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BBC music 매거진에서 기획한 현직 지휘자들이 꼽은 시대를 넘은 위대한 지휘자들에 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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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보기
https://brunch.co.kr/@milanku20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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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펀에서는 순위표의 가장 상단을 장식한 카를로스 클라이버에 대해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는데, 이번 2편에서는 그렇다면 현직 지휘자들 중에 누가 과연 카를로스 클라이버에게 표를 주었는지 찾아보겠습니다.
100명의 지휘자들 중에서 총 35명이 자신들의 리스트에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그중에서 눈에 띄는 지휘자들을 꼽아보면,
영국의 중견 지휘자인 Harry Bicket는 본인의 특기가 바로크 음악이고 현재도 트레버 피녹이 정상의 반열에 올려놓은 <The English concert>의 상임지휘자임에도 클라이버를 지지하고 있고
호주 출신의 오페라 전문 지휘자죠, Richard Bonynge 역시 클라이버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오페라 전문 지휘자여서 클라이버 외에 튤리오 세라핀도 지지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클라이버의 오페라 쪽 경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때 카라얀의 후계자로 부상하기도 했었던 Semyon Bychkov도 클라이버를 선택했는데 역시 그의 이력 때문인지 카라얀도 그의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5년 클래식 실황 음악 소개 및 비평을 전문으로 하는 bachtrack.com에서 유명 클래식 비평가들을 대상으로 선정한 현재 시점의 최고 지휘자로 뽑혔던 Riccardo Chailly가 누굴 뽑았을까 궁금했는데 그에게 영감을 준 지휘자 중에 한 명도 카를로스 클라이버였습니다. 그의 출신 배경 (이태리와 오페라)때문인지 그가 선택한 지휘자는 클라이버 외에 토스카니니와 아바도를 선택하고 있는데 모두 오페라뿐 아니라 전통적인 관현악곡에도 출중한 실력을 보여준 지휘자들입니다.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베르디 <운명의 힘 - 서곡 > 리허설 장면인데요
https://www.youtube.com/watch?v=Qw24uGiw_bk
https://www.youtube.com/watch?v=FCxVG7w97e4
사실 리카르도 샤이는 데뷔 초기부터 아바도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많은 이목을 끌었는데 (아바도의 라 스칼라 음악감독 시절 그의 어시스턴트로 커리어를 시작한 인연도 있었고) 오히려 라 스칼라가 아닌 암스테르담의 콘서트헤보에서 주요 지휘 경력을 시작하면서 오페라보다 전통적인 교향곡 레퍼토리로 더 유명세를 타 왔던 지휘자입니다. 이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맡아서 지속적으로 전통 독일 음악의 레퍼토리를 전문으로 하는 이지적인 지휘자의 모습을 완성시켜 왔고 아바도 이후 루체른 음악축제를 맡기도 하죠.
많은 좋은 녹음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쇤베르크의 <구레의 노래> 음반을 가장 좋아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h50dolr_Kw
보통 이태리 지휘자들은 리드미컬하고 감성적이란 선입견을 갖게 하지만 리카르도 샤이나 아바도는 다른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데, 아바도가 객관적이고 차분한 스타일이라면 샤이는 좀 더 에너지가 넘치는 쪽인 것 같습니다.
이런 그의 에너지는 브르크너에도 적절하게 맞아 들어간다고 생각되는데, <브르크너 교향곡 7번 1악장>을 통해 한번 그의 에너지를 느껴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zcMz6rRiJ6Q
거대한 음악적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서 전혀 부족하지 않은 풍부한 소리를 들려주지 않나요?
영국 출신이지만 고전주의 독일 음악에 강점을 가지고 있던 콜린 데이비스 역시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선택하고 있는데,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함께 루돌프 켐페를 꼽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콜린 데이비스 본인은 적절한 템포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지휘 스타일을 보이고 있는데,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루돌프 켐페는 청중의 감정을 건드리는 선동적인 느낌이 적지 않은 지휘자들이라 뭔가 본인이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콜린 데이비스의 모차르트는 언제 들어도 그의 템포 설정에 감탄하게 됩니다. 모차르트 음악이 가지고 있는 구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다양한 감성을 드러내려면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아야 하는데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니까요. 콜린 데이비스의 템포는 항상 중용의 지점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95igow6I6g
루돌프 켐페의 장기중 하나인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을 들어보시면서 한번 비교해 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vMm13bSrzOw
일반 애호가들에게 가장 유명한 지휘자 중 한 명일 텐데요, Gustavo Dudamel 역시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두 명이 번스타인과 카라얀이라 왠지 약간 정치적인 냄새가 풍기기도 합니다.
샤이와 더불어 현재 음악계의 거장 중 한 명인 Mariss Jansons의 선택도 많이 궁금했는데,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카라얀을 리스트에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뭐 그런가 보다 하는데 나머지 한 명이 에프게니 므라빈스키입니다. 이 역시 라트비아 출신으로 레닌그라드(현 생 페터스 부르크)에서 므라빈스키의 어시스트로 시작했던 경력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로저 노링턴이 클라이버를 선택한 지휘자 중에 한 명이라는 점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노링턴은 클라이버와 함께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그리고 콜린 데이비스를 꼽고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노링턴의 연주 방향과는 거의 정반대로 보이는 줄리니와 콜린 데이비스를 선택했네요.
클라이버를 선택한 것은 어느 면에서는 수긍이 가는데, 독특한 템포 선택으로 노링턴의 지휘에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하지만, 나름 그가 추구하는 방향이 전체적인 리듬의 통일성 아래, 세부적인 디테일을 강조하는 것이라면 이런 측면은 클라이버가 보여주는 방향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고 보입니다.
1편에서 클라이버의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올렸는데 로저 노링턴의 지휘와 한번 비교해 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5OAxmAquRA8
여기까지 1등으로 뽑힌 클라이버에 관해서 이야기했는데 계속해서 리스트의 2등 3등 지휘자들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