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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Sep 19. 2020

예술은 즐거워야 한다.

알렉산더 칼더, 에릭 사티, 에드가 바레즈

“Above all, art should be fun.” – Alexander Calder.



"무엇보다도, 예술은 즐거워야 한다"라는 말을 남긴 '알렉산더 칼더'는 스스로 표현한 것처럼 독특하고 재미있는 새로운 개념의 조각 <Mobile>을 창시했습니다. 이 모빌이라는 조각 형태는 이전까지 정적(STILL)이었던 미술에 동적인 요소(MOVEMENT)를 새로이 부여하기 시작하며, 공간에 머물러 있던 시각적 관념에 시간이라는 새로운 사고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유명한 조각가였던 아버지와 초상화를 그리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미술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던 칼더는 하지만 아들이 미술가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부모의 뜻에 따라 대학에서 미술이 아닌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서 다양한 직업을 거치던 중, 인생의 전기가 마련된 독특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1922년 여객선의 기술자로 근무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을 향하는 정기선에서 생활을 하던 칼더는 어느 날 아침 배가 지나가고 있던 과테말라 인근 해협에서 바다 위로 태양이 떠오르는 동시에 달이 그 반대편에서 은빛 접시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며, 예술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재발견하게 되고, 예술가로서 삶을 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하죠.


이후 뉴욕으로 돌아와 다시 미술공부를 시작한 칼더는 예술가로서 좀 더 많은 경험을 쌓고자 1926년 프랑스로 건너가는데, 그렇게 찾게 된 파리에서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과 교류를 시작하게 되고 이런 경험들은 미술가로서 그가 성장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파리로 건너가기 전 뉴욕 시절 the Ringling Brothers와 Barnum & Bailey Circus 등 당시 뉴욕을 주름잡던 유명한 서커스 극단들의 공연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게 된 칼더는 이 장면들을 Drawing으로 남기기 시작하다가 점차  wire를 이용해 입체적인 Drawing을 시도하게 됩니다.


그리고 파리로 건너 간 칼더는 이 서커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자신의 일상 속에서 발견하게 된 자질구레한 재료들을 이용해 그 유명한 <Cirque Calder>를 제작하게 되는데요



와이어, 코르크, 원단, 캔디 포장지 등 다양한 폐품 등을 이용해 아이디어 넘치는 서커스 무대를 꾸미고, 예술가 친구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마치 서커스 ringmaster인 양 자신이 만든 무대를 이용해 줄을 움직이고 핸들을 돌려가며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펼친 미국에서 건너온 이 젊고 재기 발랄한 칼더의 모형 서커스 공연은 당시 파리에서 모이던 유명한 예술가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게 됩니다.


그리고 뉴욕 시절 실험했던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 소재인 wire를 이용해 초상화 작업도 전개하는데 이때 칼더가 만들었던 wire 초상화의 주요 대상에는 실험 음악의 선구자인 edgard Varese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다양한 활동으로 파리의 예술가들과 관계를 맺어가던 중, 칼더의 서커스에 눈독을 들인 음악가가 나타나는데요, 우리에게는 <짐노페디>로 유명한 에릭 사티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에릭 사티는 자신의 음악을 위해 칼더에게 무대 제작을 요청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Socrate: Three dialogues of Plato’ (orchestra and voice)> 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TwRY__oJM4


https://www.youtube.com/watch?v=yeMT68Rq8cs



칼더가 제작한 무대는 레드 원판, 새장을 옆으로 뒤집어 놓은 것 같은 와이어 구조물 그리고 수직으로 놓인 화이트 판 이렇게 3가지 요소로 구성되었는데, 음악이 진행됨에 따라 이 구조물들이 움직이며 음악이 담고 있는 내러티브를 동적으로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Varese, Satie 등 음악가와의 교류와 합동 작업은 칼더에게 공간 속에 정지되어 있던 기존 조각이 가지고 있는 시간을 초월한 부동성과는 다른 개념인, 일정한 리듬에 맞춰서 오브제가 시간과 공간 속에 어우러지며 만들어 내는 유동성에 대한 인식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은 최초에 칼더에게 영향을 준 Satie와 Varese에게도 새로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드뷔시가 소리들을 통해 미묘한 감정들을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면 이들은 시각적 대상물에 대한 표현이 미술이듯이 자신들의 음악에 Sound objects란 청각적 대상물을 도입하고 이 특정 소리들을 관람객이 있는 공간 속에 유동하게 만들어 그들과 소리를 통한 다양한 감정적 교감을 이루어 내고자 하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GDwpD_t408

<Étude pour Espace - Varese>




어린 시절부터 와이어와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역동적인 모형 등을 만들어 내던 손재주가 좋던 칼더의 재치와 예술성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예술은 즐거워야 한다"라고 생각했던 그의 낙천성 등은 이처럼 파리에서 만난 음악가들과의 교류라는 새로운 기회를 통해 예술사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인 <Mobile>이라는 미술 장르를 창조해 내게 하는 주요 동기가 되고 있습니다.


                   "Just as one can compose colors, or forms, 

                              so one can compose mo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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