휘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명반으로 꼽히는 그의 녹음 중에는 오페라가 유독 많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hKkNGnKo9I



원래도 음악 마니아들에겐 전설적인 지휘자였던 클라이버지만, 대중들에게까지 그의 존재감이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늦었는데요, 바로 1989년 빈 신년 음악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HDmIFT0pHY


건강상 이유와 언론과 대중을 꺼려하는 성격 탓에 실황 공연 횟수도 많이 적고, 유명세에 비해 음반 녹음도 그리 많지 않은 탓에 대중들이 그의 음악을 접하기란 쉽지 않았는데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매년 1월 1일이면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송출되던 이 빈 신년음악회에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등장한다는 것은 당시 음악팬들에게는 정말 어마어마한 뉴스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등장한 그의 지휘와 연주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우리의 속담을 아주 무색하게 만들어 버릴 정도로 많은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1992년 신년음악회에 한번 더 등장을 하게 됩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신년음악회의 대부분 레퍼토리가 요한 슈트라우스인데, 클라이버의 명음반 중에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는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단과의 75년 DG녹음과 72년 실황 녹음 그리고 80년대  실황 영상물까지 있을 정도이니 이렇듯 지휘자가 요한 슈트라우스의 음악에  많은 경험이 있는 것이 신년음악회의 성공에 중요 요인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클라이버의 레퍼토리가 가벼운 오페레타나 이태리 오페라 등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남겨진 녹음이 많진 않지만 그의 대표적인 명반으로 꼽히는 연주의 면면을 보면, DG에서 발매된 <베토벤 교향곡 5번 7번> <브람스 교향곡 4번>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인데 고전주의 대표곡에서 현대음악의 서막을 열기 시작한 바그너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베토벤 교향곡 7번 연주 중에는 클라이버의 DG 녹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오래전 녹음임에도 불구하고 녹음 기술도 나무랄 데 없고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고전주의의 형식에서 자신만의 감정을 녹아내려고 한 베토벤의 영웅적 투쟁을 재현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uzRkGqJx_U


간단하게 클라이버 소개를 해드렸는데 과연 현대의 어느 지휘자들이 클라이버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클라이버의 음악에 대한 해석들이 그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는지는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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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기사는 2011년 BBC Magazine에 실렸다고 하며, 제가 처음 접한 것은 2017년 인터넷판으로 재등록된 시점입니다. 혹시라도 2011년으로 알고계셨다가 오해하셨다면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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